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작년 6월 19일 고리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우리 에너지정책의 목표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익숙한 것과 결별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자”고 했다. 물론 “국가 에너지정책 대전환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무엇보다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에너지전환 정책을 놓고 요즘처럼 한바탕 정쟁이 일 것을 예견한 듯,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적어도 이날 기념사는 온전히 문 대통령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정부는 1년 이상 에너지전환정책을 구체화 하는 정책계획을 완성해 갔다.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탈핵이 아닌 '감(減)원전계획'을 구체화 했고, 전력수요 전망값을 재조정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20%까지 높이는 계획을 비롯해 현재는 2040년을 내다보는 중장기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짜고 있다. 그런데 그런 목표 설정에 치중한 나머지 어떻게 그 목표에 다가설지, 핵심주체는 누가 되어야 할지, 정책시스템은 어떻게 재구축해야 할지 등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

가령 재생에너지 보급은 현행 PRS체제를 계속 가져가는 것이 좋은지, 재생에너지 확대는 공기업과 대기업이 주도가 맞을지, 국내 산업화와 일자리 창출과는 어떻게 연결할지 등을 토론하지 않고 그저 2030년 20%가 '많다', '적다'만 논쟁했다. 여기에 에너지전환정책 목표에 도달했을 때 우리가 얻게 될 성취에 대해서도 논의가 전무했다. 특히 에너지 가격결정부터, 각종 법·제도를 정부가 틀어쥐고 공적영역을 통해 이를 관철하는 기존 에너지정책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 권리재조정이나 기득권 혁신은 “결코 쉽지 않은 일” 중 하나다.

지난해 니어재단은 <한국경제 생태계 보고서>에서 우리경제의 5대 문제점으로 기득권 고착화, 담합과 폐쇄성, 경직성, 단기주의, 현상유지 증후군 등을 지목했다. 정치인과 재벌, 대기업, 노조 등이 모든 부문에서 기득권을 공고화함으로써 고비용 구조를 만들고 혁신을 저해하며, 기득권간 공생과 독과점이 불공정 거래와 양극화를 심화시킨다고 꼬집었다. 또 변화에 대한 저항은 기술낙후를, 근본적 처방대신 미봉책은 증상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에너지정책과 시장에 대입해도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진단이다. 작년말 기준 국내 공공기관은 330개, 이들이 굴리는 예산은 642조원으로 GDP의 38%에 달한다. 특히 에너지분야는 공기업이 과점하며 견고한 성역을 구축한 분야다. 이런 구조에서 혁신적 에너지전환이 가능한가, 이제 그런 질문을 던지고 토론할 때가 됐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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