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패권 놓고 양국간 경쟁관계 지속

ⓒ가즈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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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뉴스] 미국과 러시아가 2022년까지 세계 최대 송유-가스관 건설국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의 가스관 확대를 막기 위한 미국의 경제 제재가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글로벌데이터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셰일가스 붐과 러시아의 천연가스 확대 계획으로 양국은 2018년과 2022년 사이 파이프라인 건설에 막대한 재정을 투입할 전망이다. 

양국 이외에는 캐나다와 중국, 나이지리아 등이 상위 투자국에 랭크됐다.  

미국은 송유관과 가스관 건설을 위한 자본 지출 부문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 2022년까지 신규 파이프라인(수송관) 건설에 미국이 884억달러를, 러시아가 788억달러를 지출할 것으로 추산됐다. 

미국의 천연가스관 지출액은 2022년까지 계획한 파이프 라인의 4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원유와 천연가스(LNG)는 각각 31%, 24%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천연가스관 건설에 상당한 투자를 할 것으로 관측됐다. 2022년까지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파이프라인의 88%는 천연가스관이다.

석유 제품 수송관과 순수 송유관은 각각 7%와 4% 자본 지출 비율을 차지했다. 

수리야 테조무투라 글로벌데이터 원유가스 담당은 “비전통적 석유와 가스 제품의 붐이 미국 내 파이프라인 투자를 이끌고 있다. 더 많은 운영자들이 걸프만에서 비전통 석유와 가스수출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프라인 건설 지출액이 2022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석유 생산지인 미국 페르미안이 업계 시선을 끌어모으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가스관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양의 천연가스가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천연가스 생산자들은 수개월 내에 천연가스 유전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신세에 처했다. 

미국 최대 셰일가스 생산사인 파이니어 네추럴 리소시스의 셔필드 회장은 “일부 회사들은 생산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일부는 유전을 옮겨야 할 수도 있다. 확실한 수송망을 갖고 있는 일부 회사들만이 계속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테조무투라는 “러시아는 수출을 위한 천연가스관 건설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천연가스 수요 중심지인 중국과 일본, 인도, 유럽으로 자국산 천연가스를 수출하기 위해 가스관 건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러시아의 유럽행 파이프라인 건설은 미국의 방해로 제동이 걸리고 있다. 

미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 가스관 건설 제동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세계 가스 컨퍼런스’에서 러시아의 알렉산더 노박 에너지부 장관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 제재와 러시아에서 독일까지 연결되는 노드 스트림 가스관 확대 계획에 대해 미국 재무부와 에너지부 장관들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 용량을 기존보다 두 배 큰 연간 1100억 큐빅미터로 늘리기 위해 가스관 건설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려는 일부 유럽 국가들은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미국 정부도 러시아가 유럽 지역으로 가스 운송을 갑자기 중단하는 등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비판하고 가스관 건설 사업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의회는 지난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부과하기로 해 가스관 건설 사업을 압박해 왔다.

경제 제재는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병합과 2016년 미국 대선에 대한 러시아의 간섭을 응징하기 위한 조치였다. 아울러 러시아 가스관 건설 사업과 석유 가스 개발에 회사들이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노박 장관이 최근 “유엔 안전보장 이사회의 투표 없이 미국은 이 같은 경제 제재를 허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노박 러시아 장관은 “우리는 에너지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경제 제재에 관련한 의문들에 대해 대화했다”고 미국의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과의 만남에 대해 밝혔다. 노박 장관은 노드 스트림 해저 가스관에 대해서 릭 페리 미 에너지부 장관과도 논의했다고 밝혔다.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는 노드 스트림 사업에 정치가 끼어들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과거 미국과 러시아는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 협력보다는 경쟁관계로 대치해 왔다. 미국은 지난 10여년간 프랙킹 기술을 적극 도입해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발돋움하며 러시아와 라이벌 관계가 됐다. 

양국은 현재 중국과 유럽 서방국의 시장에서 경쟁하는 관계가 됐다. 미국 생산자들은 최근 액화 천연가스를 폴란드와 리투아니아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폴란드와 리투아니아는 지난 수 십년간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수입해 왔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는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들이다. 러시아는 대부분의 원유를 수출하는 반면 미국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소비하고도 모자라 수 백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산유국들에게 원유 생산량을 늘려 유가 하락을 이끌 것을 촉구해왔다. 최근 러시아는 OPEC 회원국들과 만나 하루 100만 배럴씩 생산량을 늘리는데 동의했다.  

<시애틀 = 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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