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의연한 시장·제도로 에너지전환 한다는 文정부
구태의연한 시장·제도로 에너지전환 한다는 文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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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8.09.03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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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청와대-내각, 에너지정책 무엇부터 건드려야 하나]
전문가들 "시장제도 혁신 조직, 청와대 리더십 절실" 지적
▲▲지난 2월 한화큐셀 생산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태양광 셀 생산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지난 2월 한화큐셀 생산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태양광 셀 생산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이투뉴스] “여전히 70~80년대 산업화 에너지 패러다임과 법·제도로 시장도 아닌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가격, 세제, 각종 제도를 모두 정부와 공기업 영역이 틀어쥐고 무엇이 바뀌길 기대하는가. 석유위기 때 시장제도로 에너지전환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폐다. 원전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20%로 늘리는 에너지전환은 거죽에 불과하다.”

“2040년 재생에너지 목표가 30%면 어떻고 50%면 어떤가. 중요한 건 어떻게 그 목적지에 갈 것인지 실천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에너지전환은 자연발생적으로 달성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그걸 이룰 조직도, 지휘시스템도, 문제의식도, 심지어 어떤 정부차원의 논의도 없다. 청와대는 정부가 주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대단히 착각하고 있다.”

집권 2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심기일전’, ‘국정쇄신’ 등을 거론하며 지난 30일 산업통상자원부를 포함한 개각을 단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차관을 바꾼다고 이미 난맥상을 드러낸 에너지전환의 새 전기가 마련되는 건 아니라고 단언한다. 에너지산업이 하드웨어라면, 이 하드웨어가 제 성능을 내도록 소프트웨어에 해당하는 시장·제도를 혁신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표피적인 전력믹스 조정에 매몰돼 핵심에 접근하지도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전문가들은 에너지전환 정책과 미래에너지 발굴 육성 정책에 대해서도 회의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A 전력시장 전문가는 “전근대적 시장제도로 온 몸이 칭칭 묶인 상태에서 맘껏 움직여 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 아무리 좋은 하드웨어를 갖다 놓아도 그걸 구동하는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면서 “지금은 탈원전이냐 아니냐, 재생에너지를 얼마나 늘릴거냐 말거냐로 정쟁(政爭)을 일삼을 때가 아니다. 늦었지만, 청와대 주도로 여당과 산업부가 머릴 맞대고 어디부터 어떻게 변화해 나갈지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실제 정부 정책계획 수립작업에 관여하고 있는 민간위원진에 따르면, 현재 본안 작성이 한창인 3차 에너지기본계획은 ‘2040년까지의 장기 국가정책계획’이란 수식이 무색하게 사실상 기존 전력산업 구조와 시장시스템 유지를 전제로 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환경급전체제 도입은 구두선에 머물러 발전연료비만 따지는 변동비반영(CBP) 도매시장과 한전의 소매시장 독점체제가 향후 20년 이상 유지된다는 가정아래 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이런 토양에서 신산업을 발굴 육성하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린다는 건 어불성설이란 지적이 나온다. A 관계자는 “현 정부의 가장 큰 거짓말이자 착각은, 에너지전환이 재생에너지만 비중만 늘리면 된다는, 가만히 있어도 알아서 경제성이 확보되고 전환이 이뤄진다고 얘기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진실은 국민적 총론이 필요하고, 그리 쉽게 갈 수 있는 목표가 아니란 것이다. 그걸 알리고 설득해야 할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목표수치만 매만지고 있다”고 직격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에너지전환의 전제조건은 보다 유연한 시장제도 도입, 재생에너지 거래 유연화를 위한 판매시장 개방, 비용경제성 확보 등이다. 여기에 기술적 관점에서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동성 대응을 위한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 또한 어떻게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가져갈지, 그에 따른 제도개선 과제가 무엇인지 등을 논의해야 하는데 현재는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해외사례나 목표수치 조정만 거론하고 있다.

에너지정책에 정통한 당국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가 어떻더라 뜬구름만 잡을 게 아니라 한국 여건에 기반한 기술, 경제, 제도분석을 거쳐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가 차기 정부까지 차질없이 이행되도록 관리·감독할 조직과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지금은 에너지전환의 각론적 목표수치를 고민할 때가 아니라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수립하고, 그걸 뒷받침할 시장제도를 설계할 싱크탱크를 운영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재생에너지가 확대될 여건이 조성되면 목표는 알아서 초과 달성될 수 있다. 하지만 에너지전환은 전혀 새로운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 과거 중앙집중식 시스템과 인력, 정책으론 불가능하다. 새술을 새부대에 담는다는 접근으로 시장제도부터 개선하고, 가격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에너지전환을 국정과제로 내건 현 정부가 그런 의지나 문제인식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공적영역이 정책과 시장의 사실상 전권을 쥔 현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에너지전환이 요원하다는 견해도 있다. 민간기업 한 CEO는 "거버넌스 문제가 가장 중요한데, 지금은 민간섹터나 시장원리로 결정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가격, 세제, 정책을 모두 정부가 임의 컨트롤 하는 나라는 우리 뿐"이라며 "더욱이 이런 구조를 1,2차 석유파동 때 만든 시장제도로 운영하고 있다. 그러니 에너지전환이 구호나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선진국은 소비자보호와 경제적인 에너지공급, 온실가스 저감 등의 목표를 항상 공유하면서 최대한 새로운 시장과 먹거리 산업을 만들려고 애쓰는데, 우리나라는 수십조원을 투입해 공기업·대기업 중심으로 어쨌듯 목표만 달성하겠다는 수준"이라며 "정부는 핑크빛 전망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고, 어떤 문제를 손대야 하는지, 그 길을 갔을 때 5~10년 뒤 어떤 성과와 비전이 있다는 걸 제시하는데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CEO는 "이번 정부서 단초를 마련하지 못하면, 대한민국 에너지산업은 영원히 시장경제도 아니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정부 관료형 변종으로 기형화 돼 향후 국제 시장변동에 대응조차 하지 못할 것"이라며 "수십년을 과거 프레임으로 운좋게 왔지만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 핵심은 공정한 시장 룰을 만들고 효율적으로 운용하느냐다. 결국 정부보다는 청와대의 문제다. 문제인식을 갖고 디테일까지 챙겨야 하는데, 비전문가들을 모아놓고 보여주기 정책이나 펴고 있으니 앞이 캄캄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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