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허가용량만 2000MW 초과 330MW 단일사업도 등장
허술한 심의 노린 부실·부적격 허가신청 봇물…역할 재정립 시급

▲전남 신안군 소재 대형 태양광발전소.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전남 신안군 소재 대형 태양광발전소. (기사 내용과 관련없음)

[이투뉴스] 전기위원회가 면밀한 검토 없이 수십~수백MW급 대형 신재생에너지 발전사업 허가를 남발, 전국이 자격미달 예비사업자들의 투기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올 들어 전기위가 허가를 내준 30MW 이상 대형 발전사업은 26건에 달하며, 1~6월 누적 허가용량만 2000MW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위는 기존 석탄·원전·LNG복합 발전사업을 비롯해 3MW를 초과하는 중대형 태양광·풍력·연료전지·바이오매스 발전사업 허가여부를 심의·결정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기구다.

22일 전기위원회 상반기 발전사업 허가 현황자료에 따르면, 위원회는 지난 5월 S사가 신청한 충남 태안 330MW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을 허가했다. 안면도 198필지를 사업부지로 제시한 이 사업은 2021년 5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단일 태양광 프로젝트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외에도 전기위는 강원도 홍천(70MW), 전남 순천(60MW)과 화순(70MW), 충북 충주(50MW) 등의 50MW이상 대형 태양광사업을 잇따라 허가했다.

풍력발전도 규모면에서 태양광 못지않다. 지난달말 D사가 강원도 영월에서 60MW 허가를 낸데 이어 같은달 전남 신안에서도 62MW사업이 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또 전남 곡성(60MW), 순천(60MW), 화순(73MW), 영암(60MW), 신안(62MW), 경북 포항(60MW) 등에서 대단위 풍력 발전사업이 사업권을 획득했다.

연료전지도 충북 진천 80MW 프로젝트를 비롯해 남양주 다산 40MW, 인천 금곡 20MW, 경기 화성 20MW, 경남 양산 20MW 등 중대형 사업이 줄줄이 전기위 관문을 넘어섰다.

이처럼 중대형 신재생 사업이 봇물을 이루는 건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높이기로 했기 때문이다. 3020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 추산 태양광 30.8GW, 풍력 16.5GW를 확충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수십~수백MW급 메가 프로젝트가 다수 개발돼야 한다는 게 정부 안팎의 인식이다.

문제는 이 틈을 타 제대로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부실·부적격 사업들이 전기위 심의를 인허가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 내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전기위 심의는 3MW 초과 대형사업을 다루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3MW미만 지자체 심의보다 허점이 많다. 

전기위 사무국 인력이 소수라 밀려드는 사업허가 서류를 제대로 소화하기 어려운데다 실제 심의를 담당하는 위원들이 이 분야에 대한 이해가 떨어져 부실사업을 걸러내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 산업부 사무국 직원들에 대한 의존도만 갈수록 높아져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처리를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게 위원회 사정에 밝은 관계자들의 한 목소리다. 실제 전기위로부터 2014년 100MW 풍력발전사업 허가를 득한 강원도 고성 A풍력사업은 부지 미확보 및 사업성 결여로 올해 도(道)로부터 사업시행 최소 처분을 받았다.

또 전남 신안군 안좌에서 90MW 태양광을 추진 중인 K사는 농지법에 따라 태양광 설치가 원천 불가능한 농업진흥구역에서 발전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지난 5월 전기위에 허가신청을 냈다가 재심의 처분을 받았다.

A 대기업 사업개발 담당자는 “농지에서 태양광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사업자가 사업허가를 신청했을리 있겠냐. 그만큼 사업자들이 전기위원회 인허가를 우습게 보고 있다는 얘기”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 관계자는 "오죽하면 3MW 이하 사업은 투자비를 만들어도 지자체 문턱을 넘기 어렵지만 수십~수백MW 대형사업은 그럴싸한 사업계획서 하나면 허가가 떨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면서 "전기위 심의 역량과 공정성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정 투명성부터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C 컨설팅기업 대표는 "차라리 모든 행정절차를 공용망에서 전산화해 데이터베이스화하면 불공정이나 부정·부패 개입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향후 전력계통 연계 업무와도 연계해 발전사업 관련 모든 행정을 통합적으로 공유·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전기위가 설립 목적대로 공정한 경쟁과 소비자 권익보호에 부합하는 사업심의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현행 전기위는 행정에 대한 효율성도, 책임도, 권한도 제대로 없다. 산업부가 모든 걸 검토해 단순히 심의만 거치는 형태"라면서 "유럽처럼 전기위를 단순한 자문위원회로 조정하든지, 그렇지 않다면 전기, 가스, 석탄 등 유관 에너지 전 분야를 다루는 독립 에너지위원회로 격상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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