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①] 집단에너지, 미래에도 유효한 에너지수단
[기획연재 ①] 집단에너지, 미래에도 유효한 에너지수단
  • 채덕종 기자
  • 승인 2018.07.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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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에너지 32%는 열로 소비, 지역난방·분산전원 역할 강화 필요
열연계 등 신재생에너지와도 찰떡궁합…해외에선 지원정책 풍성

“팔방미인 집단에너지, 3차 에기본에 역할 명시해야”

[이투뉴스] 정부는 지난해 11월 집단에너지사업법을 개정해 ‘집단에너지는 분산전원’이라는 조항을 새로 넣었다. 제1조(목적)에 "이 법은 분산형전원으로서의 집단에너지공급을 확대하고, 사업을 합리적으로 운영한다"고 명시했다. 기존 집단에너지 공급확대를 통해 기후변화협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에너지 절약과 국민생활의 편익증진에 이바지한다는 항목에 분산전원 역할을 추가한 것이다.

법령에 집단에너지의 역할을 ▶기후변화협약 대응 ▶에너지 절약 ▶국민생활 편익증진 ▶분산형 전원이라고 아예 4개나 명시한 후 공급을 확대해 나간다고 밝힌 에너지원은 ‘신재생에너지(신재생 개발·이용·보급 촉진법)’를 제외하고는 어느 하나도 찾을 수가 없다. 그만큼 집단에너지가 국가 전체에 편익을 준다는 점을 정부와 국회가 법조문에 새겨 넣은 것이다.

정부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집단에너지를 포함한 분산형전원 활성화 방안 마련을 구체화했다. 열병합발전의 대국민 편익과 공익적 가치를 제도적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수요지 인근에 위치하고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에 대한 용량요금 차등보상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외에도 전기사업법 개정을 통해 분산형 전원의 정의를 규정하고, 활성화 방안 등을 제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전력산업기반기금 등을 활성화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에너지절약을 비롯해 에너지이용효율 제고, 온실가스·대기오염물질 저감, 분산전원 효과 등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는 집단에너지에 대한 지원정책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산업부의 이같은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못하고 있으며, 이행하려는 별다른 의지도 보이지 않고 있다. 약속이행이 안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업계에서는 정부 내 교통정리가 안된 것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집단에너지 관련부서에서는 집단에너지 지원정책을 지지하지만, 전력과 가스 등 연관부서에서 동의하지 않고 있다는 것다.

심지어 동의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실제로는 지원정책에 반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온다. 에너지원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보니 각자 자신의 부서에서 관장하는 에너지원만 챙기려는 경향 때문이다. 정부부처 간 칸막이 뿐 아니라 같은 부처 내에서도 보이지 않는 칸막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집단에너지에 대한 편익보상과 지원정책 마련이 지지부진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집단에너지의 다양한 편익은 이미 검증 완료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집단에너지는 국가 전체적으로 많은 경제적 편익을 제공한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전기와 열을 동시에 생산·공급하기 때문에 전기만 생산하거나 별도로 열만 생산하는 방식에 비해 압도적으로 효율이 높고 대기오염물질 배출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여기에 쓰레기나 산업폐기물 소각열 등 활용하지 못하는 열에너지는 물론 연료전지와 바이오매스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서 나오는 에너지까지 유기적으로 연결, 공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산업부는 4차 집단에너지공급 기본계획을 통해 지역냉난방시스템이 개별난방에 비해 에너지소비 23.5% 절감, 오염물질 배출 49.2% 절감, CO₂ 23.0%를 절감한다고 밝혔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 선진국에선 우리보다 열병합발전(CHP)의 효용성을 더 높이 평가한다. CHP가 개별방식보다 에너지효율이 24% 높은 것은 물론 온실가스 및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저감에도 가장 비용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소개한다.

▲집단에너지(열병합발전)의 연간 사회적 편익.
▲집단에너지(열병합발전)의 연간 사회적 편익.

앞서 설명한 각종 사회적 편익을 화폐가치로 환산(집단에너지사업에서의 CHP 역할 연구)하면 2016년 기준으로 연간 7501억원(에너지절감편익 4039억원 + 온실가스저감편익 1677억원 + 대기오염 개선편익 178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TSP(입자상물질)와 중복계산 가능성이 있는 미세먼지 저감효과 및 환경비용 원단위에 대한 연구결과가 부족한 특정대기 유해물질 저감편익을 제외한 수치다.

갈수록 고압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고, 송전망 포화 및 북상조류 등 전력계통 문제로 인해 분산형 전원의 필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수요지 인근에서 전기를 생산, 공급해 고압송전망이 필요 없는 분산전원은 도심형 신재생에너지와 산업체 자가발전 등이 있지만 가장 실효적인 수단으로 지목되는 것이 바로 열병합발전이다.

▲열병합발전의 분산전원 편익(2017년 기준)
▲열병합발전의 분산전원 편익(2017년 기준)

열병합발전의 분산전원 편익을 계량화한 결과 엄청난 수준이라는 것이 입증됐다. 실제 연구결과 송선손실 회피편익 4.67원을 비롯해 송전혼잡비용 회피편익 16.8원, 송전망피해 회피편익(송전망 건설비용 회피편익 포함) 56.92원 등 전체적으로 kWh당 78.39원에 달한다. 국내 대학교수진이 공동으로 작성한 이 연구보고서는 글로벌 에너지정책분야 최고의 학술지로 평가받는 ‘Energy Policy’에도 출판됐다.

