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고효율 장점, 분산전원 및 신재생에너지 백업역할 주목
에너지전환 과정서 가교역할 가능…의존적 산업구조 탈피해야


“에너지전환+남북에너지협력도 집단에너지가 해결사”

[이투뉴스] 이제 아침에 눈을 뜨면 날씨와 함께 미세먼지 정도를 살피는 것이 일상이 됐다. 미세먼지가 심각할 경우 외출을 미루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심지어 프로야구 경기까지 안 열린다. 미세먼지를 거를 수 있다는 값비싼 마스크도 불티나게 팔린다. 미세먼지의 소굴이라 불리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 석탄발전소와 경유자동차 역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지구촌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와 같은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태평양 섬나라는 물론이고 베니스를 위시한 상당수 해안도시가 잠기는 등 대재앙이 될 것이란 경고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어느덧 세계 7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 됐다. 지난 20년간 온실가스 배출 증가율은 OECD 국가 중 최고다. 여기에 파리협약으로 이제 선진국이든 개발도상국이든 무조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야 한다.

오랫동안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은 안정공급이 최우선 목표였다. 특히 산업발전을 위한 에너지 공급을 중요시, 산업과 에너지 정책을 한 정부부처에 맡겼다. 하지만 갈수록 에너지에 대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미세먼지 및 기후변화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저렴하고 안정적인 공급과 함께 환경까지 생각하는 에너지가 되어야만 살아남게 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위해 에너지전환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원자력과 석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는 대폭 확대하는 등 환경친화적인 에너지 공급을 늘려나간다는 목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단 번에 재생에너지 시대로 점프할 수 없거니와, 비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집단에너지가 주목받고 있다. 화석에너지에서 재생가능에너지로 넘어가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에너지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 미세먼지 저감, 온실가스 감축에도 유효
열병합발전(CHP)을 포함한 집단에너지의 효용성은 이미 입증됐다. 에너지효율 제고, 온실가스 및 대기오염물질 저감, 분산전원 효과까지 국가 전체적으로 많은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의 경우 원천적인 저감시설이라는 점을 환경부로부터 인정받아 여타 발전·에너지 업종에서 분리, 배출권 할당 등 여러 측면에서 우대를 받고 있다.

▲전원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비교
▲전원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비교

미세먼지 역시 신재생에너지를 제외한 여러 발전원 중 단연 적게 배출한다. 열병합발전을 포함한 LNG발전은 석탄발전에 비해 미세먼지 배출량이 PM10은 1293분의 1, PM2.5는 1760분의 1에 불과하다. 여기에 황산화물의 경우 석탄발전이 3226배, 질소산화물도 2배가량 더 배출한다. 완벽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선 다양한 정책수단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집단에너지가 유효한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안정적인 주파수와 전압 유지, 정전시간 최소화 등 우리나라 전기품질은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한전이라는 단일 회사가 발전부터 송배전망 건설, 전기 공급까지 모두 책임지는 독점체제의 효율성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전의 대량생산 및 고압송전망을 통한 전기 공급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대규모 발전단지는 물론 고압송전망 건설이 민원이라는 벽에 부닥치면서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송전선로 포화 및 전력계통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선 분산전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분산형 전원으로 신재생에너지와 자가발전, 열병합발전을 꼽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의 경우 지붕태양광 등 수요지 인근 발전시설 입지가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갈수록 외곽으로 이동하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풍력 역시 산간지역에 주로 위치하고, 해상풍력도 수요지 인근으로 보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신재생 전체를 분산전원으로 인정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자가발전 역시 낮은 산업용 전기요금 등으로 정체 내지 감소세를 보이는 등 확대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실질적으로 분산형 전원 역할 수행이 가능한 발전원으로 수요지 인근에 입지하는 500MW 이하의 열병합발전 및 LNG발전을 꼽는다. 특히 소형(자가)열병합발전을 비롯해 연료전지발전 등도 분산전원 취지에 부합한다는 평가다. 집단에너지는 여기서 나오는 열을 연계·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은 이런 전통적 기능 외에도 발전출력이 일정치 않은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도 꼽히고 있다. 정부가 2030년까지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출력 조절 및 비상 시 백업 역할을 할 수 있는 전원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기동/정지가 용이하고 출력 조정이 뛰어난 열병합발전 및 LNG복합의 동반육성 방안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원별 기동특성.

이처럼 많은 편익을 주는데도 불구 열병합발전 등 집단에너지는 오히려 설 자리를 점점 잃고 있다. 다양한 편익에 대한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는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 이용 확대 및 계통 안정 기여에 대한 합리적 보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전기부문에서의 미흡한 보상으로 인해 열부문으로 비용전가까지 우려하고 있다.

