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치매뇌칩 통해 근본적인 치매발병원인 규명 노력
세계적인 뇌 과학 학술지 네어치 뉴로사이언스 등재

 

[이투뉴스] 치매는 우리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초기에는 주로 최근 일에 대해 기억력에서 문제를 보이다가 서서히 언어나 판단력 등 다른 여러 인지기능의 이상을 동반하게 된다. 결국 모든 일상생활 기능을 상실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치매 진료를 받은 인원은 2014년 35만7089명, 2015년 38만7707명, 2016년 42만4239명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연령별 진료인원 점유율을 살펴보면 80세 이상이 54.2%(242만2097명), 70대가 34.8%(15만2659명)로 70세 이상 환자가 전체 진료인원 중 90%이상을 차지했다. 또 다양한 질병 중 가장 최상위 진료비를 기록, 일단 발병하면 가정에 큰 부담을 지우는 만큼 국가적으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는 실정이다.

치매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정확히 규명돼있지 않다. 일반 다른 장기와 다르게 관찰이 용이하지 않고, 수많은 혈관과 뇌신경세포가 겹겹이 얽혀있는 등 인간의 뇌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통상 치매치료약물 개발 시 일반 실험쥐에 투입해 효과를 검증하고 있으나, 쥐는 특정 치매단계에 머물 뿐 사람 뇌와 복잡성의 수준이 달라 실제 임상시험에서 약물작용 효과가 예상과 달리 도출되고 있다는 게 관련 학계의 설명이다.

■ 인공치매뇌칩으로 치매신약개발 기여
최근 이 같이 치매 발병원인에 대해 한 한국인 과학자가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주인공인 조한상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 기계학과 교수<사진>는 하버드 의과대학과 공동으로 손톱만한 인공치매뇌 칩을 개발, 치매원인 규명과 신약 개발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인공치매뇌 칩은 넓이 1.5×1㎠로 PDMS(실리콘계 신축고무) 재질로 제작됐다. 칩은 두 개 구획으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베타 아밀로이드가 분비되는 뇌세포와 성상교세포가, 다른 하나는 미세아교세포가 담겨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미세 단백질로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물질로 거론된다. 이 미세 단백질이 과도하게 생산될 경우, 뇌세포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치매의 주요 발병원인으로 알려졌다. 뇌 속에 베타 아밀로이드가 쌓이면 면역세포인 성상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가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결국 뇌세포를 죽이는 과정에서 치매가 발병하는 것이다.

조 교수가 만든 칩은 이 같은 치매발병 과정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다. 칩 안에서 세포가 인위적으로 ‘베타 아밀로이드’를 분비, 면역세포인 성상교세포와 미세아교세포가 활성화된다. 이후 뇌세포가 사멸하는 단계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현미경으로 치매원인인 베타 아밀로이드 분비와 이를 제거하는 면역세포인 성상교세포 및 미세아교세포 등의 활성화, 뇌세포 사멸 후 나오는 타우물질 침전 등 일련의 과정을 관찰할 수 있다. 또 칩에 치료물질을 투여해 치료과정을 관찰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치매의 발병원인과 신약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설명이다.

현재 조 교수의 연구 성과는 세계적인 뇌 과학 학술지 네어치 뉴로사이언스에 ‘인간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신경퇴행과 신경염증 3차원 모델’이란 명칭으로 지난 6월 등재됐다. 지난 9월에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뇌과학회 ‘소사이어티 포 뉴로사이언스’의 초청으로 해당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 전공 간 융합 통한 놀라운 성과
기계학 전공자인 조 교수가 뇌 과학 분야에서 이같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도출한 건, 그가 기계학과 바이오엔지니어링 등 여러 학문을 두루 섭렵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서울대학교 기계설계학과 학사와 석사를 마쳤다.

이후 2005년부터 미국 버클리대에서 바이오엔지니어링 박사과정을 통해 암세포를 키우는 칩 개발에 몰두해왔다. 2010년부터 2014년에는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은 후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에 둥지를 틀게 됐다.

치매 치료를 위한 칩 개발은 우연한 계기로 마련됐다. 조 교수는 미국 하버드대학교 박사를 끝마치고 혈관면역세포 관련 칩을 개발하는 도중, 같은 건물에 있던 뇌과학팀과 자주 만났던 게 현재 치매 칩 개발까지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치매 완치를 위한 조 교수의 열정은 계속되고 있다. UC샌프란시스코, 다국적제약사인 머크·GSK와 추가 공동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서울대 의대와도 차기 모델 개발을 위해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 다양한 치매 원인분석과 약물 치료효과 극대화 해결을 위해 뇌속 약물전달 경로인 ‘혈관 뇌장벽(BBB, blood-brain barrier)관련 칩 연구 등 다양한 각도로 치매 치료법 개발에 헌신하고 있다.

조한상 교수는 “이 인공치매뇌 칩이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생각한다”며     “치매환자의 뇌처럼 제작한 이 칩에 치매 치료문질을 투여해 현미경으로 효과를 관찰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동물실험과 임상시험을 병행하면 치매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투뉴스 온라인팀 e2news@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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