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사고’ 판정 불구 9명은 경고, 14명은 견책·감봉 그쳐
사고조사만 1년째, 보수 시작하면 수백억원 추가비용 예상

[이투뉴스] 자칫 대규모 인명피해를 낼 뻔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지난해 11월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 LNG저장탱크 가스누출 사고와 관련해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에서 사고가 발생한 탱크는 작년에 866000만원을 들여 보수한 탱크였지만 또 다시 가스누출이라는 대형사고가 터졌고, 방출한 가스만도 28.6톤에 달했다. 여기에 가스가 탱크 밖으로 새어 나온 과정에서 손상된 것으로 추정되는 저장탱크 보수 작업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고 있다.

1년 넘게 사고조사위만 꾸려 조사만 하고 있으며, 보수는 내년에야 비로소 시작된다. 보수작업에는 수십억원의 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하며 자칫 전면 보수로 이어지면 적어도 650억원의 추가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이후, 지금껏 지급한 진단비용만 204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가스공사도 자체적으로 사고의 중대성을 인식, 자체적으로 ‘1급 사고로 규정했음도 불구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으로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이다. 이 사고로 징계조치조차 받은 직원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 LNG저장탱크 가스누출 사고는 작년 11월에 일어났고 이후 사고 처리 결과나 이 사고로 인한 여파 등이 충격적이지만, 그 실상이 전혀 국민들에게 전해지지 않고 있다.

사고의 여파가 가스탱크 한 시설에만 국한된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돼 가스탱크와 인접한 곳에 구축된 1680억원 규모의 R&D과제인 LNG액화설비공정 사업에도 지장이 생겼다. 가스누출 사고로 인천시와 연수구청이 이 연구과제의 시운전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했고 테스트베드 시험운전이 중단되면서 이 사업은 1년여 동안 중단됐다. 당시 한국가스공사는 사업지연에 따라 1130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고를 처리하는 한국가스공사의 모습은 도를 넘었다는 게 권 의원의 지적이다. 사고에 연루된 직원은 23명에 달하지만, 9명은 징계조치가 아닌 경고를 받았고 14명은 견책이나 감봉 같은 경징계를 받았다. 징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견책(7), 기본급을 감액하는 감봉 2개월(2), 일정기간 직무 종사를 막는 정직 1개월(1), 정직 2개월(3), 정직 3개월(1) 등 직원 절반에 대한 징계가 견책에 그쳤다.

한국가스공사 내부 규정에 따라 감봉은 1개월 당 기본급에서 2%를 제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가스공사 4급 직원이 받는 기본급인 약 425만원을 기준으로 2개월 감봉 금액을 따져보면 약 17만원에 불과하다. 정직의 경우 내부 규정에 따라 직원들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도 기본급의 50%를 받을 수 있다.

권칠승 의원은 가스공사가 스스로 ‘1급 사고로 판정할 만큼 중대한 사고임에도 정작 처벌은 솜방망이 처분에 그친 이율배반적인 행태라고 질타했다.

권 의원은 또 사고를 낸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가스공사가 구상권을 청구해 받아낼 수 있지만, 변상심의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은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공사 취업규칙 제 9조에는 직원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해 공사의 재산에 손해를 입혔을 때에는 이를 변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스공사측은 법률자문을 받았다는 근거로 변상심의위원회를 열지 않았고, 직원들의 사고책임을 면하게 해줬다.

그러나 한국가스공사 스스로 받은 법률자문에도 본건 사건 책임자들 전부 또는 일부에 대해 중과실이 존재한다고 인정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되어 있다.

▲가스공사 직원이 당시 찍은 인천기지 저장탱크 가스누출 현장
▲가스공사 직원이 당시 찍은 인천기지 저장탱크 가스누출 현장

또한 한국가스공사는 기존 규정에 있던 변상심의위원회 조항을 올해 11일 삭제하는 이해할 수 없는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인천기지 가스탱크 누출사고는 지난해 115일에 일어났고, 얼마 지나지 않은 올해 11일 변상관련 조항을 없앤 것이다. 이때는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공석인 상태였다.

당시 인천기지 저장탱크 가스누출 현장을 내부직원이 찍어 직원들끼리 공유했던 사진도 사고 이후 1년 만에 공개됐다. LNG 저장탱크에서 영하 165의 가스가 탱크 밖으로 넘쳐 나오는 장면이지만, 관련 사진에는 민감한 사항 보기만 합시다라는 자막도 보여진다. 내부에서 덮어놓고 쉬쉬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셈이다.

권칠승 의원은 한국가스공사는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봤으면서도 근무태만의 직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하지도 않았고 대부분 솜방망이 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고 질타했다. 이어 대규모 폭발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는데도 내부직원들끼리만 사건 당시 사진을 돌려보며 사건축소에만 급급했다는 점은 공기업의 기강 해이가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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