한수원, 긴급 이사회 열어 신규원전 사업 종결과 동시 결정
산업부 공언 시한내 마무리..."관료·행정적 판단 문제" 지적도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긴급이사회 후 경영설명회에서 월성 1호기 폐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긴급이사회 후 경영설명회에서 월성 1호기 폐로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이투뉴스] 정부가 수명연장(계속운전) 상태에 있는 월성원전 1호기를 추가 운영허가 기한내에 폐로하기로 했다. "수급 안전성이 확인되는대로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대통령 약속을 제때 이행하는 차원이다.  

<본지 6월 11일자 1면 '폐로공약 월성 1호기, 안 닫나 못 닫나 참조

이로써 추가 가동을 위해 약 6000억원을 투입한 해당원전은 추가 허가기간인 2022년을 4년 이상 남겨놓고 연내 영구 폐로수순을 밟게 됐다. 

앞서 졸속 수명연장 허가 논란을 빚어온 이 원전은 사법당국으로부터 이미 허가취소 1심 판결을 받은 상태다. 하지만 정치적 판단으로 수명연장을 결정한 원전을 또다시 정치적 결정으로 닫는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은 15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긴급 인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 폐쇄와 천지(영덕) 및 대진(삼척) 원전사업 종결을 결정했다.

월성 1호기와 계획원전인 천지·대진(각 2기 1400MW)은 현 정부 에너지전환로드맵과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때 조기폐로 및 백지화 대상이 됐다.

이중 월성 1호기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가 '상반기내 폐로'를 공언한 바 있다.

운영 허가전 원전당국이 월성 1호기 추가 가동을 위해 투입한 비용은 5925억원(금융비 제외)이다. 한수원은 이달 현재 이 원전의 잔존가치를 1836억원으로 보고, 추가 가동에 따른 실익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이사회 직후 설명회에서 "강화된 안전기술이라던가, 계속 운전하는 것이 바람직 하지 않기 때문에 조기폐쇄를 결정하게 됐다"면서 "운영변경허가를 신청할 것이고 2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운영허가 만료 이전 폐로하는데 따른 발전사업자 손실은 정부에 보상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월성원전 1호기
월성원전 1호기

정 사장은 "작년 8차 전력수급계획 이후 제3 기고나을 통해 경제성 검토 등을 계속해왔다. 중요한 것은 이 결정이 정부와 정책적 협의하에 진행됐기 때문에 합법적이고 정당한 손실에 대해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수급계획에서 제외된 계획원전 부지는 전원개발예정구역지정고시 해제를 추진한다.

한수원은 조만간 대진·삼척 원전 예정부지 해제를 산업부에 신청하고, 부지매입이 약 19% 완료된 영덕은 지정고시 해제 후 환매나 공매 등의 방법으로 토지를 매각하기로 했다.

당국의 이같은 결정에 수명연장 결정을 반대해 온 시민사회는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에서 "월성 1호기 폐쇄와 신규원전 백지화는 경주와 영덕, 삼척 지역 주민들은 물론 전국 시민들과 단체, 전문가 등 탈핵을 위해 함께 애써 온 모든 이들이 만들어낸 소중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 단체는 "고리 1호기에 이어 월성 1호기 폐쇄를 통해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탈핵사회로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수많은 안전성 논란에도 2015년 강행한 수명연장 결정을 이제라도 바로잡게 됐다"고 했다.

반면 수명연장과 조기 폐로 과정의 거듭된 정치적 판단과 개입은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원자력기술자단체인 원자력안전과미래 이정윤 대표는 "원안위는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결정 때 제대로 심사하지도 않았고 기준도 없었다. 한수원은 인허가 1년전 수천억원을 투입해 설비를 교체했다. 이 과정에 규제당국은 존재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이번 결정 역시 기술중심이 아니라 행정과 관료, 정치적 결정이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모든 판단은 국민의 눈높이에서 기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치적으로 계속운전을 한다거나 그걸 다시 정치적으로 번복해선 안된다. 이번 결정을 원안위와 한수원의 구조적 혁신을 위한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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