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과거 시장제도가 에너지전환 발목 잡아”
[직격인터뷰] “과거 시장제도가 에너지전환 발목 잡아”
  • 이상복 기자
  • 승인 2018.10.08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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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원자력안전기술원 감사)
"산업부 과장이 에너지산업 실질 지배, 거버넌스 바꿔야"

[이투뉴스] 문재인 정부 들어 에너지·환경 분야도 시민단체 출신의 공직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평가는 관료 이전 평판에 따라,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란 은어)’ 이후 행적에 따라 개인별로 갈린다. 사실 좋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늘공(늘 공무원)’들의 질시와 견제도 무시할 수 없다. 석광훈(49) 녹색연합 전문위원<사진>은 두달여전 원자력안전기술원(KINS) 감사로 선임됐다. 폐쇄적인 원자력집단 내부를 감시하는 일이다. 공무(公務)는 맞지만 비상임이다. 공직자라 하기도 애매하다. "에너지전환정책이 옛 시장제도에 발목잡혀 있다"는 인식에 공감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는 드물게 시민·관료사회 양쪽서 전문성을 인정하는 인사다. KINS감사가 아닌 녹색연합 전문위원으로 그를 만났다. 인터뷰는 지난달 18일 서울 여의도에서 했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E2NEWS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 ⓒE2NEWS

-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 중 처음 에너지전환을 국정목표로 내걸었다. 그런데 여전히 소모적인 논쟁에 머물러 있다는 안타까움이 든다. 지난 1년반을 어떻게 평가하나

“전반적으론 나름 잘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장기적으로 전환이란 큰 과업을 이루려면 신규원전 중단과 재생에너지 확대로만 안된다. 시간이 너무 걸린다. 전력·가스시장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에너지믹스(조합)도 빨리 바뀌고, 국민·소비자의 관점도 바뀐다. 현행 전기·가스시장은 1980년대 동력자원부 공무원들이 그 당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만든 설계다. 대부분 목적을 달성했으니 빨리 다음단계로 가야한다. 그렇지 못하니 에너지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다. 그렇게 느끼는 이들이 적어 갑갑하다. 그걸 정확히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고, 그렇다하더라고 정치적으로 어려운 문제이긴 하다. 바꾸기가 상당히 어렵다. 대표적으로 전력시장이 국가독점이고, 가스시장도 도매시장이 그렇다.”

- 시장참여도 제한적이지만 특히 가격개입은 더 심각하다.

“가스가 좀 더 심하다. 1980년대 도시가스 보급촉진을 위해 한전에 주택용 도시가스비 상당부분을 전가시켰는데, 좀 완화됐지만 여전히 발전사에 부담을 지우고 있다. 세계 3위 도시가스 보급률을 달성했는데 요금은 OECD국가중 가장 싼 그룹에 속한다. 이제부터는 가격에 원가를 반영해 자연스럽게 수요를 조절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 교차보조 문제는 전력믹스에도 영향을 준다. 발전사들이 가스공사로부터 굉장히 비싸게 LNG를 사서 쓰다 보니 LNG발전이 경쟁력이 없다. 원전과 석탄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 되는거다. 가스시장을 좀 더 개방해 자연스럽게 원가가 도시가스나 발전용에 반영되도록 해야한다. 전력부문은 국가독점인 탓에 특정전원이 혜택을 봤다. 원전이나 석탄화력은 투자비가 굉장히 많이 드는데, 그 리스크를 공기업이, 사실상 국가가 떠안았다. 발전-송전-배전까지 수직독점 구조다보니 송전망 연계에 있어서도 이들이 수혜를 봤다. 가스발전이나 태양광발전이 사실상 차별받는 구조다. 최소한 발전과 송전은 완전분리시켜야 하고, 판매는 기업이나 소비자가 최소 재생에너지를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가야한다.”

