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강희찬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강희찬] 35°C를 웃도는 찌는 듯한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7월 말까지라던 장마는 이미 끝났고, 9월 중순까지 푹푹 찌는 날씨를 견뎌내야 한다. 항상 그렇지만, 더운 여름이 오면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 문제가 다시 주목을 받는다. 한꺼번에 시원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싶지만 인간이 기후시스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극히 미약하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기후변화의 문제를 조금이나마 늦추기 위한 노력은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가정에서는 주부들이 이런 더운 날씨에도 전기와 가스를 아끼고 물사용을 줄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산업계에서는 배출권거래제도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어떻게 해서든 줄여보려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가정의 에너지 절약 노력은 주목받지 못하고 있고,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노력은 강 건너 불구경인 상황이다. 최근 이 둘(가정과 산업)을 연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블록체인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 블록체인이라는 개념이 처음 소개되었을 때, 그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투기 상품이라는 부정적 인식만 확산되었다. 그러나 블록체인이라는 플랫폼의 가장 큰 장점은 “발행과 거래 기록의 객관화”라고 볼 수 있다. 즉, 가상화폐의 발행, 거래, 소유, 반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수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되고 상호 감시됨으로써, 관련 정보가 소수에 의해 조작되거나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해진다. 그리고 이 가상화폐는 투자대상인 동시에 거래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고, 손쉽게 법정 통화로 전환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우선 가정의 입장에서는, 현재 몇몇 지자체들은 ‘탄소포인트’, ‘에코마일리지’ 등의 제도를 통해 가정의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노력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제도는 태생적 한계로 인해 지속적인 에너지 절약 노력을 유도하기 어렵고, 탄소포인트의 사용처도 한정되어서 우리의 생활까지 깊숙이 확산되기 어렵다. 특히 가정에서는 산업계가 겪고 있는 ‘배출권거래제도’로 인한 어려움에 대해 큰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가정에서의 에너지 절약 노력이 어떻게 산업계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연결되어 있는지, 혹은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감축과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큰 관심이 없다. 한편, ‘파리협약’의 결과물로 한국이 제출한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NDC)가 확정되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다배출 산업계가 주 대상이 되어 2015년부터 ‘배출권거래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산업계에 한정된 감축 부담은 점점 한계에 봉착하면서, 배출권 가격이 치솟고 있다. 배출권가격이 오르면, 이를 구매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블록체인은 가정과 산업계를 연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된다. 우선 가정에서 하는 경제활동 중 전기 및 가스 절약, 물 절약 등 활동과 태양광, 풍력, 지열활동 등 재생에너지를 통한 전력 생산 등은 객관적으로 검증 가능하기 때문에 주 대상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하여 이러한 가정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대해 ‘탄소코인’과 같은 가상화폐인 배출권을 발행한다. 그리고 가정은 배출권가격의 흐름을 보고 언제쯤 이 ‘탄소코인’을 팔아야하는지를 결정하여 적절한 가격에 거래를 통해 판매한다. 한편 배출권거래제도에 포함된 기업들은 또한 이 거래시스템을 통해 이 ‘탄소코인’을 구매하여, 부족한 배출권을 충당한다. 모든 감축활동, 탄소코인 발행, 거래, 반환 등 거래 기록은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저장되고, 참여자 누구나 열람하며 비교가능하다. 

이러한 블록체인을 통한 가정과 산업계의 연계는 다음과 같은 이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가정은 지금처럼 산업계의 배출권거래제도에 대한 무관심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노력으로 직접 ‘탄소코인’을 얻을 수 있고, 이를 적절한 가격에 거래함으로써,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동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이 증대될 수 있다. ‘탄소코인’ 판매에서 얻을 수 있는 현금은 추가적인 감축 노력을 위한 충분한 보상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에너지 절약이나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를 위한 은행대출에서도 담보물로도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둘째, 배출권거래제도에 참여한 기업들은 부족한 배출권을 얻을 수 있는 대안이 하나 더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배출권 확보 부담이 경감될 수 있고, 이로 인해 배출권가격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이 공개됨에 따라 보다 투명하고, 정보가 균등하게 나눠지는 배출권거래제로 발전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다. 셋째, 국가적 관점에서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다배출 기업에게만 지웠던 부담을 가정 등 참여 국민 모두가 나눠질 수 있어 목표 달성이 보다 수월해 질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블록체인 플랫폼을 활용한 ‘탄소코인’은 아직 생소하고 제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걸림돌도 많다. 그러나 쉬운 부분부터 하나둘씩 적용을 넓혀 간다면 머지않아 우리 생활 깊숙이 확산되면서, 그만큼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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