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전력사용량이 최고 정점에 이르렀을 때 전력사용을 줄임으로써 전체 수요를 감축하는 훌륭한 제도를 마련해 놓고도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달 역대 최대 전력피크 때 이를 활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부는 2014년부터 전기사용자가 전력시장 가격이 높을 때 또는 전력계통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아낀 전기나 보유한 전기를 전력시장에 판매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수요자원(DR. Demand Response) 거래시장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전력 피크로 전력가격이 크게 올라갔을 때 굳이 공장 등을 가동하지 않음으로써 상대적으로 전체 전력수요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대신에 해당 기업은 수익을 올리는 시스템이다. 이는 연중 10시간 남짓에 불과한 전력피크 때 전력공급을 위해 수조원이 드는 발전소를 새로 건설해 평상시에 놀리는 것보다 일부 희망하는 기업들의 공장가동을 줄임으로써 전기수요를 줄이는 방식으로, 경제적으로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도입된 제도.

산업부는 이에 따라 수요자원시장 업계에 올여름 DR 발령 조건을 목표수요 8830만kW 초과나 예비력 1000만kW 이하일 경우로 사전 통보했다. 당연히 업계는 DR 발령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올 7월 기준 당장 가용가능한 등록용량 약 4.2GW를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전력수요가 역대 최대치인 9248만kW를 경신한 이후 예비력과 예비율이 최저 각각 709만kW, 7.7%까지 떨어졌는데도 DR을 발령하지 않았다. 당연히 산업부는 수요자원을 투입해 최대 피크를 낮춰야 했으나 24일 정오쯤 공급측면에서 수요가 대응 가능한 수준이고 DR 참여기업 의견수렴 결과 휴가철을 앞두고 다수기업이 조업 막바지로 DR 실행 융통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는 군색한 변명을 내놓았다.

이는 정부 스스로 DR시장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DR 발령에 대비했던 기업들은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정부와 업계는 전력피크 때 수요관리를 위해 DR 자원을 2014년 1.5GW, 2016년 3.8GW 등으로 확대해 왔다. DR시장에 지급되는 비용은 작년 기준 2000억원 수준으로 언제든 가동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실제 발령 여부와 관계없이 기본금(CP. 용량요금)도 지급한다.

산업부가 이처럼 좋은 제도를 만들어놓고도 DR시장을 발동하지 않은 것은 DR의 정확한 필요성과 의미를 잘 알지 못하는 일부 언론이 탈원전을 위해 전력수요를 감축한다며 터무니없이 비판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이 많이 드는 발전소를 건설하는 대신 1년에 몇 번 없는 요즘과 같은 피크 때 쓰려고 만든 DR시장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이를 설명하고 홍보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특히 DR시장은 참여기업들의 자발적인 동의 아래 시장이 형성됐고 발령요건이 충족되면 정부가 자신있게 활용하면 끝나는 것이다. 탈원전 및 석탄화력 감축으로 도리에 맞지 않은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산업부의 어려운 입장은 이해되나 훌륭한 제도를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담그지 못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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