- 구조적인 측면을 건드려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묘수가 있을까

“의사결정자들이 뭔가 개선하려해도 대중의 이중적 잣대가 두려울거다. 작년 가계동향조사결과를 보면 대도시 4인가구 한달 통신비는 21만7000원이다. 그런데 한달 전기료는 평균 4만8000으로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그만큼 우리가 시장제도에 적응하면서 휴대전화 요금에 대해선 굉장히 관대해졌는데, 전기료에 대해선 매우 인색한 이중적 잣대를 갖고 있다. 그걸 탓한다기보다 과거 정책의 결과물이 그렇단 거다. 나는 전력과 통신서비스 결합상품 만들기가 개혁의 트리거(trigger)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시장제도를 만들면 자연스럽게 대중이 갖고 있는 이중적 잣대도 상당부분 해소될거다. 전력과 통신융합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너지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데, 그게 현 정부가 추구하는 규제개혁과도 부합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웃 일본도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그렇게 단계적으로 소비자 인식도 변하고 사업자간 합종연횡을 통해 새 부가가치도 만들 수 있다. 스마트그리드도 매우 빠르게 진화할거라 생각한다.”

- 그런 변화로 나아가는데 저항이 크다. 저항의 실체는 무엇인가

“추진한지 10년이 넘은 스마트그리드가 아직 구현되지 않는 이유는 한전이 스마트미터 보급을 맡고 있어서다. 한전은 통신사업자들의 전력사업 진입을 강하게 저항하고 있다. 통신사업자가 전력시장에 뛰어들면 다양한 경험을 살려 기득권이 무너질테니까. 그러나 한전은 개인사업자가 아니라 국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공기업이다. 이제 경쟁체제로 가야하고, 그걸 따라야 한다. 저항의 원천은 기존 국가 독점체제에서 터줏대감 행세를 하는 한전과 가스공사다.”

- 관료사회도 다르지 않다고 보는데

“사실상 동조다. 왜냐면 고위공무원들은 퇴직 후 산하기관, 특히 한전이나 가스공사로 간다. 퇴임 후 보장된 직장이니 쉽게 포기하기 어려울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 2000년대 초반 전력·가스시장 개방노력이 있었기에 정치권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건다면 관료들은 따라올거다. 옛 정부들은 전력·가스노조 측에 대한 동정심이 컸다. 그 때문에 중간에 그만뒀고. 게다가 당시 구조개편 명분을 전기료나 가스요금이 저렴해진다는 논리를 붙인 게 패착이다. 지금은 혁신과 에너지전환을 위한 구조개편이 필요한 때다. 전력부문에서 믹스를 기존 석탄·원전에서 환경부하가 적은 재생에너지와 가스로 전환하려면 구조개혁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는 논리로 갈 필요가 있다.”

- 임기초 전광석화처럼하면 모를까, 문 정부에서는 실기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늦었다. 하지만 다음정부를 생각해 시장제도개선을 본격화 할 수 있는 준비작업들을 해야한다. 그중 하나가 전력도매시장이나 소매시장에서의 부분적인, 또는 시범적인 개방이다. 그걸 통해 최소 재생에너지만이라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야 한다. 또 현 체제 아래서라도 통신결합상품을 만든다든지 그런 시도가 필요하다. 사실 정권 인수단계에선 그런개혁을 추진할만한 인사나 집단지성이 없었다. 어찌보면 그것이 우리의 한계다. 그런 측면에서 지금이라도 왜 에너지시장 구조개편이 필요한지, 어떻게 가능한지 다양한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만들어 차기정부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다만 현 정부는 신규 원전 막고, 신재생 더 늘리는게 지상과제라 생각하므로, 그 이상의 과제를 제시하면 아마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좀 천천히 갈 수밖에.”

