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기후변화와 기록적 폭염과 에너지 복지
[칼럼] 기후변화와 기록적 폭염과 에너지 복지
  • 허은녕
  • 승인 2018.08.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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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 한국혁신학회 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 한국혁신학회 회장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부회장 / 
한국혁신학회 회장

[이투뉴스 칼럼 / 허은녕] 이번 여름,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현상, 특히 지구온난화를 확실하게 몸소 체험하고 있다. 그런데 국민들이 말 그대로 ‘기록적인’ 폭염에 대하여 이야기 하는 것을 들어보면, 그동안 전문가들과 정부가 틀려도 한참 틀린 것 같다. 국민들은 온실가스 감축이나 에너지 절약이 아니고 전력요금 인하를 통한 전기사용량 증대, 아니, 아예 복지차원에서의 ‘냉방용 전기사용 보장’을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 문제는 어제오늘 이야기 된 것이 아니다. 국제적인 이슈화가 되어 온실가스 감축협의가 시작된 것이 1980년대이니, 족히 30년은 되었다. 그런데 전문가나 정부 모두 온실가스를 줄이는 ‘대응’ 방안에만 몰두하여 24% 감축이다, 31% 감축이다 하는 대응방안에만 몰두하고 막상 실제로 국민이 체험하게 되는 기후변화 ‘적응’ 부분에 소홀했던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대한 대처 방안에는 온실가스 방출을 줄여 기온이 올라가는 현상을 억제하는 ‘대응’ 방안뿐만 아니라 변화하고 있는 기후에 맞추어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해 가는 ‘적응’ 방안도 포함됐어야 했다. 예를 들어 농수산물 분야는 이미 산업의 밑바닥부터 기후변화에 적응해 가고 있다. 영남지방의 토산품이던 사과가 이제는 강원도가 주산지이며, 제주도의 명물 감귤도 이미 경남이나 호남에서 재배되고 있다. 어쩌다가 잡히던 참치가 이제는 시장의 단골메뉴가 되었다. 수산물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가정과 상업지역 및 공장에서의 기후변화‘적응’방안은 거의 없다. 그저 수십년전 ‘70~’80년대 1, 2차 석유위기 때의 구호이던 허리띠 졸라매기 형의 에너지절약만을 외치고 있다. 그때의 한 등 끄기나 냉난방기간 제한, 차량 10부제 등의 조처가 요즈음에도 냉방온도나 시간 제한하기 또는 거리 상점의 냉방억제 등의 형태로 변화 되었을 뿐, 최고기온이 40도에 달할 때 국민들은 어떻게 에너지소비를 하여야 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이번 여름에 당한 것이다. 

너무나 다급하다 보니 제대로 된 대책을 내어놓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치고, 기후변화에 적응할 아무런 방책이 없는 국민들은 결국 에너지 복지의 차원에서 에너지 문제에 접근하고 만다.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와 비슷한 사회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우리보다 기후가 무더운 대만에서는 작년 8월에 대형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직원의 실수로 시작된 것이 전 지역의 64%가 정전되는 사태로까지 발전하였다. 우리도 충분한 적응 방안을 만들지 못하면 그리 될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에너지 절약(conservation)은 분명 중요한 행동이지만 단순한 형태의 절약은 단기적인 효과만 있을 뿐, 실질적인 효과가 없음은 이미 전 세계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실제로 효과 있는 절약 행동은 단순한 절약이 아닌 이른바 ‘스마트한’ 절약이다. 바로 첨단기술을 사용하여 에너지 소비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미 스마트한 소비를 시행한지 오래이다. 기업의 에너지시스템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준비 중인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도 기업과 건물에서의 스마트한 소비를 유도하는 방안이 상당수 포함될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가정 및 상업 부분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들이‘스마트한 에너지소비’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러한 선택과 권한이 국민들에게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뿐이다. 핸드폰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산업은 이미 소비자가 선택 가능한 다양한 사용용량과 요금제도를 가지고 있다. 똑같이 망(network)을 사용하는 전력산업은 그러나 이제 겨우 소비자가 자기가 원하는 검침 날짜를 선택할 수 있는 수준이다. 요금은 전 국민이 단일요금제도를 사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직되어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는 스마트한 행동을 할 수 없고 단지 더 쓰고 돈 많이 내거나 아니면 덜 쓰고 덜 내거나의 두 가지 선택만이 가능하다. 4차산업혁명은 고사하고, 20세기 기준으로도 전혀 스마트하지 않은 것이다. 기술도 있고 기기도 모두 있다. 단지 허용하고 있지 않을 뿐이다. 민영화니 경쟁이니 하는 산업구조논쟁도 필요 없다. 단순히 국민에게 전력 소비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옵션을 준다면 알아서 국민들이 ‘스마트한’ 선택을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5% 이상을 수입하는 나라이지만, 그렇다고 여름철에 냉방을 하지 못하며 살 이유도 없는 나라이다. 효율적인 에너지소비는 사회미덕이자 국제경쟁력이지만 단순한 에너지절약은 그렇지 않다. 국민이 원하는, 그리고 스마트한 소비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를 제공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에너지복지정책이자 기후변화 적응방안이다. 첨단기술이 국민의 선택을 보장하여주고 국민은 스마트하게 선택하는, 그리고 국민과 기업과 지자체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스마트한 에너지 소비의 시대가 빨리 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허은녕 교수 heo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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