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추위 단계부터 공정성 논란 불구 인선 강행
원자력안전과미래 "지난 정부보다 못한 철학"

▲손재영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이 7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손재영 원자력안전기술원장이 7일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KINS

[이투뉴스] "원자력 안전 규제 핵심기관 기관장에 친(親)원전 관료를 앉히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임명권자(대통령)가 잘 몰랐다면, 그를 추천한 이들이 문제이자 적폐의 뿌리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원장 인선을 놓고 원자력계와 시민사회 안팎에서 무성한 뒷말이 나오고 있다. 7일 12대 KINS 원장으로 취임한 손재영 전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장 얘기다.

손 신임 원장은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출신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서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처장과 원자력통제기술원장을 지냈고, 지난해말에는 원안위원장 후보로 나섰다가 중도 사퇴한 바 있다.

8일 원자력계에 따르면, 손 원장을 새 수장으로 맞은 KINS는 원전 등 원자력시설 심사 및 검사, 방폐물 폐기기설 안전관리 등의 기술실무를 담당하는 원자력 안전규제 핵심기관으로 엄격한 중립성과 독립성을 요구받는 기관이다.

전국 원전에 주재하면서 고장·정지나 예방정비 때 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정해진 절차나 규정을 준수하는지, 기술적 결함은 없는지 등을 관리 감독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원전 재가동 허가는 원안위가 하지만, 사실상 그 근거를 만들는 실무가 KINS 몫이다. 이 기관의 중립성이 훼손되면 안전규제에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과거부터 친원전 인사로 분류돼 온 손 원장이 발탁되자 원자력 안전규제 정상화를 주창해 온 시민사회 진영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손 원장의 경우 현재 원안위 고위직들과 과학기술처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고 지낸 사이인데다 원안위 사무처장 시절 위원회 위상이 장관급에서 총리실 산하로 격하되는 실무작업을 주도한 인사로도 알려져 있다.

특히 사무처장 시절 원안위를 관료중심으로 운영하려다 이은철 전 위원장에 퇴출당한 전력이 있고, 이후 박근혜 정부 핵심실세 도움을 받아 2013년 원자력통제기술원장으로 다시 복귀했다는 게 규제기관 안팎의 풍문이다.  

그래서 시민사회 진영에선 원자력 안전규제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내건 현 정부가 친원전 인사로 분류되는 그를 굳이 신임 KINS 수장으로 발탁한 배경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더욱이 이번 신임 원장 임명은 과거처럼 상급 관리감독기관인 원안위가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했다. KINS 원장직은 지난 5월말 임원추천위원회 후보 압축과정에서도 공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손 신임 원장 인선에 대해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큰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전·현직 원자력기술 전문가들로 구성된 원자력안전과미래(대표 이정윤)는 성명서에서 "현 정부가 손 원장을 원자력 안전전문 기관장으로 중용한 것은 지난 정부보다 못한 안전철학의 빈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자력안전과미래는 "현 정부의 원자력안전대응은 지난 정부수준과 비교해 비슷하거나 오히려 약화된 모습만 보여줄 뿐 세월호 촛불정부의 특징이 될만한 개선된 모습은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면서 "임추위 공정성 문제까지 거론된 손 씨를 별다른 해명도 없이 취임시킨 것은 과연 어떤 안전철학에 의한 선택인지 의문"이라고 성토했다.

한편 손재영 원장은 전날 취임식에서 "현장중심 안전검사로 사고고장을 예방하는데 최우선 역점을 두는 한편 생활주변방사선 분야 관리도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임기는 2021년까지 3년이다.

이상복 기자 lsb@e2en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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