- 정부가 에너지전환을 너무 표피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석 위원은 에너지전환을 어떻게 정의하나

“과거 에너지시장은 동원체제였다. 마치 어떤 자애로운 독재자에 의해 운영되는 형태였다. 산업용 계시별 요금제나 주택용 누진제가 그 상징이다. 다른국가와 비교해 극단적인 배율이다. 하지만 그런 극단적 수요관리 프로그램들이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소비자들이 더 이상 참지 못해 과거 11배 누진제가 3배로 축소됐고, 그것도 높다는 얘기가 나온다. 산업용 경부하는 원가보다 저렴해 산업용 소비의 절반이 경부하시간대로 몰린다. 합리성을 추구하는 소비자 니즈에도 맞지 않고 효율적이지도 않다. 이제 빨리 그 체제를 종식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시장참여자들의 자발성, 공정한 경쟁, 능동적 참여 등이 가능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다양한 기술을 보유한 사업자들이 자유롭고 공정하게 경쟁하는 역동적 체제로 가야한다. 그게 에너지전환이라고 생각한다. 그 과정에 전력믹스도 자연스럽게 바뀔거다.”

- 원전 비중을 점차 줄이는 정책을 놓고 여전히 말이 많다.

“2080년까지 원전을 유지하는 게 어떻게 탈원전인가. 물론 신규원전 중단은 대통령의 대단한 결단이 아니었으면 어려웠을거다. 미국은 탈원전이란 말 한마디도 없이 2025년까지 원전이 30GW가량 감소할 전망이다. 신규 건설원전 1기는 언제 완공될지 기약이 없다. 2040년이되면 모든 원전이 폐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원전을 줄여야 할 이유는 더 있다. 최근 홋카이도 대정전 사태나 작년 대만 광역정전도 과도하게 집중된 대형발전단지가 문제를 일으켰다. 그런데 우리가 발전소를 새로 짓는 신고리원전이나 신한울원전단지는 전체 평균수요의 10~12%에 해당하는 전력을 공급한다. 언제든 홋카이도나 대만과 같은 사고가 날 수 있다. 달리 얘기하면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서라도 이들 단지에 추가로 원전을 짓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가능하지도 않다. 원자력계가 그런 부분을 이해해야 한다.”

- 정부는 원전비중 조정과 수출이 별개라고 말한다. 원자력계는 장밋빛 전망 일색이다.

“원전 시장자체는 급감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가 매년 11월 발표하는 장기 전망을 보면, 원전시장은 2016년 전망에서 2040년 기준 600GW였는데, 작년 전망에서 500GW 수준으로 한해가 다르게 줄고 있다. 남아공도 정권이 바뀌면서 지난달 9.2GW 건설계획을 취소했다. 신규원전 늘어나는 속도보다 폐쇄·취소되는 속도가 더 빠르다. 이제 남은 시장은 모두 레드오션이다. 영국 원전시장은 엄청난 불확실성 때문에 막대한 손실만보고 사업이 끝날 수 있다. 히타치를 보면 이미 투자한 비용이 270억엔이다. 틈새시장도 여건이 좋지 않다. UAE는 4기 건설이후 추가로 원전을 짓겠다고 했으나 태양광 단가가 급격히 하락하면서 계획을 모두 취소했다. 사우디도 신규원전 의지를 보이다가 수주경쟁을 연기했다. 터키도 미쓰비시가 추진하다 내진설계 등으로 건설비가 2배나 증가해 사실상 더 추진이 어렵게 됐다. 이제 남은 시장이라고 해봐야 중국정도인데, 어차피 한국에게 닫힌 시장이다. 인도는 보팔사고 이후 손해배상을 사업자 무한책임으로 바꿔 신규 추진이 어렵다. 원자력계가 무리해서 영국이나 사우디 원전수출을 추진하다가 웨스팅하우스나 도시바와 같은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로 하여금 무리하게 수출지원을 하게 만들거나 너무 성급하게 접근하면 안된다. 원전시장은 이미 구매자시장이다. 바이어가 독박을 쓸 수 있다는 뜻이다.”

- 에너지가격에 원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여러 왜곡이 발생하고 있다. 때론 복지수단으로도 전용된다.

