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선언 넘어 민주적·공공적 달성 이뤄야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위원

송유나 연구위원

[이투뉴스] 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공공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시장에서도 에너지 전환은 어느 정도 가능하겠으나 전환의 비용이 매우 불평등하게 발생하기 마련이며, 무엇보다 에너지 전환이 갖는 보다 근본적이고 철학적 성찰, 즉 장기적인 경제·산업 시스템의 변화에 시장·기업은 쉽게 찬성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은 2001FIT 도입으로부터 시작했고 2012RPS로의 전환 그리고 최근의 장기고정가격(SMP+REC)계약 제도까지 변화무쌍하게 진행됐다.

이런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아니라 발전량을 목표로 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실효성을 갖기 위한 방안이 부재하며, 연관된 정책들과 함께 분석해볼 때 2030년 재생에너지 20% 달성은 공허한 선언으로 보인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공공부문과 지자체의 역할과 협력이 필요하며, 주민·공동체 등 재생에너지의 다양한 주체 육성을 위한 제도적 지원 역시 마련되어야 한다. 규모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어 기업만이 아니라, 지자체와 주민들의 참여 등 새로운 거버넌스 확립을 위한 다양한 방안 역시 모색되어야만 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20% 발전량을 달성하기 위해 신규 건설해야 할 태양광과 풍력은 48.7GW 규모다. 대용량 개발은 불가피한 일이나, 이에 따른 환경파괴 및 지역주민들의 배제 문제 역시 해결해야 할 것이다. 소규모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는 주민들과 협동조합 등 공동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이렇듯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기존 제도 전반의 개선 및 재편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재정 확보다. 아무리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한들 현재의 21개 공급의무대상자로 한정된 RPS 구매력만을 가지고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보호와 지원 등 육성 정책과 규제가 동시에 이뤄져야만 한다.

이에 대해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하자면 첫째, RPS 공급의무 즉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무적 투자는 500MW 이상의 민간발전사업자만이 아니라 이산화탄소 다량 배출기업 및 에너지 다소비 기업 전반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부담 대상과 비용을 보다 넓히고 정의로운 방식으로 분배될 수 있도록 재편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왜곡된 전력시장의 재편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며, 동시에 재생에너지 시장을 보호시장과 규제 또는 의무시장으로 일정하게 분리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 시장은 자칫 대기업들과 투기적 업자들에게만 유리한 시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전력산업기반기금은 기금의 목적에 적합하게 쓰여 재생에너지 확대에 보다 기여할 수 있도록 확대·재편해야 한다. 현재 전력산업기반기금은 기금의 목적에 적합하게 쓰이지 않고 있으며, 기획재정부의 통제 아래 적립과 융자금만이 확대되는 상황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운영 및 투명한 사용을 위해 사회적으로 감시하고 운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 이산화탄소 다량 배출 및 에너지 다소비 기업에 대한 규제 조치 혹은 세제가 부재하다는 점에서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확대·재편하여 재생에너지 확대에 우선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볼 수 있다. 에너지전환 비용을 소비자가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기에 현재의 거취방식을 개편하여 보다 형평성 있는 부담원칙을 세워야 한다.

셋째, 전력산업기반기금만이 아니라 각종 관련 기금·재원·세제들이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되고 집행될 수 있는 구조적 개선이 필요하다. 전력산업기반기금만이 아니라 에너지특별회계 등 각종 기금의 통합적 운영 등도 고민해봐야 할 사안이다. 유류세 등 기존 세제들을 보다 환경적으로 강화하고 이와 연관된 기금 혹은 각종 회계들을 통합·재편하여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공공적 투자·지원 재원을 늘릴 필요도 적지 않다. 물론 이러한 제도개편은 기금과 회계 전반을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운영하며, 독립적 운영주체를 수립하는 것 등을 가장 중요한 전제요건으로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재생에너지 3020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중심으로 하여 전력계획과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의 수순을 바꾸고자 노력한 점,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아닌 발전량을 목표로 한 점, 향후 신규 설비를 태양광과 풍력 중심으로 확대하고 주민 참여형 및 지자체와 공공 주도 등 주제 형성과 관련하여 많은 고민과 노력을 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과열된 재생에너지 시장의 역기능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는 가중치 조정 정도에 머물고 있을 뿐 불충분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보조금 등 재정 마련 계획이 없어 현재의 RPS 제도에만 의존할 경우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제반 재정을 집행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문제는 재생에너지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수력과 양수발전의 환경적 제약이 크기 때문에 백업전원은 LNG 발전의 출력조절이 당분간 유력한 대안이다. 물론 석탄과 원자력의 출력 조정 역시 가능하나, 유연하게 대처하기 쉽지 않고 특히 원자력일 경우 위험성이 존재한다. 더욱이 현재의 전력거래제도의 SMP 등을 통해서는 자칫 재생에너지 확대비용보다 백업전원의 거래비용이 더 높은,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바로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현재의 전력거래제도 등 시장적 질서가 재편되어야 하며, 백업전원은 공공적으로 지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지역적 배치, 도시가스와 발전용 요금 간 존재하는 천연가스 연료비 교차보조의 문제 역시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안이다.

이러한 제반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볼 때 발전 6개 공기업과 한국가스공사 그리고 지자체가 백업전원의 역할 및 가격에 대해 협력하여 대안을 강구하는 체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