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결국 도를 넘은 산업계의 엄살이 통했다고 볼 수 있어요. ‘과도한 부담’이라는 기업들의 부풀리기식 하소연에 정부가 한 발짝씩 물러서다보니 이렇게 된 거죠. 앞으로도 이런 협박에 가까운 엄살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가 배출권거래제를 넘어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 성공여부를 가를 것입니다”

최근 제1차 계획기간의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량보다 배출량이 더 적어 배출권이 1500만톤(외부감축실적 2200만톤 별도) 가량 남았다는 소식이 들리자 환경단체 관계자는 이렇게 분석했다. 배출권을 과다하게 할당했다는 시민사회의 지적에도 불구 산업계가 과소할당이라고 우기면 정부가 슬금슬금 양보만 하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배출권거래제가 돼 버렸다는 것이다.

실제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 검토단계부터 산업계는 철저하게 ‘읍소모드’를 보여 왔다. 온실가스 감축부담이 연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여론전을 펼쳤다. 특히 선진국조차 도입하지 않은 배출권거래제를 우리가 먼저 시행, 산업경쟁력만 훼손한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정부를 압박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이같은 산업계 주장을 분별력 있게 구분, 정리하지 못한 채 계속 끌려 다녔다. 환경부가 주도하던 배출권거래제를 느닷없이 기획재정부로 넘긴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산업경쟁력 하락 논리에 환경과 지구 보호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검증 없이 기업들의 메가폰 역할을 수행했던 언론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초기부터 강력한 배출 억제정책의 부작용을 우려, 느슨하게 시작할 수는 있다. 여기에 1차 계획기간의 경제가 어려워 발전소나 생산설비 가동률이 낮아졌을 수도 있고, 산업계가 진짜(?) 온실가스 배출노력을 기울여 예상보다 배출량을 줄였을 수 있는 등 추가 분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수많은 엄살을 피던 대다수 기업들은 여전히 말짱하다. 그들이 주장했던 수천억원∼수조원에 달하는 엄청난 감축부담은 어디에도 없었다. 산업경쟁력 훼손으로 인한 국가경쟁력 저하 역시 그 누구도 검증할 수 없는 말폭탄 수준에 가깝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지난주 정부는 2차 계획기간의 배출권 할당총량을 17억7713만톤으로 설정, 공개했다. 1차 때보다 오히려 2.1%가 많다. 시장의 분위기는 산업계 의견을 정부가 상당부분 수용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반면 기후환경단체들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친환경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기대했던 것에 전혀 못 미친다는 판단에서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2차 계획기간 유상할당제(3%) 도입으로 발전사 등 26개 업종의 경우 연간 4조5000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주장과 보도가 나오고 있다. 추가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유상할당을 받는 업종의 불만은 당연하다. 그러나 아무리 따져 봐도 연간 수천억원을 넘지 않는데도 조 단위 비용을 들먹인다.

다시 엄살은 시작됐다. 정부의 역할은 뻔하다. 엄살에는 속지 않되, 실질적인 산업계의 부담은 잘 어루만져야 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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