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편익 인정해 지원방안 내놓고도 실행 안하고 자꾸 딴지
확실한 법적기반 마련 필요…사업자의 과도한 정부의존도 문제


“집단에너지사업 모호한 정체성이 정책혼란 부추겨”

[이투뉴스] 폭염이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뙤약볕 아래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에너지 세제개편안이 친환경 열병합발전을 고사시킬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제도개선을 약속할 때까지 주요 사업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릴레이 시위를 진행한다는 각오다.

재작년 여름, 집단에너지업계는 열요금 제도개선을 해달라며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항의집회를 벌이는 등 단체행동에 나선 바 있다. 아울러 문재인 대통령 당선자 시절에는 광화문에서 “집단에너지 편익을 제대로 보상해 달라”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이처럼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이 매년 여름마다 시위와 집회에 나서는 것은 업계 전체가 단순한 어려움을 넘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에너지이용 효율화는 물론 온실가스 저감 등 환경편익, 분산전원 효과까지 다양한 편익을 제공하는데 반해 현실에서의 사업여건은 녹록지 않다. 심지어 가장 골치 아픈 에너지 업종으로 전락했다는 평까지 나오는 집단에너지. 그들은 왜 매년 뜨거운 아스팔트로 나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정부 스스로 ‘지원 강화 및 보급 확대’ 약속만 남발
올해의 1인 시위는 에너지 세제개편 때문이다. 정부가 환경친화적으로 바꾸겠다는 명목으로 내놓은 에너지 세제개편안이 오히려 열병합발전을 비롯한 집단에너지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전용 천연가스만 개별소비세를 kg당 60원에서 12원으로 내리는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내놓은 데 따른 것이다. 상황에 따라선 발전용보다 개소세를 더 내는 등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열병합발전을 발전용에 포함시켜 동일하게 12원으로 내리더라도, 기존 kg당 18원 가량 보던 세제혜택이 모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설혹 탄력세율(30%이내)을 적용하는 등 정부가 배려해도 열병합발전에 대한 세제혜택이 kg당 3.6원으로 대폭 줄어든다. 업계 입장에선 에너지 세제개편이 개선이 아니라 개악이 되는 셈이다.

열병합발전을 비롯한 집단에너지는 에너지이용 효율제고를 비롯해 국가 전력수급 안정성 및 분산전원 효과, 온실가스 배출 감소에 기여한다. 구체적으로 열과 전기를 개별 생산하는 것에 비해 에너지소비는 23.5% 절감하고, 오염물질 배출 49.2% 감소, 온실가스 역시 23.0% 절감(4차 집단에너지공급 기본계획)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다양한 에너지원과 연계·접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너지전환의 가교역할로도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현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통해 집단에너지 및 분산전원에 대한 지원 강화와 확대 방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여기에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도 열병합발전의 공익적 가치(에너지 효율, 분산편익 등)를 제도적으로 보상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수요지 인근에 위치하고 친환경 연료를 사용하는 발전기에 대한 용량요금 차등 보상을 확대하겠다고 명시했다. 심지어 집단에너지사업법 1조에 열병합발전이 분산전원임을 적시했고,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분산전원 활성화 방안을 제도화하고,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재원으로 사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밖에 발전용량 100MW를 기준으로 연료공급처가 가스공사 직공급과 도시가스회사 공급으로 이원화 된 열병합발전소 문제에 대해서도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개선을 지시했다. 발전용과 동일한 가스요금은 아니더라도 가스공사 천연가스 공급규정을 바꿔 원료비를 동일하게 적용함으로써 가격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편익 인정하면서도 보상에는 인색, 권한없이 견제만
하지만 수많은 집단에너지 지원 정책 중 아직까지 실행된 것은 거의 없다. 지원정책 마련과 집행이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산업부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집단에너지 지원정책 권한을 집단에너지 관련부서가 아닌 전력당국에서 움켜쥐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가스요금 개선 역시 가스부서가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실정이다. 이번에 발생한 개별소비세 문제도 이러한 앙금이 요소요소에서 작용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집단에너지업계는 이처럼 산업부 내 전력 및 가스 담당부서가 집단에너지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것이 집단에너지를 둘러싼 정책혼선의 근본원인이라고 지적한다. 집단에너지가 국가 전체적으로 편익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왜 자신들이 앞서 지원에 나서야 하는지 수긍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지원을 넘어 특혜가 아니냐는 시각도 남아 있어 견제 역할에 더 바쁘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산업부가 먼저 에너지 전반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으로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진단이다. 더불어 집단에너지사업에 대한 명확한 방향설정과 함께 제도운용과 지원에 대한 법적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현재처럼 전기와 가스, 신재생에너지에 끼여 있는 모호한 정체성을 탈피하기 위해선 산업부 내 전담과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물론 지나친 정부의존적 태도를 버리고 집단에너지사업자 스스로 보다 근본적인 경쟁력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분석도 끊이지 않는다. 사업자 수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도록 과감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과도한 부채 해소 등 자구노력을 병행하지 않으면 지원책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집단에너지가 편익을 주지 못한다면 정부가 그 이유를 설명하고 점차 시장에서 퇴출시키면 된다. 하지만 지금은 타 에너지 눈치만 보면서 이도저도 아닌 모호한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나서 업계가 이행해야 하는 자구노력의 수준을 제시하고, 그에 걸맞은 명쾌한 지원정책을 함께 내놓아야 꼬인 집단에너지 해법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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