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금융기관 탈석탄 선언…좌초자산 우려 및 사회책임투자 차원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이 석탄투자 배제를 선언하고 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이 석탄투자 배제를 선언하고 있다.

[이투뉴스] 글로벌 유력 금융기관들의 석탄화력 투자 철회 소식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석탄투자 배제를 공식 선언한 기관투자자가 처음 등장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4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석탄 및 재생에너지 투자를 천명했다.

이날 양 기관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인류 공동의 노력에 대한 지지와 동참의사를 피력하면서 "석탄발전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의 주요 요인임을 인식하고, 향후 국내외 석탄화력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관련 회사채 등을 통한 금융투자나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함께 양 기관은 재생에너지 신규 투자와 기존 투자를 확대하는 등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위한 지속가능투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석탄발전은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해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한편 초미세먼지를 발생시켜 세계적으로 매년 80만명, 한국에서는 매년 1600여명의 조기사망자를 유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외 환경단체들은 글로벌 금융기관이나 공적 연기금의 석탄화력 투자 배제를 촉구해 왔고, 금융사들의 참여가 점증하고 있다.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기관인 350.org의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는 현재 985개 기관이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 투자 배제에 동참하고 있고, 이들의 자산운용 규모는 6조2400억 달러에 달한다.

이 캠페인에는 150여개 연기금이 합류했다. 하지만 국내 금융기관의 참여는 지금까지 전무했다.

이날 석탄화력 투자 배제를 선언한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국내 3대 연기금이다. 사학연금 기금규모는 작년말 기준 19조2103억원이며, 금융자산운용액은 15조8404억원이다. 공무원연금 규모는 11조원, 자산운용규모는 8조원이다.

양 기관은 선언문에서 “세계는 지금 탈석탄 재생에너지로의 거대한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특히 석탄발전에 대한 전 세계 시민사회의 비판과 규제 강화, 재생에너지 촉진정책과 기술발전 등으로 이 지각변동의 속도는 일반적인 전망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는 화석연료 전반에 드리워진 위기로 대표적 화석연료인 석탄은 시장가치가 대차대조표상의 가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고, 석탄발전 관련 설비도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사장될 가능성 또한 크게 높아져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 될 운명의 시간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석탄화력의 투자수익이 보장된다는 (기존)금융기관의 일반적 믿음과, 이에 근거한 석탄발전 투자 관행과 결별하고자 한다. 사회적·환경적 가치를 적극 창출하거나 최소한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는 금융기관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고, 지속가능할수 있다고 확신한다. 탈석탄과 재생에너지가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라는 믿음으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투자 여정에 나서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양 연기금은 이미 사회책임이행 관점의 투자를 이어왔다. 사학연금은 2000년부터 재생에너지펀드에 투자해 오고 있고, 사회책임투자에 2017년 1000억, 올해 상반기까지 500억원을 투입하는 등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 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를 고려한 기금 운용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흔 사학연금 이사장은 "탈석탄 선언을 계기로 재생에너지 등 신규 분야 투자처 발굴에 적극 나서는 등 ESG 요소를 고려해 기후변화와 미세먼지 대응에 공적연기금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공단도 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공무원연금은 주요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 환경관련 정보공개 이니셔티브인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 국내 연기금으로는 유일하게 가입돼 있다. 정남준 공무원연금공단 이사장은 “탈석탄 선언을 계기로 국내외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고 공적연기금으로서 환경적, 사회적 가치를 적극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탈석탄 선언을 주도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이사장 김영호)은 “두 공적연기금의 최초 탈석탄 선언과 재생에너지 투자 선언은 한국의 지속가능금융 역사에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면서 “이번 선언을 계기로 한국의 다른 공적연기금과 주류 금융기관들이 탈석탄 대열에 동참해 ‘탈석탄 한국 금융기관 연합체’ 구성도 가능한 수준이 되도록 지속적인 관여활동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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