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계 에너지전환 왜곡 線 넘었다
원자력계 에너지전환 왜곡 線 넘었다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8.08.23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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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전환포럼 전문가들 "사실과 달라" 조목조목 팩트체크
비정부 영역 자발적 첫 대응…원자력계 쟁점화 노린 재반박
▲에너지전환포럼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각 분야 에너지전문가들이 원자력계 주장의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있다.
▲에너지전환포럼 주최로 열린 간담회에서 각 분야 에너지전문가들이 원자력계 주장의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있다.

[이투뉴스] 원자력계와 야당, 일부 보수언론의 에너지전환 흡집내기 대여(對與)·대정부 공세가 정점에 이르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전문가들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조목조목 사실관계를 바로 잡았다. 무분별하게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한 일종의 팩트체크에 나선 셈인데, 비정부 영역의 첫 자발적 대응이란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공동대표 홍종호·유상희·임성진)은 21일 서울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원자력업계 에너지전환 흔들기, 도를 넘었다'란 주제로 전문가 간담회를 열고 원자력계와 일부 보수언론을 주축으로 확산되는 에너지전환 관련 정보가 사실과 다르게 왜곡돼 유포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 자리에서 석광훈 에너지시민연대 정책위원은 '한전의 대규모 적자(상반기 8000억원대)가 탈원전 때문'이라는 원자력계 주장이 "맞지 않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2008년 MB정부 당시 원전이용률을 극대화 했음에도 한전이 2조8000억원대 적자를 본 사례를 예로 들었다. 당시 정부는 정비기간 단축 등으로 원전 이용률을 94%까지 높였다.

석 위원은 "원자력계 주장은 아전인수에 불과하다. 그때나 지금이나 한전적자는 발전연료가격이 오를 때 정부가 그걸 전기료에 반영하는 걸 막고 있기 때문"이라며 "4월부터 고유가 유연탄가격이 크게 상승했지만 정부는 발전연료비 연동제를 지금까지 시행하지 않고 있다. 가격의 수요공급조절기능은 모든 시장의 기본토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이 통제받는 상황에서 한전과 발전자회사들이 적자를 줄이는 방안은 정비기간을 줄이거나 비용을 감축하는 정도다. 이대로라면 정비업체나 부품업체 등 한전 후방산업들이 부실해지고, 향후 비용절감을 위해 발전소 부품을 저가 중국산으로 교체해야 할지 모른다"며 가격정책 정상화를 촉구했다.

정부가 의도적으로 원자력 경제성을 낮춰 사양산업화 하고 있다는 주장도 억측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양이원영 포럼 사무처장은 "원전 가동률이 떨어지는건 안전성 때문이며, 이 문제를 그냥 덮고 가자는 건 위험천만한 도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이 처장은 "전 세계적인 원전산업 사양화는 안전규제 강화 등으로 경제성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세계 원전이용률은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70%대에서 60%대로 낮아졌다"고 주지했다.

그러면서 "원전은 다른 발전소와 달리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다. 무리하게 이용률을 높이는 것이 목표가 되어선 안된다. 국내 원전은 앞으로도 비용이 더 들어갈 일만 남았다. 노후화로 정비기간은 더 길어지고 안전설비는 더 확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원전 해체비용과 핵폐기장 비용까지 더하면 원전 경제성 논쟁은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동행'도 전원(電源) 특성상 현실성이 없다는 계통전문가 분석이 제시됐다. 최근 들어 원자력 산업계는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전원구성 측면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태양광·풍력의 불규칙한 공백을 원전 등 기저부하의 고정출력이 메워줘야 안정적 수급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전영환 홍익대 전기공학부 교수는 "8차 전력수급계획대로 신재생이 확충되면, 원전은 설비를 갖추고 있어도 모두 돌리지 못한다. 원전과 신재생은 계통에서 양립하는 관계가 아니라 경쟁하는 관계"라고 단언했다.

전 교수가 2012년 기상청 기상데이터를 활용해 시행한 시뮬레이션 분석에 의하면, 8차 수급계획대로 2030년 재생에너지 전원이 설치되면 태양광·풍력이 동시 가동될 경우 수요의 50%를 넘어서 원전을 모두 멈춘 상태에서도 신재생 출력을 50%로 제한하거나 잉여분을 양수발전기 등 ESS에 저장해야 한다.

반대로 신재생이 감당하던 부하가 일몰이나 기상조건으로 줄어들면 출력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 발전기들(수력, 양수, 가스)이 이를 받쳐줘야 하는데, 이때 출력조정이 불가능한 국내 원전은 되레 수급조절에 방해요인이 된다. 발전기별 수급 유연성은 양수를 포함한 수력, 가스터빈, 가스복합, 석탄화력, 원자력 순으로 우수하다.

전 교수는 "국내 원전은 전력거래소 EMS(운영시스템)과도 연계돼 있지 않고, 출력조정도 안된다. 영국에 원전을 수출한다는데, 신재생이 늘면 원전 이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걸 과연 검토했는지 의문"이라며 "원자력이 경제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건 사실이지만, 변해가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과거 성공에만 집착해 있는 것 아닌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 일자리 창출효과와 산업규모가 원자력을 크게 앞선다는 금융투자 전문가의 조언도 나왔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원전 17조시장 Vs 재생에너지 298조 시장'이란 제목의 발제에서 "작년말 기준 재생에너지 일자리는 1000만명"이라며 "대만도 원전을 줄이면서 해상풍력 아시아 허브로서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당선부터 퇴임까지 일관되게 에너지전환을 실현해 낸 오바마 같은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차문환 한화솔라파워 대표는 "재생에너지가 많이 확충되면 단가가 오를 것이라 보는데, 반대다. 우리나라는 그 여건이 안돼 kWh당 신재생 가격이 비싼 국가 중 하나"라면서 "앞으로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 한국도 재생에너지가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자리잡게 될 거다. 재생에너지는 일자리와 탄소감축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원자력계는 22일 이날 에너지전환포럼 간담회 내용을 재반박하는 형식의 보도자료를 내고 이슈 쟁점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원자력학회는 보도자료에서 "에너지전환은 기대만큼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않으며,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무조건 계통에서 소비해야 한다는 전제보다 대체 비용 등을 꼼꼼히 분석한 전원구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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