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폐기물 에너지화의 첨병 역할을 하던 SRF(폐기물 고형연료)가 끝없이 밀려나고 있다. 초기에 반짝 힘을 냈으나, 지역주민의 강력한 반대에 밀려 곳곳에서 후퇴만 거듭하는 중이다. 후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더 이상 그 어떤 사업도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쓰레기의 대부분을 소각하거나 매립을 통해 해결했다. 초기에는 재활용 구분도 없이 마구잡이로 땅에 묻었다. 이후 ‘쓰레기 종량제’를 도입해 재활용 쓰레기와 생활쓰레기, 음식물쓰레기로 구분·관리에 나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상당수 쓰레기를 재활용할 수 있었으나, 아직도 절대량은 소각 또는 매립으로 처리하고 있다.

계속 땅에 묻다보니 전국의 쓰레기 매립장이 대부분 포화상태에 접어들고 있다. 옮겨야 할 곳도 마땅치 않다. 새로 매립장을 만들려면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수준의 엄청난 민원을 뚫어야 가능하다. 여기에 해양에 쓰레기를 투기하는 것도 금지됐다. 결국 등장한 아이디어는 폐기물 에너지化였다. 태울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태워 에너지로 만드는 것이 매립보다는 낫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는 만큼 지원책을 만들었다. 쓰레기를 태워 만드는 전기를 신재생에너지로 분류, 발전시설에 보조금(REC,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돈을 들여 처리해야 할 폐기물을 기업이 가져다 에너지를 만드는 만큼 꿩 먹고 알 먹는 대책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민원이 폭주하면서 폐기물 자원화 사업은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미 지어진 발전소가 아닌 새로 추진하는 사업의 경우 올스톱 됐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결정타는 내포신도시에서 나왔다. 정부가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던 SRF 열병합발전소를 민원을 이유로 중지시키고, LNG로 바꾸다보니 다른 지역에도 여파가 미쳤다. 대법원 확정판결처럼 여기저기서 반대 사례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 지역에 쓰레기를 매립해선 안되고, 내가 사는 곳에 쓰레기를 태우는 시설이 들어오는 것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생각이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그들 모두를 ‘님비현상’으로 탓하기도 어렵다. 정부와 사업자가 SRF 시설도 제대로 규제·관리하면 환경과 건강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검증 및 홍보하지 못했다. 또 사업 진행과정에서도 민주적 의견수렴 등 절차적 정당성이 훼손된 사례도 적잖았다.

쓰레기를 매립하는 것이 지구 전체와 우리 후손에게 더 큰 문제를 떠넘기는 행위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쓰레기를 신재생에너지로 둔갑시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책 역시 더 이상 지속하기 어렵다. 폐기물 에너지화가 제대로 추진되기 위해선 자원재순환으로 접근, 국민과의 소통과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한다. 뒷짐 진 채 사업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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