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을 보며
[칼럼]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을 보며
  • 양춘승
  • 승인 2018.08.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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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부위원장
양춘승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CDP)
부위원장

[이투뉴스 칼럼 / 양춘승] 연일 폭염이 기승이다. 집집마다 에어컨 사용이 늘게 되니, 전기요금 폭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가정용 전기요금의 누진제가 세간의 비판을 받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낮게 가져가면서 가정용만 높은 요금을 매겨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다. 급기야 정부는 지난 8월 7일 가계의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하여 7~8월 두 달간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보면, 현재 kWh당 93.3원이 부과되는 1구간의 상한을 300kWh로 187.9원이 부과되는 2구간의 상한을 500kWh로 조정한다는 것이다. 이 결과 2구간 이상에 속한 1512만 가구의 전기요금이 7∼8월 가구당 평균 1만원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정부 방침이 얼마나 통할지 솔직히 의문이지만 차치하고, 1974년 석유파동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할 때 에너지절약을 유도하기 위해 처음 도입된 전기요금 누진제가 4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지속돼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전기는 현대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동력이고 우리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합리적인 전기 가격은 최적의 에너지 생산과 소비, 나아가 산업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더구나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저탄소 경제로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 합리적 전기요금의 설계는 더욱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누진제 논란은 합리적인 전기요금제도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선 한국전력공사가 전력 생산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계절별 시간대별 전력 수요를 정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 과소비를 막자는 취지의 누진제가 꼭 필요하다면 가정용 산업용 모두 적용하는 게 합당할 것이다. 또한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확대하자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정책과 발맞춰 기업과 가계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도록 전기사업법을 개정하는 것도 동시에 추진돼야 할 것이다. 

확실히 이번 누진제 논란은 기존 전기요금제의 불합리한 면을 지적하고 이의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그 이상의 의미에 주목하고 싶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속적인 폭염과 열대야다. 따라서 누진제 논란은 이미 변해버린 기후에 적응하기 위한 우리사회의 자연스러운 반응으로 봐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번 정부의 한시적 누진제 완화 방침은 문제의 초점을 한참 벗어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가구당 전기요금을 얼마나 줄여주느냐는 경제적 고려 이전에 국민들이 어떻게 이 폭염을 견딜 수 있게 하느냐는 사회적 고려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에 소요되는 예산은 한시적인 전기요금 조정이 아닌 기후변화 적응 예산으로 충당돼야 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정부 대책 중에 기후변화 적응 대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정부 발표를 보면, 현재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다자녀·다가구, 출산가구, 복지시설 등을 포함한 사회적 배려계층에 적용되는 전기요금 할인 금액을 올해 7~8월 한시적으로 30% 확대하기로 하고, 영유아가 있는 가정이 폭염으로 불편을 겪지 않도록 연간 250억원을 추가로 지원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폭염이 전 국민에게 예외 없이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면 이 정도의 대책은 사실상 무대책에 가깝다.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을 기후변화 적응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해법은 완전히 달라진다. 

먼저 기후변화 적응 예산을 대폭 늘리고, 폭염 기간 전력 사용에 대해서는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 한 누진제 적용을 전면 면제해야 하고, 그로 인해 한국전력이 입는 피해는 정부의 기후변화 적응 예산으로 보전해주어야 할 것이다.

기후변화는 이제 서서히 우리 삶을 옥죄어 오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기온 상승을 막는 일도 중요하지만, 이미 변해버린 기후에 잘 적응해 살아남는 일 또한 시급한 일이다. 더 늦기 전에 기후변화 적응 정책의 전면 재검토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양춘승 CDP 부위원장 karlcs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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