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이투뉴스 발행인

[이투뉴스 사설] 불볕더위가 계속돼 정부가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하면서 누진제에 대한 존폐 논란이 무성하다.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는 지난 74년 석유파동 후 가정에 전기절약을 강요하기 위해 만들어진 시스템. 그러나 이로부터 44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살펴보면 주택용 누진제의 문제점은 차고 넘친다.

우선 주택용은 전체 전기사용량의 13%에 불과하다. 전체 전력의 8분의 1에 불과한 주택용 전기요금에 징벌적 누진제를 적용함으로써 일부에서는 가정용에서 전기요금을 비싸게 받아 산업용으로 싸게 공급하는 교차보조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누진율 격차가 최고 11.7배에 이르렀던 누진제는 2016년 여름 폭염이 지속되면서 한시적으로 완화됐다가 그해 12월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 현재의 3배 수준으로 완화됐다.

누진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은 에어컨이 과거에는 고급 가전제품이었으나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여름철 평균기온이 올라가고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지금은 필수 가전제품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내세운다. 에어컨 보급률은 2000년만 해도 29%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87%에 달한다.

또한 일부 선진국들이 주택용 누진제를 운용하고 있지만 누진율이 우리처럼 높지 않다는 것. 전기절약과 소득재분배를 위해 누진제를 도입했으나 이미 우리나라 주택용 전기사용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하기 때문에 징벌적 누진요금제를 지속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주장이다.

반면에 산업부 등은 누진제를 폐지할 경우 전체적인 전기요금 수준이 올라가기 때문에 전기를 적게 사용하는 저소득층에는 부담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한시적 누진제 완화를 발표한데 이어 누진제 등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제도개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백 장관이 전기요금 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개편을 시사한 것은 바람직한 발언이다.

정부는 백 장관이 약속한 바와 같이 전기요금 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에 나서는 동시에 탈원전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는 공약 아닌 공약도 솔직하게 잘못되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은 대체로 국제유가와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제유가가 현재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도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작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더욱이 폭염일수가 늘어나면서 전기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으면 한국전력의 누적적자가 늘어나고 국민의 공기업인 한전의 적자 누적은 곧 국민부담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허언을 철회해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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