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회의 EE제이⑥]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 2- 현재의 규제
[구민회의 EE제이⑥]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 2- 현재의 규제
  • 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EE, 怡怡) 변호사
  • 승인 2018.09.03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⑤ 에너지효율화를 위한 정부의 역할1- 국제적 기준
④ 에너지효율화 투자는 왜 지지부진한가에

[이투뉴스/구민회의 EE제이] 지난회에서 중요하게 다뤘던 두 가지를 잠시 떠올려 보자. 먼저 미국 에너지경제효율위원회는 우리나라의 ‘에너지집약도의 변화’가 부족해서 에너지 효율화를 향한 ‘국가적 노력’을 낮게 평가하였다. 그리고 세계에너지협의회(WEC)가 에너지 효율화를 위해 추천한 정책 방향 중에는 ‘규제는 적절히 집행되어야 하고 주기적으로 강화되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이번회에서는 예고한 대로 우리나라의 규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가 ‘에너지집약도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다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이유없이 저평가 받고 있는 것인지, 현재의 규제는 충분하고 적절히 집행되며 주기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것인지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에너지에 관한 기본법은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약칭 녹색성장법)이며, 그 중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약칭 목표관리제)가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화와 밀접하게 관련된다. 목표관리제를 통해 산업부문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줄이게 할 뿐 아니라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한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목표관리제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약칭 배출권거래법)에서 정하는 배출권거래제로 이행하기 위한 징검다리의 성격을 갖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업체는 목표관리제 대상에서 배출권거래제 대상이 되는데 점점 더 많은 수의 업체들이 배출권거래제의 적용을 받게 되어 목표관리제의 영향력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배출권거래법」에서는 이중 규제를 받을 가능성을 피하기 위해 목표관리제의 주요 내용을 명시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아래 표 참조).

업체는 목표관리제에 의하여는 위의 2. 부터 6. 까지의 의무를 부담하나 배출권거래법의 적용을 받게 되면 이러한 의무를 더 이상 부담하지 않게 된다. 그러나 에너지 사용량을 직접 관리하고자 하는 목표관리제와 달리 배출권거래제는 시장에서 온실가스 배출권을 자유롭게 거래하여 기업이 자율적으로 온실가스 배출 또는 저감을 선택하여 업체의 재량권을 높이고 비용을 최적화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

따라서 「배출권거래법」에는 대상업체에게 직접적으로 에너지 효율화를 요구하는 조항은 찾기 어렵다. 필자는 「배출권거래법」의 목적과 작동 형태에 비춰보았을 때 이를 에너지 효율화 관련 법률로 분류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목표관리제의 적용대상이 대폭 축소되면서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화 관련 법령으로 남은 것은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하나뿐이다. 이 법에는 에너지집약도에 관한 명시적인 규제로서 ‘목표에너지원단위의 설정’이 있고,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규제로서 ‘에너지사용량 신고의무’, ‘에너지관리기준 준수의무’, 그리고 ‘에너지진단을 받을 의무’가 있다. 

현행 「에너지이용 합리화법」 제35조의 목표에너지원단위의 설정은 ‘산업부장관이 에너지의 이용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관계 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에너지를 사용하여 만드는 제품의 단위당 에너지사용목표량 또는 건축물의 단위면적당 에너지사용목표량(‘목표에너지원단위’)을 정하여 고시’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원단위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 우리나라가 현저히 낮은 변화율을 보인 에너지집약도에 해당하는 지표로서, 우리나라의 에너지집약도 개선 정도가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수 년째 계속 부진하다는 것을 지난 <EE제이 5회>에서 보았다.

그러나 필자가 찾은 목표에너지원단위 고시는 1999년 3월 16일자가 유일하다. 국가법령정보센터나 산업부 홈페이지 등에서 그 이후의 고시는 확인할 수 없었다. 산업부가 고시를 발령하지 않는 이유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지만 2005년부터 2007년까지 시행된 ‘에너지원단위개선 3개년 계획’에 흡수되었거나, 목표관리제가 시행된 이후에는 목표관리제에 포함된 것이 아닌가 추측할 뿐이다.

그러나 에너지집약도는 선진국 수준만큼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분명한 만큼 목표관리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서 정하고 있는 목표에너지원단위라도 다시 살려야 하지 않을까? 만약 다른 제도로 대체된 까닭에 개정되지 않고 있다면 고시 없이 방치되어 있는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의 해당 조항은 폐지하여 이중규제나 혼선을 막아야 할 것이다.

한편 에너지사용량신고는 연간 2,000TOE이상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에너지다소비업자가 에너지 사용량과 제품 생산량, 에너지사용기자재 현황, 에너지이용합리화 실적 및 계획, 에너지관리자의 현황 등을 관할 시·도지사에게 신고하고 시·도지사는 산업부장관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신고 내용이 평이한데다 미신고·허위신고라 해도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이 강제사항의 전부이다.

