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으로 전국이 들썩인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70달러선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가운데 결국 100달러를 넘어설 것인가에 온 신경이 쏠려 있다. 이는 심리적 압박과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다르다.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이란이 석유 수출을 중단하지 않는 이상 유가가 100달러 선은 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인 의견이 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분쟁 등 외부 요인이 유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굳이 배럴당 유가를 계산하지 않더라도 고유가 시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국내 일부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이 이미 1700원대를 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또 경유와 LPG가격도 이미 휘발유 가격의 80%와 50%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경유차를 사면 몇 년 안에 차 값을 뽑을 수 있다’는 말은 옛말이다.
고유가는 비단 유가 상승에만 그치지 않는다. 교통비가 상승하고 각종 세금도 들썩인다. 한마디로 국민은 죽을 맛이다. 산업 현장은 더욱 심각하다. 광주상공회의소에 따라면 상당 수의 광주지역 제조업체는 유가가 80달러를 넘어서면 조업을 중단하겠다고 한다. 또 100달러를 넘으면 아예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사업장도 적지 않다. 유가 상승으로 제품가격이 상승하고 매출물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되자 일부 금융권에선 특정 카드에 한해 휘발유 가격을 할인해주는 ‘유(油)테크’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민에게 절약하라고 강요한다. 예컨대 애초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했던 자동차 요일운행제를 요즘 반강제적으로 시행한다. 게다가 정부는 뚜렷한 유가 안정책을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연료비·교통비를 올리고 있다. 각종 세금도 늘려 잡고 국민 눈치만 보고 있다.
올 하반기로 들어서면서 민간 연구소는 올해 경제가 4%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전망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5%대 성장세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유가와 환율 수준이 이미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을 감안할 때, 현재 정부 전망이 너무 낙관적인 것은 아닌지 의문이다. 또 5%대 성장을 달성한다 해도 국민 실질 소득이 늘지 않는다면 경제성장률은 단지 정부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국민과 기업은 어지럽다. 초점이 맞지 않은 정책 때문에 가정과 기업은 나름대로 자금계획을 새로 세워야 할 지경이다. 갈팡질팡하는 국민에게 언제까지 허리띠를 졸라맬 것만 강요할지 걱정이다. 정부는 발 빠른 에너지 정책을 세워 다가올 에너지 난국을 대비해야 진정한 에너지 강국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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