구체적인 보상 강화책으로는 현행 열제약발전 보상비용을 ‘Min(SMP, 증분비)+무부하비용 일부’에서 미니멈 조항을 삭제, 불이익을 제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여기에 갈수록 증가하는 석탄발전 가격결정의 경우에 열제약 정산금이 급락하는 만큼 대체 LNG복합 변동비로 정산하는 방안 등도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분산전원편익과 환경편익 반영을 위한 용량요금(CP) 개선 및 송전망 이용요금제 시행 등도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남북 에너지협력 시 유력 대안, 해외진출 가능성도
그동안 대결과 반목이 계속되던 남과 북이 판문점에서 열린 정상회담을 계기로 화해무드로 바뀌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도 남북화해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가다. 물론 남북이 단시일내 대결국면을 떨치고 협력시대로 나갈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진전이 이뤄지더라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분석도 많다. 하지만 남북간 화해와 협력은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내야 할 민족의 숙원이라는 점에서 최근의 분위기를 환영하는 여론이 우세한 흐름이다.

북한의 에너지 상황은 심각하다. 에너지 수급이 우리나라의 1990년대 초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1인당 에너지소비 역시 460TOE로 정상국가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무연탄 45억톤, 갈탄 160억톤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열악한 인프라와 기술·자본 부족으로 생산이 원활하지 못해 고질적인 에너지난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북한의 주요 발전설비인 미분탄 화력발전소도 대다수가 30년 이상 노후한데다 연료문제와 부품과 정비 부족으로 정상가동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연도별 남북 에너지 수급 현황.

북한은 아직 에너지를 국가가 무상 배급하는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기와 석탄, 석유 모두 공급능력 부족으로 사실상 전기는 제한송전이 일상화 됐고, 민수용 석유류 역시 배급이 중단된 상황이다. 상대적으로 우리보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 지역난방을 하는 평양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일반 주민들은 저급석탄이나 땔감으로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는 가슴 아픈 소식도 전해진다. 민가 근처에 산이 대부분 민둥산이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남북교류가 본격화되면 에너지 분야에 대한 지원과 협력방안 모색이 최우선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를 중심으로 철도와 도로 등 인프라가 구축되지 않고선 제대로 된 교류와 협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상을 바탕으로 정부 역시 다양한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에너지공기업을 중심으로 대북 에너지사업 아이템도 검토되고 있다.

북한에서 가장 필요한 에너지는 당장 전력이다. 여기에 남한에 비해 훨씬 추운 곳이기에 난방 수요 또한 많다. 따라서 부족한 전력과 난방 수요를 비교적 단기간에 그것도 동시에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집단에너지 열병합발전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남북 간 송전망을 연결, 남한에서 생산한 전기를 끌어다 쓰자는 의견도 있지만, 송전선로 건설 등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그다지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남한과 북한을 전력그리드로 연결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동북아 수퍼그리드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은 공통된 인식이다. 하지만 우선은 분산형 전원을 이용해 북한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면서 기본적인 에너지인프라를 갖추는 방안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의 전기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선 많은 자원을 가진 석탄을 비롯해 수송이 편리한 중유, 가스, LPG 등 다양한 에너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 다만 연료에 상관없이 전력부족 상황과 겨울철 난방문제 해결까지 감안하면 열병합발전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결국 눈앞에 닥친 에너지문제 해결과 함께 남북통일 이후의 친환경-분산형 그리드까지 고려할 때 집단에너지(열병합발전)가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집단에너지의 대북 진출이 성사될 경우 북한의 심각한 전력 및 난방 수요를 충족시키는 것은 물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 집단에너지사업자에게는 새로운 성장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집단에너지사업은 택지개발수요 포화는 물론 세대당 열 수요량 감소, 가격경쟁력 약화 등으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남북에너지협력이 원활하게 추진되면 이후 난방수요가 비교적 큰 중국 동북부지역과 몽골, 러시아 등으로의 진출기회도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집단에너지 설비기술과 운영 노하우는 유럽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세계 어디에 내놔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전기+난방수요가 큰 해외 진출과 함께 지역냉방기술을 결합, 동남아 및 중동 국가로의 진출방안 등에 대해서도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온기운 숭실대 교수는 “북한의 에너지 실태를 봤을 때 당장 대규모 발전시설을 짓기는 어렵고, 남한에서의 송전 역시 계통접속이 힘들어 장기적 과제로 설정해야 한다”며 “북한 수요와 우리나라가 지나온 길을 감안할 때 지역별로 소규모 분산형 전원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북한이 우리보다 추워 난방수요가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전기와 열을 모두 해결할 수 있는 CHP가 대안 중 넘버원”이라고 평가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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