시·도지사나 산업부장관이 이 정보를 이용해 비효율적 에너지사용을 모니터링 하거나, 추이 분석을 통해 효율화 투자를 지시하거나, 기타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권유 또는 명령하는 등의 규정은 안타깝게도 존재하지 않는다.

에너지관리기준 준수의무와 에너지진단을 받을 의무는 서로 연관되어 있으므로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먼저 에너지관리기준은 에너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에너지 사용 설비별로 정하여 산업부장관이 고시하며, 에너지다소비사업자는 이에 따른 점검표를 매년 작성하여 5년간 관리한다.

한편 에너지다소비업자는 3년 또는 5년마다 한 번씩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에너지진단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에너지다소비사업자가 ‘에너지관리기준’을 지키지 않고 있다면 산업부장관은 ‘에너지관리지도’를 할 수 있고, 에너지관리지도 결과 에너지 손실이 일어나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손실요인의 개선을 명령할 수 있다(‘개선명령’). 만약 에너지진단을 받지 않으면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개선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따라서 이론적으로는 에너지 진단과 개선명령을 통한 에너지 효율화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진단은 받아야 해도 진단 결과를 이행할 의무는 없다. 또한 에너지관리기준은 ‘아무리 못해도 최소한 이 정도는 지켜야 한다’는 하한선을 정하는데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지키는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다. 아울러, 업체가 스스로 점검표를 작성하여 자신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형식이다 보니 기준 점수(산업체의 경우 70점)에 미달하는 사례도 드물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관리 기준이라 하면 동종의 뛰어난 기술 수준을 참고로 하는 벤치마크 형식이 되어야 하겠으나 현행법률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에너지관리기준을 지키지 못해서 내려지는 개선명령을 통해서 에너지 효율화가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지 않다. 에너지 효율 개선 명령을 내리기 위한 요건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이다(아래 표 참조).

즉, 1)에서 6)까지의 모든 요건을 충족해야 개선명령이 내려지고 그에 따라 업체는 에너지 효율화를 위한 조치를 이행하게 된다. 그러나 앞서 본 것처럼 에너지관리기준에 못 미치기 어려우니 에너지관리지도의 대상이 되기도 어렵다. 게다가 3)과 4)의 요건인 ‘에너지진단 후 제시된 개선안의 에너지절감 효과가 10% 이상 기대되는 동시에 투자비가 1년 이내에 회수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라는 요건은 무엇의 10퍼센트인지 불분명할 뿐 아니라, 절감 효과가 10퍼센트 이상이나 되면서 투자비 회수기간은 1년이 채 되지 않는 효율화 사업을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위의 내용으로 개정된 법령이 시행된 이후에 우리나라에서 개선명령을 받은 에너지다소비업체는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필자가 산업부로부터 에너지관리지도에 관한 권한을 위임 받은 한국에너지공단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하여 확인한 결과, ‘에너지진단위원회의 심의 안건으로 채택된 ‘개선명령’ 사례는 “해당사항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회신을 얻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정리해 보자. 배출권관리제 실시 후 목표관리제가 그 기능을 잃어가고, 에너지집약도를 직접 개선할 수 있는 목표에너지원단위는 고시되지 않는다. 에너지사용량신고는 미신고나 허위신고 때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게 전부이고, 에너지진단은 진단결과를 이행할 의무는 없으며, 진단만 받으면 과태료 처분을 받을 걱정이 없다.

에너지관리기준은 최소한의 준수사항이고, 일반적인 수준의 업체라면 관리지도나 개선명령을 받을 걱정도 없다. 결국 1년마다 작성한 에너지관리기준 점검표의 점수가 70점만 넘고, 매년 에너지사용량 신고를 하며, 정해진 주기마다 에너지진단을 받기만 하면 「에너지이용 합리화법」에서 정한 모든 규제를 이행하게 되는 것이다. 과연 이 정도의 규제를 통해서도 충분한 수준의 에너지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을까?

다음 회에서는 우리나라의 규제는 이렇다 하더라도 에너지 효율화를 하였을 때 얻을 수 있는 ‘혜택’은 과연 충분한 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구민회 법률사무소 이이(EE, 怡怡) 변호사 gu@eelaw.kr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시 구로구 디지털로27길 36 809-2호(구로동, 이스페이스)
  • 대표전화 : 02-877-4114
  • 팩스 : 02-2038-374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욱
  • 편집국장 : 채제용
  • 편집인 : 이재욱
  • 제호 :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 이투뉴스
  • 법인명 : (주)에너지환경일보
  • 등록번호 : 서울 다 07637 / 서울 아 00215
  • 등록일 : 2006-06-14
  • 발행일 : 2006-06-14
  • 발행인 : 이재욱
  •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 이투뉴스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 글로벌 녹색성장 미디어 - 이투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e2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