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물관리 일원화 이끈 한무영 서울대 교수
[초대석] 물관리 일원화 이끈 한무영 서울대 교수
  • 채덕종 기자
  • 승인 2018.06.25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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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과 조직 통합 넘어 물관리 패러다임을 바꿔야
"마을 洞자에 물관리 원칙 담겨…물(水)과 함께(同)"
한무영 서울대 건축환경공학부 교수.
한무영 서울대 건축환경공학부 교수.

[이투뉴스] 앞으로 우리나라 물관리는 환경부가 모두 통합·실행한다. 그동안 수질, 수량, 수재해 분야로 나눠 환경부와 건설교통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흩어져 있던 물관리 업무를 한 곳으로 모은 것이다. 이는 물관리 정책 및 사업 간 연계성 부족과 중복 등으로 인한 예산 낭비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물관리 기본이념 및 원칙을 마련한 물관리기본법도 제정됐다. 국가차원의 통합적인 물관리 및 유역중심 물관리를 위한 계획 마련과 위원회 설치 등 지속 가능한 물순환 체계를 확립하기 위한 틀이 만들어진 셈이다. 수 십 년 간 필요성은 제기됐으나, 이뤄내지 못한 물관리 일원화는 문재인 정부와 함께 국회, 전문가들이 하나로 뭉쳤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부와 국회의 노력도 중요했지만, 오랫동안 제대로 된 물순환체계 구축을 주장했던 한 학자의 역할도 컸다. 그는 국회 포럼 및 자문위원회 등을 통해 잘못된 물관리정책에 대한 문제제기를 꾸준히 해왔다. 또 이번 물관리 일원화 법률 제정 과정에서도 자문위원장을 맡아 비전과 철학을 세우는 데 큰 역할을 함으로써 옥동자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빗물전도사나 빗물박사로 더 잘 알려진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정부의 물관리 정책에 대한 그의 쓴소리는 사실 오랫동안 이어졌다. 가뭄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가뭄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홍수 담당은 홍수만 중요하게 여기는 등 유기적으로 연계해서 일을 하지 않아선 물관리가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부처 간 헤게모니 싸움으로 기존 관행과 정책을 바꾸지 못하는 것도 꼬집었다.

그는 국민 전체와 후손을 고려할 때 종합적인 물관리는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정부가 홍수와 가뭄 방지에 큰 돈을 쓰는데 원천적으로 빗물을 관리, 해결하면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번에 정부와 국회가 물관리를 일원화한 것이 종합적인 시각에서 물관리체계를 바꿔나가는데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란 기대도 내놓았다.

“우리나라는 산악지형과 불균등한 기후조건 등 가장 열악한 자연조건을 가지고 있어 물관리가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수 천년 간 금수강산을 지켜온 것을 보면 매우 높은 수준의 물관리 철학과 기술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해요. 그 중 한 가지 철학이 마을을 나타내는 洞자에 내포되어 있습니다"

한무영 서울대 교수
한무영 교수가 자신이 쓴 책을 들어 보이고 있다.

한무영 교수는 마을이라는 의미를 가진 한자어 ‘洞(물 水+같을 同)’에 우리나라가 생각하는 물관리 원칙이 있다고 말한다. 첫 번째가 마을이나 도시를 만들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물이라는 점과 마을이나 도시 주민들은 같은 물을 이용한다는 공동체의식을 가지도록 하는 점이다. 아울러 물의 상태를 개발전과 후를 같이 해야 한다는 것과 각자 지역에 떨어진 빗물을 최대한 활용하라는 분산형 빗물관리까지를 담고 있단다.

그는 국민의 자발적인 실천과 함께 각종 권한을 하위부서나 지역에서 결정할 수 있도록 부여하는 ‘권한위임’이 제대로 돼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이 물절약을 위한 수치만을 제시하고, 강력히 시행될 수 있도록 벌금을 매기자 주정부가 나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고 실행하는 것을 예로 들었다. 즉 정부가 비전과 원칙만 정해주면 각 지자체에서는 하수재이용이든, 빗물이용이든, 해수담수화든 실정에 맞는 정책을 펴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물관리 일원화에 대한 의미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물관리는 일차원적으로 이뤄졌다. 비가 내리면 홍수가 나지 않도록 강으로 빨리 버렸고, 반대로 가뭄과 물공급을 위해선 댐을 만들어 가두기에만 바빴다. 물순환 측면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도시는 아스팔트와 시멘트로 메워졌고 선조들이 저축해 둔 지하수도 뽑아 쓰기만 했다. 특히 예산을 썼으면 효과를 증명하고, 추가로 투입해서라도 제대로 가도록 해야 하는데 흉내만 냈다. 구체적인 효과에 대해 검증하고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고민하지 않고 물 재순환에 예산을 썼다는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
이런 측면에서 물관리 3법의 국회 통과 및 공포는 대단히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력과 조직만 통합하면 모든 물문제가 사라질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물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생각하지 않고, 새로운 목표 설정도 없이, 과거 방식을 답습한다면 물관리의 발전은 커녕 커다란 후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된다.

