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상규 KQA CSR센터장

▲황상규 KQA CSR센터장
황상규
KQA CSR센터장

[이투뉴스 칼럼 / 황상규] 사회적 가치 실현은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대표적 공약이다. 정부 출범 2주년을 앞두고 북한 비핵화와 통일 이슈가 부상하면서 사회적 가치 이슈는 다소 주변으로 밀리고 있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차원의 남북 간 이질감과 격차 해소를 위해서도 사회적 가치 마인드는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사회적 가치 논의는 남남간의 갈등을 푸는 문제다. 경제적 약자,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인권존중, 환경 및 재난 안전, 대기업 중소기업 간 상생 협력의 문제, 부패방지와 윤리경영의 과제 등을 다룬다. 그 추진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 공공의 가치, 공공선을 내세워 장차 우리 미래시대에 우리 모두를 위한 사회적 기반을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이제 남북교류가 활성화하면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남북 간 갈등에 직면할 것이다. 왜 우리가 북한 주민들을 위해, 또는 북한 정권을 위해 혈세를 투입해야 하는가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이다. 여기에는 경제적 이해관계와 타산을 염두에 둔 설명도 중요하지만, 우리 민족이 더 큰 사회적 공유 가치를 확산하여 남과 북 모든 국민들이 평화 속에서 모두 같이 번영하며,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왜 사회적 가치 정책이 활발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추진 거버넌스의 문제다. 현재 사회적 가치 정책과 관련한 의사결정구조 및 실행구조가 잘 짜여져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이전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 사례를 보면, 녹색성장위원회와 청와대의 정책총괄구조, 그리고 각 부처 및 기관들의 녹색성장담당관 체계를 갖추고 있었던 것에 비하면 지금의 모습은 너무나 취약하다. 사회적 가치 기본법 등 사회적 가치 추진과 관련한 법률 체계 정비도 큰 과제다. 최소한의 법률적 뒷받침 없이 지속적으로 사회적 가치 실현이 가능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 
녹색성장 정책의 기반이 된 녹색성장기본법 또한 지속가능발전기본법 등과 상충되는 부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범정부 차원의 전방위 정책 추진과 야당과의 대타협으로 입법에 성공한 사례가 있는데, 사회적 가치 정책을 제대로 추진하겠다고 한다면 여러 가지 난제를 적극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두 번째 과제는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사회적 가치 기본법상의 13개 분야와 공공기관 경영평가 5개 분야의 통합성을 살려내는 것이다. 13개 분야와 5개 분야 각각은 개별 정책으로 추진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를 어떤 방식으로 통합해 낼 것인지가 중요하다. 통합적 접근을 위해서는 ISO26000의 7대 주제(거버넌스,인권,노동,환경,소비자,공정,지역사회) 체계를 활용할 수도 있고, UN에서 권고하는 환경, 경제, 사회분야의 지속가능발전지표체계를 활용할 수도 있다. 

셋째, 국민의 힘, 시민사회의 힘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자생력, 국민들 스스로의 자기 인식과 실천이 필요하다. 시민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아래에서부터 위로 사회적 힘을 모아가는 프로세스가 작동하지 않으면 사회적 가치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 여기에는 자치와 분권의 정신과 시민이 주인되는 직접 민주주의의 확산이 중요하다. 

사회체제가 다른 북한과의 평화 정착과 경제 교류를 앞두고 남북한 사회를 아우르는 더 확장된 사회적 가치 실현은 우리 사회에 큰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우리 사회는 더 확장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 정치·사회적 공간과 윤리적 배려와 해량의 여유와 공간을 가지고 있는가. 더 큰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서는 더 큰 배려와 양보가 필요하다. 서로 한 걸음씩, 그것이 힘들다면 우선 반걸음씩 물러나서 우리 사회 공공의 발전을 생각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가 우리가 추구해야할 비전과 목표라면,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과 세부추진계획이 필요하다.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실천이 필요하고, 출발점은 우리 스스로 사회적 책임을 갖는 것이다. 더 확장된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갖는 것은 통일시대의 지속가능한 대한민국, 평화시대의 지속가능한 한반도로 가는 출발점이다. 
 

황상규 센터장 hwang@srkorea.asia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