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P는 전기차 충전기업, 토탈은 태양광 모듈회사 인수
미국 초대형 석유기업들은 팔짱, 도태 위험 높아져

[이투뉴스] 영국의 석유 대기업 BP는 자국에서 가장 큰 전기차 충전회사를 최근 인수했다. 프랑스 세계 최대 석유회사 토탈은 미국에서 가장 큰 태양광 모듈 제조사를 경영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국영 석유회사 이퀴노르는 세계 최대 부유식 풍력 발전소를 건설했다.

이처럼 유럽의 석유 대기업들은 청정에너지 산업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변화하는 에너지 산업의 주도권을 잡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들은 신기술 개발에 처음부터 참여해 몸집을 키워 나가는 현명한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CNN>등 외신이 관심있게 보도하고 있다.  

유럽 라이벌들과는 다르게 미국 초대형 석유기업인 엑손모빌과 셰브론은 아직까지 태양광이나 풍력, 전기차, 에너지 저장 산업에 이렇다 할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재생에너지 사업 진출에 소극적인 태도는 이들을 에너지 산업에서 도태시킬 위험에 몰아넣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톰 엘라코트 우드 맥킨지 상임 부회장은 “엑손과 셰브론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드 맥킨지는 대형 석유회사들이 세계 석유 가스 산업에서의 시장 점유율 12%를 유지하기 위해 2035년까지 약 3500억달러를 풍력과 태양광에 투자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전기차의 확대는 석유 산업의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장기적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따른 신사업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서 승용차는 석유 소비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BP년 2016년 세계 도로 위 200만대에 불과했던 전기차가 2040년 3억2000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투자회사 <그린테크 캐피탈 어드바이저>의 제프 맥더모트 파트너는 “엑손은 시장 변화에 참여하는 마지막 주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석유 시추가 이윤을 많이 남기는 사업이지만, 변화에 동참하지 않는 것은 과거를 되찾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잡을 기회도 잃게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석유기업의 청정에너지 진출

BP는 전기차 충전회사인 차지매스터를 인수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유럽내 가장 큰 태양광 개발회사인 라이트소스의 지분을 사들이기 위해 2억달러를 투자했다. 프랑스의 토탈은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있는 태양광 패널 제조사 선파워의 최대 지분을 14억달러로 사들였다.

회사는 이후 2016년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 이온 배터리 제조사 사프트 그룹을 11억달러에 인수했다. 재생에너지 산업에 진출하면서 회사명을 바꾼 이퀴노르(전 스타토일)는 최근 세계 최대 부유식 풍력발전소를 스코틀랜드에 설치했다. 이퀴노르는 2023년까지 뉴욕의 롱아일랜드 해안에 풍력발전소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은 언제쯤 실현되나

에너지 전환이 언제 이뤄질지에 대한 전망은 분분하다. OPEC은 석유 수요 증가가 최소한 2040년까지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BP는 전기차 보급 확대로 인해 석유 수요가 2030년대 후반에 정체기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전기차 충전 제공업체를 인수한 로얄 더치 셸은 석유 수요 정점이 15년 내에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퀴노르는 2030년대 쯤 정점에 다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전망을 내놓은 유럽 석유기업들이 미국 석유기업들보다 청정에너지 산업에 더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는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유럽 정부들이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단호한 입장과 조치를 취하고 있으며, 친환경을 선택하는 유럽인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와 영국, 노르웨이 정부들은 가스와 디젤 자동차 제조를 중단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해 노르웨이에서는 신차 판매의 39%를 전기차가 차지했다. 반면 미국에서의 전기차 판매비율은 1%였다고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밝혔다. 

이처럼 유럽 기업들이 변화에 동참하고 있는 사이 미국 석유회사들은 셰일 석유와 가스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셰일 산업에 뒤늦게 동참한 엑손은 최근 서부 텍사스 주 셰일 유전에 큰 투자를 진행했다. 이 곳 페르미안 베이진에 있는 유전들은 ‘프랙킹’ 기술 도입 이후 폭발적인 원유 생산 덕분에 1973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으로 올려놓았다. 

우드 맥킨지는 주요 석유 회사들은 복잡한 지형에서 사업 진행을 위한 엔지니어링 전문성과 경험, 대형 사업에 투자할 재정적 안정성을 갖고 있어 해상용 풍력 사업과 대형 태양광 사업에 보다 안정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아울러 주유소에 전기 충전소가 들어서면서 석유 대기업들의 충전업 진출도 불가피하다는 관측도 있다. 

<시애틀=조민영 기자 myjo@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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