"전력과 가스가격에 대해 정부가 스스로 자애로운 독재자 역할을 지속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게 해야 실제 시장이나 소비자들의 자발성, 능동성이 개선된다. 과거 박정희, 전두환 시대의 정부역할을 벗어나야 한다. 특히 요금을 싸게해 이걸 보편복지처럼 활용하는건 안된다. 보편복지는 접근성이 중요하지 요금을 원가이하로 공급하는게 아니다. 저소득층이 아니더라도 원룸이나 오피스텔에 사는 1인 가구가 원가보다 싼 1단계 요금을 낸다. 별로 자애롭지 않다는거다. 복지측면에서 보더라도 제기능을 못하는 상황이다. 요금체계를 좀 더 시장친화적으로 바꾸고, 에너지복지는 주택단열개선이나 효율개선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에너지빈곤가구를 400만~500만가구로 보는데, 국가적 차원에서 일종의 생활형 SOC사업으로 대대적인 에너지효율향상 주택 개보수 등을 추진하는게 낫다. 에너지복지를 그런식으로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스마트미터를 빠른 시일내 보급해 좀 더 합리적이고 능동적 소비행동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에너지진단사를 양성해 매분기별로 우리나라 주택 모두를 진단하고 끊임없이 개선할 사항을  권고해주면서 전체 주택에너지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보는 것도 좋다. 국가적으로도 효율적인 정책을 만들 수 있을거다. 최소 10~20년간 지속적으로 주택에너지효율등급을 개선하는 첨병역할을 할거다. 독일의 경우 과거 굴뚝청소부처럼 에너지진단사가 매년 모든 주택을 방문해 에너지효율을 진단하고 개선사항을 권고해 준다. 등급도 매긴다. 이게 부동산시장에도 영향을 줘 최저효율등급 이하 부동산은 거래자체가 힘들 정도다. 정부는 1회성 일자리가 아니라 그런 일자리와 신산업을 만들어야 한다."

-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은 제대가 가고 있다고 보나, 보완할 사항은

"보급량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비자나 신규사업자의 능동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재생에너지 거래부터 자유롭게 풀어주는게 병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삼성전자가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선언) 의지를 밝혔지만 자가용설비로는 태부족이다. 다른 사업자와 별도 구매계약 통해 공급받아야 하는데, 국내는 그게 불가능하다. 일부 전기사업법 개정해 그런 게 가능하도록 하는 개정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전체 전력시장 바꾸지 않고 특정 조항만 바꿔 개선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배전과 판매시장 개방을 동시에 추진하지 않으면 속도가 붙기 어려울 거다.

- 에너지정책, 가격결정 문제에 있어 거버넌스 구조도 바꿔야 하지만 정부가 바뀌어도 그대로다. 

"정부가 거버넌스의 개념을 잘못 잡았다. 합의체를 만들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거버넌스를 우리말로 굳이 바꾸자면 지배구조다. 그런데 국내 에너지산업의 실질적 지배는 전력의 경우 산업자원부 전력산업과장과 전력진흥과장이, 가스는 가스산업과장이 하고 있다. 매우 중요한 한전과 가스공사 거래를 그들이 결정하고 있다. 시민사회는 그런 세부적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다보니 무슨일이 벌어지는지조차 모른다. 아주 표면적으로 드러난 몇가지 이슈나 최근의 3차 에너지기본계획처럼 뭔가 합의를 하면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거버넌스를 너무 제한적이고 표면적 이슈에 국한시키고 있다. 실질적인 에너지전환이나 에너지시장 개선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에너지시장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더 신경을 써야한다. 한전과 가스공사로 나뉜 독점시장구조에 대해 좀더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체제로 만들고, 소비자 능동적 참여가 가능한 시장구조로 만드는 게 진정한 의미의 거버넌스 개선이다. 쉽진 않지만 시민사회나 현 정부가 그런 부분에 천착해야 한다. 현재는 거버넌스라기보다 합의기구운영 수준이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석광훈. He is…] 성균관대 산업심리학과 졸업하고 영국 서섹스대에서 과학기술정책학 석사 및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시민단체인 녹색연합에서 원자력을 담당했다. 도쿄대 법정대학원에서 원전분야 객원연구원을 지냈다. 

원자력통제기술원 비상임이사, 국가에너지위원회 전문위원,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위원 등으로 정부 정책에 관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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