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우리나라 산업부문 에너지 효율화의 실상
③ 산업부문 에너지 효율화의 편익

[이투뉴스/구민회의 EE제이] 에너지 비용을 줄여주고, 동시에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편익까지도 주는 에너지 효율화. 하지만 에너지 다소비업체 전체가 2017년 한 해 동안 에너지 효율화에 투자한 돈을 모두 합쳐도 1조원 정도에 불과하고, ESCO 산업 매출은 전년보다 절반이 줄어 들어 700억원에 그쳤다.

에너지 효율화 투자는 왜 이렇게 지지부진 한가?

에너지를 많이 쓰고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에너지 초다소비 기업들은 주로 여수, 울산, 대산 등의 대형 산업단지, 포항, 광양, 수원 등과 같은 도시에 있다. 이들은 공장에서 직접 ‘에너지혁신팀’ 이나 ‘에너지T/F’ 를 상시 운영하면서 에너지 비용절감, 원단위 개선, 신기술 도입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 조직의 목적은 공정에 가장 잘 맞고 널리 알려져 성공 사례가 충분히 많으며, 투자 회수 기간이 가능한 한 짧은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적용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공장의 ‘에너지혁신팀’이나 ‘에너지T/F’는 ‘우리가 우리 회사의 공정을 제일 잘 안다’, ‘개선과 혁신은 현장에서 나온다’는 자부심을 갖고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들을 제시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만들어진 혁신적인 기획들이 정작 본사에서는 찬밥신세가 되는 경우가 많다. 사내 투자심의 절차에서 제동이 걸리는 것이다. “ROI는 되도록 2년 이내인 것으로 추진하자”거나 “유가가 오르면 다시 검토하자”든가, “투자하면 효율 좋아지는 줄 누가 모르는가, 돈들이지 않는 제안들을 가져와라”는 마술 같은 해법을 요구하거나, “에너지비용 얼마 되지도 않는데 굳이 줄일 필요 있을까, 지금 꼭 해야 하는가?”하는 저항을 맞닥뜨린다.

반면 중견·중소 기업은 이들과 달리 에너지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회사의 규모 상 에너지 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은 고사하고 담당자조차 없어 설비 담당자가 에너지 업무를 함께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각자의 공장에서 에너지를 얼마나 사용하며 그 사용량은 적절한 지, 더 줄일 곳은 없는지, 어떤 설비와 공정을 어떻게 교체해야 효율이 좋아질 지 등 에너지 효율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늘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특정 산업단지에서는 10년 넘은 노후 전동기를 쓰는 업체들이 3분의 1에 이르고, 24시간 내내 켜 두는 조명의 절반 이상을 백열등이나 형광등 같은 효율 낮은 조명으로 쓰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역설적으로 전력 사용 행태와 요금제만을 바꾸어 연간 1억여원의 전기요금을 줄이기도 하고, 공압기를 교체하고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을 도입해서 연간 1억여원을 절감했는데, ROI는 6개월에 불과한 놀라운 사례를 보여주기도 한다.

에너지 초다소비 기업은 경제성이 좋고 에너지도 적게 쓰고 기존 공정에 접목시키기 적합하며, 생산력도 높여주면서 온실가스도 함께 줄여주는 효율화 기술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낮은 에너지 비용이 유지되고, 효율화를 향한 적절한 외부 신호를 받지 못하다 보니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투자순위를 높게 여길 수가 없다. 즉 규제여부, 지원여부, 향후 에너지 비용 추이 같은 ‘제도환경’이 ‘에너지효율에 투자해서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것이 절실히 요구된다’는 신호를 기업들에게 보내지 않는 것이다 (아래 표1,2 참고).

▲출처: 에너지설비기술의기술확산요인, 김혁준, 엄미정,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학기술정책15권 5호, 2005
▲출처: 에너지설비기술의기술확산요인, 김혁준, 엄미정,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과학기술정책15권 5호, 2005

반면, 중소∙중견 기업들은 에너지 효율화가 주요 목표가 아니며 관심도 부족하다. 이익 확대보다는 매출액과 생산량을 증대하는 추세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에너지는 생산을 지원하는 부수적인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설사 에너지 효율화를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공정 진단과 개선 사업으로 비용을 절감하고 에너지 사용을 줄여 전사적인 이익 극대화를 노리기 보다는 투입 요소 조정이나 돈 안 드는 절약 노력과 같은 단순 개선 활동에 그치는 실정이다.

결국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길은 대기업이나 에너지 초 다소비 기업에 있어서는 에너지 효율화에 최우선순위를 둘 수 있도록 외부적인 자극이 필요하며, 중소∙중견 기업들에게는 에너지 효율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시키는 방안이 우선적으로 요청된다.  전자에게는 에너지 효율투자가 성공할 수 있는 제도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후자에게는 직접적인 개입과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정부는 이와 같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을까? 다음 회에서는 에너지효율화 투자 촉진을 위해 그 동안 정부가 어떤 일을 해 왔는지를 주로 생각해 보고자 한다.

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EE, 怡怡) 변호사 gu@eelaw.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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