◆물관리 기본원칙을 담은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됐다.
―물관리기본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할 것은 바로 모든 물의 시작인 빗물이다. 먼저 홍수, 가뭄, 물부족, 수질오염 등은 모두 빗물과 관련된 것이니 빗물관리를 잘 하면 대부분의 물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빗물은 버리는 것이 아니고, 모으는 것이란 생각으로 빗물을 모으면 일 년간 떨어지는 1290억톤의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수자원이 확보되는 셈이다. 공짜로 떨어지는 빗물만 잘 활용하면 물로 인한 많은 문제를 해결할수 있다. 모든 사람이 ‘빗물은 돈이다’라는 인식만 가지면 된다.
물을 밑에서 모으기보다는 위에서 모으자. 밑에서 모으면 위치에너지를 잃어버린다. 그리고 수질적으로도 지저분한 물이 모이게 된다. 위에서 사용하려면 처리를 하고 운반을 해야한다. 따라서 상류에서 부터 작게 관리를 해야 된다. “위에서 모으면 흑자. 밑에서 모으면 적자”라는 말을 잊어선 안된다. 또 홍수는 빗물을 뭉쳐서 보내기 때문에 발생한다. 뭉치면 힘이 세져서 컨트롤이 안된다. 빗물은 태생적으로 흐트러져 오는데, 이것을 뭉치도록 관리하는 바람에 홍수피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빗물, 뭉치면 적, 흐트리면 친구” 라는 개념으로 빗물을 떨어진 자리에서 모으는 방식으로 물관리를 하면 홍수의 위협을 줄일수 있다.

◆물이 미세먼지와 열섬현상도 해소도 가능한가?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한다. 물은 홍수, 가뭄, 산불, 미세먼지, 열섬현상 등 여러 가지와 관련이 있다. 현재는 따로 따로 관리를 하는 바람에 비효율적이다. 가령 요즘 문제되고 있는 미세먼지나 도시열섬현상도 빗물관리를 잘하면 홍수문제와 함께 해결할 수 있다. 또한 도시관리에서는 인공계 물순환과, 자연계 물순환이 따로 따로 관리되고 있어 돈만 많이 들고 있다. 도시계획, 도로나 주택건설 등을 할 때 도시의 다목적 물순환관리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물관리는 사회적 책임이다. 빗물을 버리면 하류에 홍수를 일으킨다. 빗물을 다 버리고 나서 물이 부족하다고 다른 지역에 손을 벌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빗물에 대한 인식만 바꾼다면 물과 관련된 많은 지역적인 갈등의 해결사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가 앞서 빗물관리는 사회구성원 전체가 함께 나서야 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

한무영 교수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관 옥상에 설치된 빗물이용 꽃밭을 돌보고 있다.
한무영 교수가 서울대 건설환경공학관 옥상에서 빗물을 이용해 기르는 꽃밭을 돌보고 있다.

◆물관리 일원화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으려면
―물관리 3법이 바뀌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국민들은 체감할 수 없다. 따라서 검증가능한 지표를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 첫째 일인당 하루 물사용량이다.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이 수치가 280리터 정도인데 외국에 비해 매우 크다. 최근 호주나 미국의 캘리포니아 등에서는 기존의 물사용량을 절반이상 줄이고자 하는 정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물 낭비하는 기술로는 해외에 나가서 팔수도 없는 만큼 물산업 육성의 최우선 과제는 물절약이 되도록 우선 순위를 잡아야 한다.
둘째는 물과 에너지를 연계하여, 에너지를 적게 쓰는 방향의 물관리를 하도록 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물관리 방법중 물 1톤을 확보하기 위해 가장 에너지가 적게 들어가는 순서로 대안을 구하면 물 소비와 함께 에너지 소비도 줄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바람직한 물관리체계의 핵심은?
우리나라는 여름에 비가 많이 오고 국토가 산지로 되어 물관리가 어렵다고 인식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같은 기후와 지형조건하에서도 수 천년 간 금수강산을 유지해 온 물관리 철학과 전통이 있다.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하드트레이닝을 받은 자만이 챔피언이 될수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어려운 특성을 고려한 물관리방법을 개발하면 전세계의 모범이 될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관리 철학과 목표를 함축적으로 설명하는 구호가 있다. 하나는 빗물을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 또 하나는 현재 물사용 280리터를 2020년까지 200리터로 줄이자는 것이다.
"비돈비돈, 비돈돈", "2020 200"이 바로 그것이다.

◆빗물박사 한무영은?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 학사, 석사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토목환경공학 박사
-서울대학교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지속가능물관리연구센터 센터장
-사단법인 빗물모아지구사랑 대표
-국제물협회(IWA) 빗물관리전문가위원회 위원장
-국회 물관리 연구회 자문위원장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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