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35도가 넘는 폭염이 계속되면서 정부와 탈원전을 반대하는 세력간의 논란이 무성하다. 지난 24일 전력예비율이 7.7%로 떨어지면서 그동안 꾸준히 탈원전에 반대해온 원자력 진영은 일제히 정부에 포문을 열었다. 골자는 정부가 원자력발전을 없애겠다면서 전력예비율이 떨어지는 등 전력난이 우려되자 원자력발전에 의지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비난이다.

눈에 보이지 않게 뒤에서 움직이는 원자력 진영의 이같은 캠페인은 그동안 쌓인 불만이 노출되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원전 진영과 이에 편승하는 세력의 논리는 에너지업계의 전문가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적지 않다.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탈원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터무니없는 왜곡이라고 나선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원전과 석탄을 줄이겠다는 정책을 마치 현재의 원전을 모두 폐쇄하거나 앞으로 할 것처럼 여론을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현 정부가 마련한 장기 에너지계획을 보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원전 발전량은 크게 줄지 않도록 되어 있다. 다만 새로 계획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건설을 줄이고 수명이 다한 원자력발전소의 자연감소를 감안해 원자력비중을 줄인다는 방안이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마치 원자력발전소는 금방이라도 폐쇄하고 점차 가동을 줄이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설사 정기적으로 예정되어 있는 정비 보수기간을 폭염 대책으로 단축하거나 계획을 연기하는 것도 너무 당연한 일이다. 

보다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이번 폭염으로 인한 전력 상황을 둘러싸고 원전을 찬성하는 세력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층과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하는 집단과의 갈등이라고 할 수 있다. 에너지전환은 세계적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각론에 들어가면 곳곳이 지뢰밭이다. 기득권층에 있지 않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도 되지 않고 약점만 잔뜩 노출되어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가기가 쉽지 않다.

폭염으로 전력공급 문제가 불거지면서 보다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은 전력시장에서도 시장경제가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시장은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올라가기 마련이다. 즉 전기수요가 급증하면 전기요금이 올라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고 전기요금이 올라가면 전기를 가능한 한 쓰지 않고 절약하거나 효율을 높이는 기술개발이 뒤따른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김종갑 한전 사장이 강조했던 것처럼 콩으로 두부를 만드나 콩보다 두부 값이 싼 반시장경제의 상황이다. 차제에 전기요금도 시장에 맡겨 조정하는 방안을 정부는 심도 있게 검토해야 한다.

또한 툭하면 전력예비율을 높게 유지하는 것만이 능사로 보이나 이 역시 돈이다. 연간 8760시간 중에 연중 10여시간 남짓에 그치는 피크타임을 위해 수조원의 돈을 써야 하는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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