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데이터 없는 성적서 남발…시험기관 안전불감증 심각
지하매설로 확인 불가…국가기술표준원 처벌은 솜방망이

[이투뉴스] PE가스관과 수도관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플라스틱 배관의 공인시험성적서가 상당수 엉터리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과 한국화학융합연구원(KTR) 등의 공인시험기관이 제대로 시험하지 않고 공인시험성적서를 발급한 사례가 적발됐다. 공인시험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부적합한 공인시험성적서를 발급한 이들 두 기관에 대해 관리감독 기관인 국가기술표준원 또한 KOLAS(한국인정기구) 자격 취소와 같은 처벌 대신 ‘3개월 정지제도개선의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기술표준원은 국가표준기본법에 의거 국가교정기관 및 시험검사기관 인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 중 KOLAS는 국가표준 및 산업표준화 뿐만 아니라 시험기관 및 검사기관 인정제도의 운영, 표준화 관련 국가 간 또는 국제기구와의 협력 및 교류에 관한 사항 등의 업무를 관장하는 국가기술표준원 조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문제의 플라스틱 배관계는 KS M3401 수도용 경질 폴리염화비닐관(PVC수도관), KS M3408-2 수도용 플라스틱 폴리에틸렌관(PE수도관), KS M3514 가스용 폴리에틸렌관(PE가스관) 3종이다.

이들 플라스틱 배관에 대한 공인시험성적서를 발급할 수 있는 KCLKTR에서 2015년부터 올해초까지 최근 3년간 발행된 수도용 및 가스용 플라스틱 배관 공인시험성적서를 집계해보니 근거자료가 되는 로우데이터에 대한 관리가 부실하거나, KOLAS 평가기준을 미준수했을뿐만 아니라 데이터 조작 등의 문제점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공인시험성적서가 발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PE가스관과 PVC수도관, PE수도관의 부적합 공인시험성적서 발급 문제 제기는 작년 10월부터 시작됐다. 이후 국회에서 전문가 집단이 구성돼 1차 검증을 거쳐 일부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고, 2차에는 KOLAS 검증단이 꾸려져 보다 심도 있는 검증이 이뤄졌다. 그 결과 3종의 플라스틱 배관인 KS M3401 수도용 경질 폴리염화비닐관(PVC수도관), KS M3408-2 수도용 플라스틱 폴리에틸렌관(PE수도관), KS M3514 가스용 폴리에틸렌관(PE가스관)에 대한 시험측정 장비 부재, 로우데이터 관리 부실 등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검증의 주무부처인 국가기술표준원은 플라스틱 배관 표준 3종 전체의 부적합 사항에 대해 KCLKTR에게 KOLAS 자격취소 또는 정지(6개월)의 행정처분을 준비했다. KTR은 이의가 없다고 밝혔으나 KCL은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자격취소처분을 ‘3개월 정지로 낮추거나 ‘6개월 정지처분을 개선정도로 바꿔 행정처분 수위를 대폭 낮췄다.

결과적으로 재발방지를 위한 철저한 세부조사를 진행해야 국가기술표준원이 오히려 처분 수위를 낮춰 행정처분을 내린 셈이다.

부적합 공인시험성적서는 최근 3년간(2016.1.1~2018.10.1) KCL 201개 기업, KTR 225개 기업으로 426개 기업에 발급됐다. 조달청 자료에 따르면 문제의 KS M3401(PVC수도관)426개 기업 중 45개 기업이 1785000개를 납품해 약 1085억원, KS M3408-2(PE수도관)60개 업체가 1071만개를 납품해 약 1210억원을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조달청에 납품된 것만 확인한 것일 뿐으로 민간시장 규모는 얼마인지, KS M3514(PE가스관)은 얼마나 납품되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더욱이 이번 조사된 시기 외에 장비를 도입할 때인 2003년부터 2016년까지 납품된 수도관 및 가스관은 제대로 시험을 거쳐 공인시험성적서가 발급되었는지, 그리고 시장에 얼마나 유통되고 매설되어 있는지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훈 의원은 다른 어떤 곳보다 철저한 규정을 따지고 원리원칙과 공정성을 지켜야 할 시험기관이 부적합 공인시험성적서를 발급한 것은 큰 문제라면서 검증 시 발견된 문제점을 신속히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며, 재발방지를 위해 제도개선 뿐만 아니라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번 기회를 통해 안전에 대한 기준과 실험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고 관리되고 있는지 전수조사는 물론, 모둔 실험기관에 대한 감사원 감사와 더불어 업체와 공인시험성적서 부정거래는 없는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실험기관에 대해 검찰고발 등 일벌백계하고 다시는 안전문제가 거론되지 않도록 제도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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