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하던 과징금 폭탄은 없었고 과대·과소 할당 논란 여전
일관된 정책방향 제시 및 온실가스 감축기술 등 지원 필요

"우왕좌왕 정부정책에도 일단 연착륙에는 성공" 평가 많아

[이투뉴스] 배출권거래제 1기가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산업계가 우려하던 과징금 폭탄사태는 말 그대로 우려로 끝났다. 배출권이 부족한 업체보다 남은 업체가 두 배 가량 많았기 때문이다. 배출권이 부족했던 업체도 대부분 배출권을 사거나 외부사업을 통해 부족분을 해소했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2곳 정도가 배출권을 못 맞춰 과징금을 부과 받는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스스로 배출권거래제 1기 운영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산업계가 주장하던 배출권 과소할당에 따른 배출권 부족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거래규모 역시 매년 증가하는 등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자화자찬했다. 김정환 환경부 기후경제과장은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정부와 업체가 함께 협력해 나가면서 배출권거래제가 연착륙하고 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산업계와 전문가는 배출권거래제가 연착륙에 성공한 것은 맞지만, 그 공을 정부가 모두 챙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한다. 배출권거래제 업무가 환경부에서 기획재정부로, 다시 환경부로 넘어온 데서 알 수 있듯이 1기는 불확실성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사이 업체들은 눈치 보기에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시작된 배출권거래제 2기도 시작부터 불안하다. 업무를 관장하는 부처가 바뀌면서 6개월 넘게 배출권 할당이 늦춰지는 등 여전히 시장은 시끄럽다. 또 업종별, 업체별로 과대·과소 할당 논란 역시 여전하게 전개되는 등 산업계 불신도 아직 곳곳에 남아 있다. 유상할당제 전환이나 BM(벤치마크) 할당방식 변경 등도 목표치보다 후퇴한 경향이 있다.

◆ 배출권 거래 매년 증가, 가격도 안정세
지난 8월 할당대상업체의 2017년도 배출권 제출이 완료됨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제1차 계획기간(2015∼2017년)이 완료됐다. 1차 계획기간 중 정부가 사전 및 추가 할당한 배출권은 총 16억8558만톤이나 같은 기간 업체가 배출한 양은 16억6943만톤으로, 1616만톤(0.96%)의 배출권이 여유분으로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도 배출권 제출대상인 592개 업체 중 402개는 배출권에 여유가 있었으며, 190개 업체는 할당된 배출권이 부족했다. 업종별로는 철강 등 19개 업종은 배출권이 4936만톤 가량 여유가 있었으나, 발전 등 7개 업종은 3320만톤을 못 채웠다. 배출권이 부족한 190개 업체 대부분은 배출권 매수, 외부사업 등을 통해 배출권을 확보, 제출을 완료했다. 경영난을 이유로 배출권을 제대로 제출하지 못한 2곳이 처음으로 과징금을 받는 등 특수상황을 제외하고는 순탄하게 마친 셈이다.

1차 계획기간 할당계획을 수립하던 2014년 전경련 등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정부의 배출권 할당량이 크게 부족해 3년간 최대 28조5000억원의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는 우려가 비등했다. 하지만 실제로 1기 동안 과징금 부과가 사실상 없었다. 물론 부족한 배출권을 구매하느라 적잖은 비용이 소요됐지만, 수십조에 달할 것이란 엄포와는 거리가 멀었다.

배출권의 거래규모 역시 미미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매년 2배 이상씩 증가하는 등 활성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1차 계획기간 중 장내 및 장외에서 모두 8515만톤이 거래됐으며, 거래금액도 1조7120억 원에 달했다. 톤당 거래가격은 2015년 1만2028원에서 2016년 1만7367원, 2017년 2만1131원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며, 3년간 평균가격은 2만374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1월 1327만톤이 거래돼 역대 최고 거래량을 기록했고, 가격은 2017년 11월 톤당 2만8000원이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처럼 배출권 제출시점을 앞두고 가격이 급등하는 사례가 있었으나, 정부가 시장안정화 예비분 공급과 이월 제한조치를 내리면서 거래시장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불안한 2기, 정부부터 중심 잡아야
제2차 계획기간(2018∼2020년)으로 배출권을 이월한 업체는 454개로 파악됐으며, 그 양은 3701만톤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월물량에는 배출권 여유분과 함께 시장안정화 예비분 매수량, 외부사업 전환 상쇄배출권 등이 포함되어 있다. 업체들은 향후 정책기조에 대한 불신으로 최대한 배출권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했으나, 정부가 이월물량에 제한을 걸면서 대폭 축소됐다.

정부는 1기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할당대상업체의 감축효과, 투자현황, 생산비용 등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사업을 통해 분석 중이나, 배출량 원단위는 계속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 배출량 원단위(톤/조원GDP)는 2015년 0.369에서 2016년 0.364, 2017년에는 0.361로 낮아지고 있다.

특히 정부는 산업계가 할당량이 과소 책정돼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은 물론 28조원이 넘는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지만, 비용부담도 크지 않았으며 시장 역시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출권의 거래규모 역시 미미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매년 2배 이상씩 증가, 올해 8월까지 벌써 4000만톤을 넘어서는 등 활성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배출권 거래 당사자인 기업들은 ‘배출권 부족 사태’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정부 의견에 공감했다. 하지만 정부의 지나친 성과 과시에 다소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지난 3년간 산업계는 불확실한 정부 정책과 예측 불가능한 시장 탓에 큰 혼란을 겪었다. 심지어 정부의 불투명한 할당 방식에 불만을 가진 기업들은 환경부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하는 등 마찰을 빚었으며, 사업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집단에너지를 발전·에너지 업종에 끼워 넣는 등 오류도 많았다.

요동치는 배출권 가격으로 인한 혼선도 많았다. 2015∼2017년 내내 톤당 2만원이 채 안됐으나 갑자기 2만8000원 수준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할당대상기업들은 배출권을 사야 할지, 팔아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극도의 혼란을 겪어야 했다. 배출권 거래제 주무부처가 환경부에서 기획재정부로, 다시 환경부로 바뀌는 등 정부가 갈피를 잡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1기가 끝나고 2기가 시작됐지만 혼란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적용하는 2차 계획기간(2018~2020년) 할당 계획이 지난 7월에야 확정되는 등 정부의 갈팡질팡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원천적인 온실가스 저감시설인 집단에너지(산업단지 열병합발전) 분야를 비롯한 일부 업종에서는 여전히 배출권이 과소할당됐다고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업종-업체 별로 사업특성이나 기술적 접근방식이 전혀 다르지만 이에 따른 명확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감축을 많이 하는 사업장이 오히려 손해를 보지 않도록 벤치마크 방식 확대를 약속했으나, 그다지 늘리지 못하고 있고, 유상달당도 미흡한 수준이다. 여기에 정부가 큰 무리 없이 갈등을 봉합하는 수준으로 배출권거래제를 관리하기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배출권거래제 2기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위해선 1차 계획기간에서 겪은 시행착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정부가 거래제와 시장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을 통해 불확실성을 없애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더불어 산업계 반발을 지나치게 의식해 손대기 편한 발전·에너지 분야에만 감축 책임을 떠넘겨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대로 된 감축기술 개발 및 지원을 통해 전 분야가 고르게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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