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원인규명도 못한 채 설비교체 복구 중

[이투뉴스] 한국가스안전공사 부설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원인규명도 못한 채 복구작업에 나서 사고를 숨기기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는 가스안전공사가 정부 예산지원을 받아 201610월 개소해 가동에 들어간 가스 화재·폭발 사고 원인규명, 고압 장치·부품 성능평가 전문연구기관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로 발생하는 더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화재연소시험 등 성능평가 시험인증이 중단돼 관련기업들의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조배숙 의원(민주평화당)이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211809분경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에 있는 에넌지안전실증연구센터 연소시험동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피해는 빚어지지 않았으나 소방서 추산 51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고, 복구가 이뤄져 정상가동에 들어가는 것은 내년 3월로 예상된다.

가스안전공사 조배숙 의원실에 제출한 바에 따르면 에안센터 내 제연설비 철조 11동 약 266규모가 집진설비 내 건식필터 및 배기설비가 소실되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발화지점은 제연설비 필터 부분으로 추정되고 있다.

영월군소방서 화재현장 조사결과 연소시험동 내 화염시험의 온도조건 보정을 위한 CNG용기 사전시험을 완료한 후 배관 내 가스 제거를 위한 잔가스 연소를 실시하던 중 집진설비의 필터에서 원인미상의 점화원에 의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보안담당자가 순찰 중 배기구에서 연기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119에 신고했다.

연소시험동과 집진설비 간 거리는 50m이며, 집진설비 입구에 화재방지장치 설치돼 연소시험 화염이 직접 난연성 필터에 전달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에서 집진기 내부 필터 후단에 축적된 분진이 발화돼 난연성 필터로 화재가 전이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가스안전공사는 곧바로 전문가 6인의 화재현장 조사 등 합동정밀조사를 실시했으며, 시설 정밀점검 후 조속한 정상가동을 꾀하는 한편 습식필터 교체, 압력 및 온도센서 모니터링, 자동제어 시스템 추가설치 등 재발방지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화재 원인규명 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설비복구가 진행 중에 있다는 게 조배숙 의원 측의 지적이다.

가스안전공사는 화재 원인을 집진설비 가연성 분진이 누적으로 인한 자연 발화로 화재원인을 단지 추정하고 있을 뿐, 명확한 원인은 여전히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원인규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은 결과적으로 설비교체 후에도 언제든 또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스안전공사는 화재가 발생한 건식 집진설비를 안전성이 높은 습식설비로 교체키로 하고 현재 조달발주 단계에 있다. 센타를 지을 당시 습식이 아닌 건식으로 선택한 데 대해서는 집진성능이 습식에 비해 우수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설치비용을 고려했다고 입장이다. 건식과 습식 집진설비의 설치비용 차이는 33000만원이다.

조배숙 의원은 에너지안전실증연구센터 개소 당시 세계 최고, 국내 최초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면서 가스 화재 사고의 원인규명과 예방 등 실증시험을 총망라한 연구센터에서 발생한 원인 모를 화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질타했다.

이어서 조 의원은 가스안전공사는 에안센터 화재사고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사고 경위와 명확한 원인 등을 규명해 소상히 밝히고, 확실한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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