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익 보상 없어 대다수 민간사업자 설립 이후 적자수렁 허우적
기울어진 운동장 개선할 수 있도록 전담부서와 권한 부여 필요

[이투뉴스] “지금 아무리 어려워도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란 미래가 보이면 열심히 해 나갈 수 있어요. 하지만 현 상황은 아무런 미래도, 희망도 없이 그냥 꾸역꾸역 버티는 중 이예요. 아무리 긍정적 측면을 보려 해도 정말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수도권의 한 민간 집단에너지업체 CEO는 현재의 집단에너지 사업을 ‘아무런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상태’로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왜 미래가 안 보이게 됐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구조적 문제가 계속 이어져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답했다. 구조적 문제는 “한국지역난방공사라는 절대강자와 경쟁하기 때문”이며, 빈곤의 악순환은 “적자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 받았다. 정부가 한난의 시장 확대에 제한을 걸면서 민간진입을 허용하자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구역형 집단에너지(구역전기)사업도 이때 붐이 일었다. 공기업과 지자체 등이 운영하는 업체 중심으로 10개 미만이던 사업자 수도 10년 새 지역냉난방 분야에서만 30여개 업체로 늘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설립한 지역난방 및 구역전기 사업자 20여 곳 중 불과 3∼4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사업자는 여전히 적자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중 대다수 사업자는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자본금이 대부분 잠식된 깡통사업장도 10곳에 육박한다.

인천지역의 한 사업자는 “최근 수년 간 한난을 기준으로 한 열요금 정산으로 나머지 사업자는 경영성적표를 내밀 수 없는 상태입니다. 더 솔직히 말하면 배출권 남는 것으로 몇 년 버텨왔는데 이제 그것마저 바닥났어요. 일부에서는 사업자들이 너무 열요금에만 매달리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데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예요”

많은 사업자들은 공급자 수가 전체 지역난방 사용자 중 55%에 달하고, 최적의 사업여건을 갖춘 한난을 기준사업자로 삼아 나머지 신생사업자 요금을 매기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비판을 제기한다. 최초 사업권 확보당시 한난요금을 준용키로 한 원죄가 있다곤 하지만, 외부환경이 완전 달라졌는데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합을 시키고 있다는 불만이다.

한난이라고 마냥 해피한 것은 아니다. 전반적인 매출실적과 사업규모는 매년 성장하는데 반해 최근 갈수록 이익규모가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과 석탄 등 기저발전이 대규모로 들어오면서 열과 전기 모두 실적이 악화된 것이 주요인이다. 실제 한난의 주가만 보더라도 2014년에는 10만원을 넘어섰으나, 최근에는 6만원 수준으로 밀렸다.

여기에 한난이나 민간이든 대부분의 사업자가 건물단열 강화 및 지구온난화, 전기난방 확대 등으로 인한 열사용량 감소로 고생하고 있다. 대단위 택지개발이 사라지면서 성장동력도 나날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사업장 인근의 공동주택 수요개발 등 이삭을 주워 수요량 감소를 커버했지만 갈수록 힘이 부친다는 설명이다.

집단에너지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 정부 차원의 지원책은 수년째 감감무소식이다. 에너지이용효율 개선을 통해 에너지를 절약하는 것은 물론 원천적인 온실가스 감축설비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눈에 띠는 정부지원은 거의 없다. 여기에 전력당국은 분산전원 편익보상을 수차례 약속했음에도 한전 이익규모 축소를 이유로 하염없이 미루고만 있다. 가스요금 개선(100MW 기준 가스공급 이원화 등) 역시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개선을 지시했지만 아직 차별은 그대로다.

“정부는 입만 열면 집단에너지가 주는 다양한 편익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이를 정상화(보상강화)하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은 채 현실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어요. 얼마전 개별소비세 개정 문제만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집단에너지에 불이익이 되고 있잖아요”

집단에너지 분야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정부가 매번 공수표를 날리다보니 업계 전체가 무기력증에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어차피 해도 안된다는 패배의식이 팽배한 나머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집단에너지가 말라죽도록 놔두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로 간다”고 강조했다.

해법은 사실 나와 있다. 이미 입증된 집단에너지 편익을 제대로 보상하는 것이다. EU나 미국 등에선 열병합발전을 비롯한 고효율 집단에너지 공급시스템을 신재생에너지와 매한가지로 여길 정도로 가치를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전기와 가스에 치이고, 신재생에 밀려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집단에너지를 사업이 아닌 산업으로 인식하는 전담부서 설립과 그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원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정말 급하면 전력산업기반기금을 활용할 수 있는 등 수단은 사실 다양하다. 문제는 집단에너지를 아는 공무원에게 결정권과 실행력이 없다는 점이다. 집단에너지사업법에 그들 스스로 미래를 찾아갈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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