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가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
[칼럼] 우리가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하는 이유
  • 김선교
  • 승인 2018.08.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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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공학박사)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공학박사)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부연구위원
(공학박사)

[이투뉴스 칼럼 / 김선교] “모두가 불편함에 익숙해져야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여름철마다 불편함을 강요받아 왔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에어컨을 키면 ‘누진 요금제’라는 무시무시한 처벌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누진 요금제’는 ‘징벌적 요금제’라고 불린다. 여름철마다, 에어컨을 켰다는 대가는 ‘요금 폭탄’으로 이어지고(2016년 개편 이전, 월 600kWh를 사용하면 전기요금은 21만원이 넘었다) 많은 사람들의 불쾌지수를 더욱 높여 주었다. 그래서 “불편함에 익숙해지라”라는 말은 불쾌지수를 높여줄 뿐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누진제에 대한 불만은 여름철마다 계속 있어 왔다. 결국 정부는 2016년 12월 누진세 완화를 발표한다. 그 내용은 주택용 전기요금의 연평균 11.6%, 동하계 14.9%의 인하를 기대하며 주택용 요금제를 기존 6단계에서 3단계로 개편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조치는 2004년 이후, 12년 동안 쌓인 불만을 해소해주는 것 같았다.  그러나 올해 여름 111년 관측사상 최악이 폭염이 왔다. 이번 폭염은 단순한 더위가 아닌 국가재난 수준이라 한다. 당연히 사람들의 불쾌지수는 높아지고 에어컨 사용으로 전기요금이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번 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인다. 여야 협의도 빠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시적으로 10~20%의 요금할인을 계획하고 있다. 

아마도 이러한 소동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국민은 더위에 지쳐가고, 전기요금 걱정은 불만으로 이어지고 정부는 임시방편적인 요금 인하를 선언한다. 그러나 이러한 반복되는 상황과 대응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적절한 조치일까?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일단 폭염은 피하고 보자”.

폭염을 피하는 것은 모두가 원하는 바이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조치는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지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더 나아가 “절전이 미덕인 시대는 지났다. 전기를 쓰고 싶은 만큼 쓰게 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일부 산업 관계자들은 “전기를 마음대로 쓸 수 있도록 전력 인프라를 충분히 갖춰야 한다”라고까지 주장한다. 일부 언론도 이러한 주장을 거든다. 일본 정부가 폭염에 마음껏 전기를 사용하라 권장한다는 내용의 기사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공유된다. 이번 정부의 에너지 정책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도 일부 있다. 8차 전력수급계획이 수요 예측을 일부러 낮게 했으며, 원전을 짓지 않겠다는 정책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 비판한다. 

사실, 지금 전력 수급은 매우 안정적이다. 전체 발전기 용량을 설치용량(Installed Capacity)라 한다. 당연히 설치용량이 크다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설비용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전체 발전기의 부하율(load factor, 공급설비가 어느 정도 유효하게 사용되는지 나타내는 지표)은 낮아지고 낭비가 발생한다. 결국 안전성과 경제성을 모두 고려해서 최적 설비예비율(=1 - 최고 수요/전체 설비용량)이 결정되는데 우리는 2017년 8차 수급계획에서 31년 적정 예비율을 22%로 산정하였다. 최근 우리나라 설비예비율은 2011년 4.1%에서 2016년 17.6%로 크게 증가하여 전력 수급 여건은 과거보다 나아진 상황이다. 

참고로 지난 2일 현재 설비용량은 11만7840MW이며, 올해 최고 수요는 9만2478MW(7월 24일)로 설비예비율은 21.52% 정도로 오히려 매우 안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일부에서는 공급 예비율 10%를 안정성의 기준으로 오해하는데 사실은 운영예비력과 예측을 얼마나 보수적으로 하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에 예비율이 10% 이하를 기록해도 운영 안정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설비용량과 운영예비력이 충분하다고 전기를 펑펑 써도 되는 것일까? 답변부터 하면 “아니다”. 우리가 추진하는 ‘에너지 전환’의 철학은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활용 확대와 사용 증가’를 목표하며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전환은 ‘에너지 효율성 증대와 수요 증가 억제’를 통해 지속 가능성은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시장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선진 전력시장에서 논의하는 미래의 요금제는 당연히 ‘전기를 맘대로 쓰게 하는 것’을 지양한다. 오히려 ‘실시간 가치 반영, 효율적 전기 이용, 새로운 시장 창출, 신기술의 발전’을 위한 요금제를 설계하고 있다. 동시에 에너지 효율 강화, 수요관리 시장 확대 및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추가적인 발전, 송전, 배전 설비 구축을 가급적이면 최소화하고자 노력한다.

지금 1년의 전력 수요를 쭉 나열하면, 요즘과 같은 여름과 난방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에 전력 수요가 집중한다. 연중 피크(Peak) 수요를 낮출 수 있다면 우리가 설치해야 하는 발전설비, 송전설비 및 관련 설비 역시 줄일 수 있다. 대규모 발전 설비는 1기당 수조에 달하는 비싼 설비이니 가급적 짓지 않고 전체 효율을 높이는 방안은 매우 발전적이고 올바른 방향이다. 수요자원은 네거티브 전력(negative power)의 의미로 네가와트 전력(negawatt power)이라고도 불린다. 평소보다 전력을 적게 쓰는 것은 발전기와 동등한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우리는 가급적이면 더 적게 쓰고 발전기 건설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제언
지금의 전력산업 정책은 30~40년 후 전력 산업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정책은 단기적 해법보다 긴 호흡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일시적인 불만 억제 요법은 당장은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전력산업의 미래, 에너지 전환에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주택용, 상업용, 산업용을 구분하지 않고 효율적 전기 사용을 장려하는 새로운 형태의 소매 요금제가 제안돼야 한다. 동시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것도 어려운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에너지 복지제도는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속 가능성을 높이고 불확실성을 낮춰줄 수 있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역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도록 적절한 인센티브와 퇴행적 발전을 방지할 패널티에 대한 실제적 논의도 시급하다.

우리가 에너지를 낭비한다면 당장은 편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미래를 생각하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낫다. 물론 요즘같은 폭염에 “에어컨을 켜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약간의 불편함을 너그럽게 이해하며 “25도가 아닌 29도로 설정하고, 보다 효율적인 에어컨과 전자제품으로 교체하자”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에너지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에게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도와줄 필요가 있다. 에너지 복지는 강화하고 전체 효율성은 높이는 새로운 요금제에 대한 논의가 절실하다. 과거의 불편함은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국가에서의 절박함 때문이었다면, 지금의 불편함은 ‘우리 모두와 미래세대를 위해’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불편함에 익숙해지고, 좀 더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

김선교 박사 sunkyo@kistep.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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