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정부는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연일 계속되면서 7월과 8월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인하했다. 산업통상자원부 발표에 따르면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1·2단계의 상한선을 각각 100kWh 올렸다. 이로써 월 전기사용량이 200kWh인 1구간은 300kWh까지 93.3원이 적용되며 2단계는 500kWh까지 187.9원, 500kWh이상은 280.6원이 과금된다.

2년 전에는 7~9월 구간별 사용량을 50kWh씩 확대했으나 금년의 경우 폭염의 최고기온이 더 높아진데다 폭염 일수도 늘어 확대폭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에 따라 1512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월평균 1만370원(19.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누진제 완화로 국민이 혜택 받는 전기료 총액은 2761억원.

정부가 뒤늦게나마 가정용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조정한 것은 날마다 폭염에 시달리는 국민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재난으로까지 번진 폭염이 한창이거나 절정이 지난 시점에서 정부의 이런 대책이 나왔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동안 7월말에서 8월초 40도 전후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을 절약하기 위해 에어컨을 켜지 않았던 국민의 피해는 아무도 보상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혹한은 이미 예정된 재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폭염이 지속되자 다시 한시적인 대책을 내세운 것 역시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4년 에어컨 보급률은 9%에 그쳤으나 가장 마지막으로 조사됐던 2013년에는 78%에 달했으며 지금은 최소한 9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 사실이 바로 에어컨 일상화를 웅변하는 것이다. 이처럼 한여름 에어컨 일상화가 진행되는 시점이라면 정부가 선행적으로 나서서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주택용 전기요금은 전체 전기사용량의 13%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굳이 누진제를 두어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가구에는 최대 3배의 징벌적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검토할 시점이 됐다. 누진제는 당초 6단계로 2004년에는 최대 11.7배의 요금차이가 있었다. 그러다가 2016년 여름철 한시적 누진제 완화에 이어 3단계로 줄이면서 요금차이도 3배 수준으로 줄였다. 누진제를 도입한 취지는 무분별한 전기사용을 규제하고 전기 절약 풍토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상업용의 경우 이같은 누진제를 적용하지 않아 문을 열고 영영을 하는 등 전기를 펑펑 써왔다는 점에서 형평성이 문제되어 왔다.

차제에 정부는 문제가 생길 때 비로소 해결하는 땜질식 개편에서 벗어나 시대 상황에 맞도록 전기요금 체계를 바꿀 필요가 있다. 이는 전기를 많이 쓰는 시간에는 전기요금을 비싸게 매기고 전기가 남는 시간에는 전기요금을 싸게 하는 스마트 방식이 되어야 한다. 개편에는 저소득층 대책도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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