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한전, 8차 송변전설비계획안 18일 전기위원회서 의결 예정
2031년까지 전기료 약 30조원 투입 논란 여전 EP HVDC 등 강행

▲한전 전력연구원 고창전력시험센터에 설치된 '±500kV 가공 HVDC 2 Bi-pole 실증선로와 송전탑.
▲한전 전력연구원 고창전력시험센터에 설치된 '±500kV 가공 HVDC 2 Bi-pole 실증선로와 송전탑.

[이투뉴스] 초고압 직류송전선로(HVDC)와 765·345·154kV 교류 송전선로 1만3000여c-km(서킷킬로미터=회선수×길이)를 새로 건설하는 한전의 ‘제8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2017~2031)’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전력당국간 밀실논의를 거쳐 조만간 확정된다.

기존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된 신규 원전과 석탄화력 생산전력을 수송하고, 재생에너지 전원의 전력망 연계를 보다 원활히 한다는 게 이 계획의 명분이자 골자다.

하지만 전문가와 전력당국 내부에서조차 안정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동해~수도권 육상 HVDC 건설계획(EP 프로젝트) 등을 충분한 검토없이 기정사실화 한데다,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 크게 떨어진 국민 수용성에도 불구하고 설비 증설 일변도 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향후 적정성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2031년까지 8차 송변전계획 이행에 필요한 투자비(전기료)는 3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5일 산업부와 한전, 전기위원회 말을 종합하면, 한전 이사회는 지난달 말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8차 송변전계획안을 의결한 뒤 이달초 전기위원회 계통전문위위원회에 사전 보고했다.

본회의 상정 전 전문위 감수를 거치는 차원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 5월부터 산업부와 종합계획안을 협의해 왔다. 이에 따라 당국은 오는 18일 개최 예정인 제219차 전기위원회에 이 계획안을 심의안건으로 상정, 원안 의결할 계획이다.

애초 219차 전기위 회의는 내달 중순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번 계획안 속행심의와 218차 추가검토안 처리를 위해 일정을 앞당겼다. 

8차 송변전계획안과 관련 한전은 "전체적으로 불확실성이 커 잠정계획 형태로 수립한 것이 특징"이라며 "과거 계획보다 대형사업은 줄었고, 완공시기가 늦춰진 사업도 다수"라고 설명했다. 전기위원회는 "사전 논의과정에 특별한 쟁점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 정부차원의 공식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설명과 달리 8차 송변전계획은 역대 어느 계획보다 대규모 설비투자와 송전선로·송전탑 건설을 전제하고 있다는 게 당국 내부관계자들의 일관된 증언이다. 765·345kV 송전선로 대량 증설은 물론 기존 강원~신경기 765kV를 대신해 200여km 가공(공중) HVDC 송전선로 2개 라인을 새로 깔고 20여개 대형 변환소(변전소)와 완도~동제주간 해저 HVDC 건설을 조기 완공하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되면 작년말 기준 약 3만3900c-km인 전체 송전선로 길이는 2031년 4만6000여c-km까지 늘어나고, 변전소 설비나 용량도 현재보다 1.5배 이상 늘어나 현재 4만2400개 내외인 송전탑도 대거 증설이 불가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계획은 강원권 신규 원전과 석탄화력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용도이며, 재생에너지의 경우 154kV 이하 송전선로 확충을 통해 접속량을 확대한다는 복안이다.

'국가 전력망 미래 노선도'로 일컬어지는 송변전계획은 전력수급계획 못지 않게 산업경제와 송전탑 경과지 지역주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사전 공개될 경우 반대 여론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로 산업부와 한전만이 제한적으로 계획 수립작업에 참여하고 있다.

전력수급계획이나 에너지기본계획처럼 공청회 등을 통해 대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없다. 

앞서 정부는 6차 전력수급계획 이후 수급계획 확정 후 송변전계획을 짜는 관행을 개선해 두 계획간 정합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한번도 제대로 이행한 적 없다.

정부당국의 이같은 밀실 논의와 송변전설비 건설계획에 대해선 전력업계 내부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육상 HVDC의 경우 교류송전선과 마찬가지로 송전탑과 케이블을 이용한 방식인데다 기존 육상~제주 HVDC처럼 고장이 잦을 경우 대정전 등 치명적 수급불안 위험이 뒤따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당국 한 관계자는 "이미 너무 많이 가 버렸다고 수정하지 않으면, 조단위 손실을 매년 안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내부는 이미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기술결함 은폐와 고발무마로 발생한 손실을 국민 전기료로 메우는 상황"이라면서 "여기서 누군가 제동을 걸지 않으면, 국민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재생에너지 발전사 관계자는 "밀양의 아픔을 보듬겠다던 의원이 대통령이 되었지만, 정부나 한전이 발전소와 송전탑을 세우는 방식이나 절차는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중립적 전문가와 국민의견을 수렴해 송변전 계획을 다시짜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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