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이엔씨기술㈜ 서윤석 에너지진단사/효율 높이고 손실 요인 개선하는 '공장 의사'/저가경쟁-부실진단-진단불신 악순환 '큰일'

24시간 생산라인을 가동 중인 경기도 안산 공단의 한 전자공장에서 일은 하지 않고 보일러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공장에서 새는 에너지가 없는지 알아보는 중이다. 이들은 바로 '공장 의사'인 에너지 진단사들이다. 

 

전기와 열을 하루종일 투입해야 하는 이 공장은 연간 8억원을 에너지 비용으로 쓴다. 대일이엔씨기술㈜의 에너지 진단사들은 이 비용의 10분의 1을 줄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무슨 약을 어디에 써야할지' 처방을 내리는 게 이들의 역할이다. 보일러, 용광로에서 방출되거나 버려지는 열을 회수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도 하고, 전기 사용 패턴을 관찰해 손실 요인을 지적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한다.

 

지난 13일 이곳 현장에는 30년을 열기관 옆에서 보냈다는 에너지 진단사가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서윤석(57) 대일이엔씨기술 전무이사다. 현장을 찾은 기자에게 건넨 첫마디는 진단업무 내용이다.

 

그는 "공기압축기의 압력 1㎏/㎠를 낮추면 전력을 7% 줄이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전무는 자타가 알아주는 로(爐) 베테랑이다.

 

서 전무는 "용광로나 소각로 설계부터 건설까지 로에서 인생을 보냈다"며 "로와 관련된 일이라면 빠질 수 없다"고 열 관리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1977년 포항축로㈜에서 공사ㆍ기술과장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포스코 3, 4, 5차 건설 공사과장과 (우리나라 포스코에 해당하는)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스틸에서 책임자 등을 거쳐 1984년 회사를 차렸다.

 

서 전무는 대명로공업, 대명종합기계㈜ 대표이사로 1996년까지 로 분야에서 탄탄대로를 걸었다. 특히 1991년 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함께 철강과 금속을 만드는 고온용 용광로에 적용되는 '세라믹 열교환기'도 개발했다. 호사다마라했던가. 1996년 갑작스런 사고로 '잘 나가던' 사업을 접고 4년간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회복하면서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서 전무는 그의 경험과 지식을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진단기관에 입사했다. 그는 "회사에 들어온 2000년부터 현재까지 진단한 대상업체만 50군데가 넘는다"며 "과거에 쏟았던 노력들이 결실을 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 회사가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진단한 사업장의 에너지 절감률은 평균 9.9%였다. 중소기업 진단기관 중 최고였다. 서 전무는 "늘 정도(正道)만을 고집해온 회사의 방침이 결과에 반영됐을 뿐이다"고 말했다.

 

앞서 이 회사는 2000년부터 대한생명(63빌딩)과 현대자동차 전주, 울산 공장, 동국제강 인천공장 등 377개 사업장과 9개 건물을 대상으로  진단을 실시했다. 대상 사업장의 투자비 회수기간은 평균 2.5년이다.

'차별화'만이 살 길

 

서윤석 전무에게도 고민은 있다.

 

지난해부터 에너지진단 의무화가 시작됐다. 연료를 연간 2000TOE 이상 쓰는 에너지다소비 사업장은 에너지이용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에너지진단기관을 통해 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의무화 이후 사업성을 발견한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진단시장에 뛰어들면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저가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수익성도 의무화 이전만 못하다.

 

서 전무가 더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저가 경쟁이 부실한 진단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또 에너지 진단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상황도 우려하고 있다. 에너지 진단기관 확대는 이 같은 상황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이다.

 

그는 또 프리랜서 진단사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도 피력했다. "진단 보고서를 넘긴 이후에도 사업장에서 수시로 전화가 온다.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몇 번이고 설명해 달라는 것이다. 프리랜서를 고용하면 이런 A/S에 신경을 쓰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서 전무는 "에너지관리공단이 내실있는 기관을 육성하기 위해서 관리, 감독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며 "저가 경쟁에서 이런 기관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공단이 조정해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에너지진단 대상업체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홍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의무화보다 온실가스 저감에 대한 시급함을 알리는 게 우선이다"고 주장했다.

 

서 전무는 자사의 맨파워와 전문성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는 "현재 회사의 12명 진단사 대부분이 10년 넘은 '프로선수'들이다"며 "건축전기기술사, 요업기사, 열관리기사, 배전기술사, 전기공사기사, 에너지진단사 등 전문 인력들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투뉴스에서 지적했듯이(본지 3월 3일자 3면) 실력이 부족한 진단기관과 승부를 낼 수 있는 것은 실력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 전무는 또 "일본과 유럽의 에너지진단 기업들은 진단 대상 기업과 연간계약을 맺는다"며 "에너지 소비량이 제일 많은 A5급 공장을 진단하고 보고서를 쓰는 데 29일은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도 결국 선진국처럼 연간계약 형태로 가야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아울러 서 전무는 출혈 저가경쟁이라는 악순환을 돌파하기 위해 타기관과의 '차별화'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우선 해외 선진 업체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기술을 한층 높인다는 전략이다. 일본의 미쓰비시나 히타치와 협력을 맺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귀띔했다. 또 건물의 에너지, 방제, 안전 등을 아우르는 종합 관리 시스템을 선보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 바로잡습니다 

본지 3월 17일자 8면 '에너지 절감은 정확한 진단이 출발점'이란 제하의 기사 중 '공기압축기의 압력 1㎏/㎠를 낮추면 연료를 7%줄이는...'에서 '연료'를 '전력'으로 바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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