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커피의 도시' 시애틀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스타벅스에 한 번쯤 가보았을 것이다. 1호점 구경을 마치면 곳곳에 자리를 잡은 지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요즘처럼 무더운 날에는 얼음이 가득한 플라스틱 컵에 담긴 음료를 빨대로 마시는 모습이 이 도시의 일상적 풍경이다. 

최근 스타벅스에서 새로 출시한 냉커피를 주문했다가 컵 모양이 바뀐 걸 뒤늦게 알아차렸다. 빨대 구멍 대신 입을 대고 마실 수 있는 부드러운 곡선의 구멍이 컵 뚜껑에 자리잡고 있었다. 뜨거운 라떼에서 느꼈던 부드러운 우유 거품을 차가운 라떼에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 신상품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추측은 빗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애틀시가 외식 업체의 플라스틱 빨대와 식기류 사용을 전면 금지한다는 뉴스를 듣게 됐다. 시 당국의 시책에 따라 식당과 카페, 푸트 트럭 등은 이달 1일부터 플라스틱 빨대와 식기류를 제공할 수 없다. 고객의 특별한 요청이 있을 때에만 제공할 수 있으나 종이처럼 자원순환이 가능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법시행 전부터 이미 200여 곳의 식당들은 ‘빨대 없는 시애틀(Stawless Seattle)’이라는 캠페인을 벌여 매장에서 빨대를 퇴출하고 있었다. 이번 조치로 시애틀시는 한 달 만에 230만개의 빨대를 없애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빨대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한 미국 최초의 도시로서 '빨대 없는' 일상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외식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매일 5억개의 빨대가 소비되고 있다. 풍성하고 부드러운 우유 거품이 얹혀진 스타벅스 차가운 라떼는 당국의 정책을 인식한 발빠른 조치였던 셈이다. 이 회사는 2020년까지 전 세계 매장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전부 없애겠다고 호언했다. 소셜미디어에서도 이 결정에 대한 찬반 의견은 뜨겁다.

일부 장애인 단체가 이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집회를 예고하기도 했지만 대체로 친환경기업 활동을 반기는 분위기다. 만약 외식업계가 굳이 앞으로도 빨대를 쓰겠다면, 플라스틱 재질만큼 강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환경친화적인 소재를 개발해야 듯 싶다. 현재 종이 빨대 제조단가는 플라스틱보다 10대 가량 비싸다.

이번 빨대 대란이 있기전까지는 무심코 사용하던 그 많은 빨대가 한번만 사용되고 버려지는지 알지 못했다. 그 중 상당량이 바다 등 생태계로 투기돼 왔다는 사실도 충격적이다.  빨대는 선별이 어렵고 경제적 가치가 낮아 대부분이 재활용 되지 못하고 소각되거나 그대로 버려졌다.

그렇게 바다에서 미세 플라스틱으로 작게 분해된 빨대 조각은 플랑크톤과 물고기 몸속에 축적됐고, 그 물고기가 결국 우리 식탁위에 올려져 인간의 몸속으로 들어갔다. 바다 거북의 콧속에 박힌 빨대를 제거하는 인터넷 동영상도 그간 아무 의식없이 빨대를 소비한데 대한 죄책감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앞으로 빨대를 사용할 수 없다면 우리 일상이 크게 불편해질까. 환경문제를 도외시한 채 편의상 앞으로도 빨대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일까. 결국 빨대를 소비한 개인들에게 그 대가가 돌아올텐데, 지금이라도 불편을 감수하고 새로운 습관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 아직 빨대 사용이 자유로운 한국에서 결정은 개인의 몫이다. 

앞서 2010년 시애틀은 비닐봉지 사용을 금지했고, 이번에 8년만에 다시 빨대 금지법을 시행했다. 그래도 이 뉴스를 접한 시애틀 시민들의 반응은 꽤나 긍정적이다. 빨대 사용이 불가피한 장애인이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꼭 필요한 일회용품이 아니라는 공감대과 확산되고 있다. 습관처럼 빨대를 쓰기 전, 꼭 빨대가 필요한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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