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사설]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발전소에 전기저장시스템(ESS) 설치를 강력히 권장하고 있는 가운데 풍력발전소 등에 시설된 ESS용 리튬 배터리가 터지는 폭발사고가 발생해 안전점검이 시급하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시설에 ESS를 겸하는 것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낮 등에 생산되는 전력을 저장하는 장치로 전력이 생산되지 않을 때는 보관된 전력을 다시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들이 ESS를 설치할 경우 그만큼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추세를 보이고 있음은 물론 이미 가동 중인 것도 2000MW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4시쯤 전남 영암군 금정면 황성산 영암풍력발전단지 ESS 설비에서 발생한 대형화재의 발화점이 배터리실로 확인됐다. 당시 A사의 배터리가 폭발하면서 전기실에 불이 붙었고 적체돼 있던 배터리 3500여개에 잇따라 불이 붙으면서 연쇄폭발과 대형화재가 발생했다는 것.

배터리 12MWh, PCS(전력변환장치) 4MW 규모인 이 설비는 사고 닷새 전인 지난달 28일 배터리에서 에러신호가 뜨면서 영암풍력측이 제조사에 점검을 요청했고 화재 당일 유지보수 담당 협력사가 현장에 도착해 배터리를 점검하고 모듈 부품을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협력사측은 소방당국에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교체한 뒤 배터리와 PCS를 다시 연결하려는 순간 폭발음과 함께 불이나 모듈과 다른 장비를 모두 태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불로 708평방미터 규모 가건물 전체와 배터리 3500여개가 모두 불타 소방서 추산 46억원 상당의 재산피해가 났다.

전력저장시스템에 쓰인 리튬 배터리의 폭발은 이밖에도 가끔 발생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영암 풍력발전소 화재가 나기 전인 지난달 초에도 경산변전소에서도 배터리 과열폭발로 추정되는 불이 발생해 주파수조정용 배터리 100여개가 소실됐다.

휴대전화의 배터리와도 같은 리튬 배터리는 ESS 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테슬라 전기차가 나무를 들이받으면서 배터리 폭발이 일어나 운전자가 숨지는 등 전기차에 설치된 배터리에서도 가끔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전기저장시스템은 물론이고 앞으로 대세가 될 가능성이 큰 전기자동차의 중요 부품인 리튬 배터리의 안전 상태를 근본부터 규명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소방당국은 말할 것도 없이 한전도 이번 배터리 폭발사고를 계기로 정밀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당국과 산업부는 이번 폭발사고를 계기로 과거에 설치했던 ESS를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다시는 폭발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반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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