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체효과 0.95㎾/RT로 수천억원 발전소 건설 회피효과
고효율 가스냉방기 개발·보급 따른 예산증액 등 지원책 필요

[이투뉴스] 전반적인 온난화 추세 속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이상기온이 발생하는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 724일 전력수요는 9248로 사상 최고치를 찍어 공급예비력은 709, 공급예비율은 7.7%까지 떨어졌다. 올 여름 전력피크를 8830수준으로 잡고, 공급예비력 1241공급예비율 14.1%를 예상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다.

2011년 벌어진 우리나라 사상초유의 순환정전은 여름이 지나갔다고 한숨 돌린 915일에 발생했다. 한여름과 추석연휴를 지내며 냉방수요가 거의 없고 예비율이 늘어나면서 공급능력을 줄여가는 중에 예측하지 못한 폭염이 닥쳐 빚어진 사태다.

대규모 블랙아웃 위험성은 설비용량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이상기후에 따른 폭염의 예측 불가능성과 발전소의 신속한 부하 대응이 불가능한데서 비롯된다는 방증이다.

이에 따라 전력수급의 돌발적인 변수로 인한 피크전력을 완화시키는 대안으로 가스냉방 보급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냉방용 전기를 가스로 대체함으로써 하절기 최대 전력부하를 완화하고 전력수급 안정에 기여하며, 동고하저 수요패턴 개선을 통한 저장설비 운용 효율 향상과 온실가스 저감 정책에 기여하는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서다.

가스가 공간적, 시간적 수요변동에 대한 유연한 공급이 가능해 급격한 냉난방 수요 증가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특히 가격·효율성은 물론이고 안전·환경을 우선하는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정책 대전환과도 맥을 같이해 가스냉방 보급 당위성에 힘이 실린다. 하지만 2008년부터 10년 동안 가스냉방 설치용량은 약 300만RT로 정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가스냉방 보급확대 정책세미나는 이 같은 가스냉방 보급 활성화의 당위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홍의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관하고,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도시가스협회가 공동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전력부하 완화와 가스냉방 확대방안(정시영 서강대 기계공학과 교수) 해외 가스냉방 보급사례(강용태 고려대 기계공학부 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패널 토론이 이뤄졌다.

정시영 교수는 발제를 통해 하절기와 동절기에 발생하는 최대전력은 냉방과 난방에 기인하며 온난화 추세 속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급작스런 폭염·한파가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면서 전력수요 급증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전기와 가스 등 에너지원의 기본 특성에 부합하는 국가적 대응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가스 냉난방기는 최대전력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다. 국내 가스냉방기의 전력대체효과는 RT0.95수준이다. 일본 JGA에서 사용하는 가스냉방기의 전력대체효과는 RT1로 이보다 다소 높다.

국가 에너지 차원에서는 1차 에너지의 효율적인 이용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동일한 양의 1차 에너지 투입량에 대해 전기식과 가스식 냉방효과를 분석한 결과 전기냉방을 100으로 볼 때 이중효용 흡수식 가스냉방은 92, 삼중효용 흡수식 가스냉방은 113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요단 발전 효율을 36%, 가스냉방의 경우 이중효용 흡수식 COP1.2, 삼중효용 COP1.57로 가정하고 가스냉방 전기 사용량은 RT0.26, 전기냉방의 전기 사용량은 RT1.21 로 책정해 제시된 결과다.

1차 에너지 기준으로 삼중효용 흡수식 냉온수기는 전기냉방보다 1.13배 우수한 고효율 기기로 전력대체효과 뿐 아니라 에너지 절감 및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탁월하다는 게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또한 1000규모의 발전소 건설을 회피하면 연간 670억원의 국가적 비용 절감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제시됐다. 발전소 건설회피 효과는 단위 대체전력당 절감액(억원/)에 대체전력()을 곱한 수치다.

2015년 가스냉방 대체전력이 2272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해 연간 1520억원 상당의 발전소 건설회피효과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대체전력은 난방의 경우 더 크게 나타나며, 동계 최대부하 시 가스냉난방 대체전력은 5957로 발전소 건설회피 효과는 연간 3990억원에 달한다. 삼중효용 흡수식 냉온수기의 보급이 활성화될 경우 그 효과는 더욱 크다.

고효율 가스냉방기 개발·보급 활성화를 위한 장려금 증액이나 상용화를 앞둔 삼중효용 흡수식 냉온수기 개발·보급 인센티브 등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견해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가스냉방 비율 일본 23% vs 한국 9%

해외 가스냉방 보급사례를 발표한 강용태 고려대 교수는 업무용 에너지소비율 기준으로 본 가스 냉난방 비율은 냉방 47%, 난방 24%2014년 발효된 에너지 절약법 개정을 통해 전력피크 대책과 관련한 열병합발전, 가스냉방시설 등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에서 가스냉방이 차지하는 비율은 23.4%로 우리의 9.3%와 대비된다며 전력피크 억제를 위한 가스냉방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교수는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 비교해 국내 가스냉방의 전력대체 효과는 미미한 수준으로 갈수록 상승하는 전기제품 의존도와 냉·난방 부하 상승에 따른 전력 소모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정에너지로 지구온난화 및 온실효과에 효율적인데다 국가에너지 이용합리화에 큰 역할을 한다는 평가에서다.

이에 따라 정책적 보조금을 대폭 늘리고, 사용자 입장에서 가스냉방에 대한 동기부여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예산 확충 문제에서 벗어나 비용적 측면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패널로 나온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낮은 상황에서 소비자는 국가에너지효율이 아니라 지불해야 하는 비용을 따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스냉방을 채택했을 때 이점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정부를 대표해 토론자로 나선 황병소 산업부 가스산업과장은 전력피크를 해소하는 대안으로 가스냉방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예열을 비롯해 유지보수 등에서 전기냉방보다 선호도 낮다면서 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예산 확대만이 아니라 소비자, 기기 효율 등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한 종합적 진단을 통해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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