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매설길이 97%, 매설깊이 60% 제멋대로 시공”
‘가스안전공사 시공감리 지침 부정적’ 통보…개정 촉구

[이투뉴스] 매설된 도시가스 배관의 3분의 2 이상이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드러났다. 설계도면과 달리 제멋대로 매설길이를 변경한 경우가 90%를 넘었고, 매설깊이를 임의로 바꿔 시공한 경우는 60%를 넘었다. 심지어 다른 지하매설물과 교차할 때 하월로 승인받은 것을 상월로 시공한 경우도 30%를 넘어 타공사 굴착공사 시 가스누출사고를 초래할 가능성이 상존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 같은 부적정한 도시가스 배관 매설시공 관행은 감사원이 5일 공개한 지하매설물 안전관리실태감사보고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이런 실태가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가스공급시설 중압배관 시공감리를 수행한 787건에 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그 이전의 시공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함께 매설된 도시가스 배관의 안전성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32개 도시가스사업자는 배관 매설연도에 따른 정밀안전진단 대상을 제출해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정밀안전진단을 받고, 배관의 피복 손상 여부에 대해서는 도시가스사업자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결과를 제출하면 10%만 현장조사를 수행해왔다.

그러나 도시가스사업자가 안전진단대상 배관을 누락시켰음에도 그대로 정밀안전진단이 진행된데다 도시가스사업자가 자체 조사해 제출한 손상지점도 크게 누락되는 등 신뢰성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도시가스사업자는 도로법 제61조 등의 규정에 따라 상·하수, 가스, 전기, 통신시설 등 다른 지하매설물 관리자의 의견과 지하매설물 안전대책 등 도로관리심의회 심의내용이 반영된 설계도면 등을 첨부해 도로점용허가를 받은 후 공급시설을 설치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가스안전공사는 가스공급시설 설치공사를 하려는 도시가스사업자로부터 도로점용허가 설계도면 등이 첨부된 기술검토 신청서를 제출받아 이를 검토해 기술검토서를 발급하고, 도시가스사업자는 발급받은 기술검토서 등을 첨부해 시장·군수·구청장으로부터 시설공사계획을 승인받은 후 시설공사를 시행한다. 이에 대한 시공감리는 한국가스안전공사가 수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가스안전공사는 법령과 상위기준 등에 따라 감리원으로 하여금 도시가스사업자가 시공감리 신청 시 제출한 설계도면에 맞게 시공하고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도시가스사업자가 가스공급시설 배관을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하고 있을 때에는 다른 지하매설물 관리자와 공사계획 승인권자 등에게 이를 협의하도록 시공감리 시정통보서를 발급하고, 협의 내용이 반영된 수정 도면 등을 제출받은 후 시공감리하도록 해 타 매설물의 안전대책과 굴착공사 등 유지관리에 지장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 같은 규정에도 불구하고 한국가스안전공사는 승인받은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하는 것을 도시가스사업자가 동의하는 경우에는 시설공사계획 승인권자 등과 협의 없이 시공할 수 있도록 감리업무 세부기준을 세웠다.

감사원이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시공감리 현황을 감사한 결과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중압배관을 시공감리한 787건 중 765건은 시공감리 시 제출받은 설계도면과 다르게 매설길이를 변경해 시공했으며, 480건은 매설깊이를 변경 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시공감리 시정통보서를 발급하지 않고 적정하다는 감리결과를 내놨다.

특히 나주시 등 100개 지방자치단체가 가스공급시설 배관이 다른 지하매설물과 교차할 때 하월하는 것으로 허가·승인한 240건은 설계도면과 달리 상월로 시공했음에도 적정하다고 감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공사계획 승인권자 등은 가스공급시설 배관이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사실을 알지 못해 타굴착공사 시 배관 파손에 따른 가스 누출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적지 않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매설배관 정밀안전진단 관리도 부실

또한 지하에 매설된 도시가스 배관의 안전성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시가스사업자는 도시지역에 설치된 최고사용압력 0.1이상부터 1미만까지인 본관 및 공급관으로서 최초로 시공감리증명서를 받은 날로부터 20년이 지난 배관에 대해 정밀안전진단을 정기적으로 받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한국가스안전공사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한 도심지중압배관을 확인한 결과 4개 도시가스사업자가 110823를 누락한 채 1085만 정밀안전진단 대상으로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가스안전공사도 이를 파악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아울러 도시가스사업자가 자체 조사한 매몰배관 피복손상부 외에도 손상부가 대거 추가로 발견되는 등 도시가스사업자의 매몰배관 피복손상부 조사가 신뢰성 있게 수행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감사원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도시가스사업자의 매설배관 피복손상부 자체 조사결과를 제출받아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정밀안전진단 매뉴얼에서 정한 간접검사법에 따른 위험도 평가기준을 적용해 사후관리 실태를 점검·확인한 결과 위험도가 으로 분류된 피복손상부 709개소 중 239개소는 보수·보강 등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계측값을 기록·관리하지 않아 평가기준에 따른 위험도 분류가 불가능한 피복손상부 3422개소는 1240개소만 보수·보강 조치를 취하고 나머지 2182개소는 내버려 두는 등 매몰배관 피복손상부 총 1550개소 중 8273개소가 제대로 된 기준 없이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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