소비자측면에서 봤을 때도 지역냉난방을 쓰면 쾌적하고 편리하다. 하지만 업계는 개별가구의 편의성 증진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 더 나아가서는 지구를 지키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는 ‘열병합발전+소각폐열’을 활용한 지역난방이 ‘전기+개별난방’ 방식에 비해 환경친화적인데다 온실가스 배출까지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럽의 CHP 지원 사례
▲유럽의 CHP 지원 사례

집단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와도 궁합이 잘 맞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료전지나 태양열 등 가동과정에서 나오는 신재생 열에너지를 고스란히 배관망에 연계, 지역난방 용도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태양광이나 풍력에서 남은 전기를 열로 저장, 전기 생산이 중단될 때 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곳곳에서 연구ㆍ검토되고 있다. 즉 집단에너지는 연료전지와 태양에너지, 바이오매스 등 어떤 에너지원과도 접목 가능해 유연성과 활용성 측면에서 가장 뛰어나다고 볼 수 있다.

집단에너지의 다양한 편익에 주목한 EU와 미국 등은 다양한 정책지원을 통해 열병합발전과 지역난방 보급을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CHP와 지역난방으로 에너지효율개선이 이뤄지면 발전소 건설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아래 재생에너지와 비슷한 대접을 하며 우대하고 있다. 실제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CHP에서 생산한 열에 REC(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를 발급하거나, EERC(에너지효율공급제도)에 따른 인증서를 부여해 경제성을 끌어 올리고 있다.

◆원별 칸막이 허무는 통합적 에너지정책 필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집단에너지사업은 여전히 ‘여러 에너지사업 중 하나일 뿐이며 그중에서도 골치 아픈 사업’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개별 에너지원으로, 중요한 산업으로도 평가하지도 않아 정부 내 단독부서(과)로도 올라서지 못한 채 에너지절약 및 효율부서와 한 방을 쓰고 있는 형편이다. 민간에게 사업을 개방했던 2000년대 초반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평을 듣기도 했으나, 이때 진입했던 사업자들은 대다수가 누적적자로 몸살을 앓고 있다.

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정부는 집단에너지를 에너지이용 효율제고 및 온실가스 배출감소 효과가 커 국내외적으로 녹색성장을 위한 핵심 수단이라며 지속가능 성장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열병합발전과 같은 분산형 전원 활성화에 대해서도 집중공급방식에서 탈피해 발전량의 15%이상을 집단에너지와 자가발전 등 분산전원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집단에너지사업법을 개정해 분산전원의 역할을 명시했고, 이후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분산전원 활성화를 재차 다짐했지만, 재생에너지 광풍이 불면서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고 있다. 전기와 가스 등 이해관계가 다른 에너지원의 견제와 반대도 단단히 한 몫을 했다. 결국 각종 에너지 국가계획에 공약은 남발했지만 실행력을 갖춘 부서도, 의지도 없다보니 주워 담지를 못하는 형국이다.
 

▲EU 각국의 집단에너지 지원제도.
▲EU 각국의 집단에너지 지원제도.

우리나라 에너지소비 현황을 보면 전체 에너지 중 30% 이상을 열(2013년 최종에너지 기준 32%)로 소비하고 있다. 난방과 온수 외에도 산업공정에서 직간접 가열 등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고, 중요하다. 특히 가정 및 상업용은 70% 이상이 열에너지 형태로 소비되고 있어 에너지이용효율개선을 위해선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열부문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를 비롯해 절약 및 효율 관리 등 세부 정책은 찾기 힘들다. 구체적인 열수요도 지역난방과 산업단지 열병합발전이 공급하는 양을 집계한 것이 유일한 통계일 정도다. 열의 발생처 또한 매우 다양하나 체계적인 조사 자료가 없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는 열이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사용·활용되고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따라서 국가 전체의 부문별·용도별·공정별 열에너지 발생 및 사용 통계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열에너지 발생량 및 사용량 집계를 통해 열에너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한 쪽에선 열이 남아서 버리고, 다른 쪽에선 비용을 들여 열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종합적인 열에너지 관리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의 결론 역시 단순명료하다.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에너지원별로 갈라지고 찢어진 에너지정책을 통합적으로 접근·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에너지기본계획에 열부문을 포함한 집단에너지 역할 강화와 분산전원 활성화 정책을 구체적으로 담아 하위부서의 실행력을 담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특정에너지의 과도한 영향력을 축소·분산시키는 한편 에너지세제개편 등을 통해 에너지원 간 정책밸런스를 맞춰 균형감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이와 관련 “에너지원별 칸막이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계획은 정책국에서, 실행은 원별 집행부서를 가진 산업국에서 하는 것이 문제”라며 “에너지정책을 펼치는 당국자가 원별 정책에 매몰되지 않고 통합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2차 에기본에 집단에너지 및 분산전원 활성화가 담겼음에도 더 어려워진 것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요구된다”며 “3차 에기본에서는 이를 더욱 구체화함과 동시에 실행력을 갖추기 위한 산업부 조직개편과 역할 재설정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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