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한전 적자는 정책적으로 원전가동 줄인 탓"
더불어민주당 "논리비약, 과거비리와 부실원전 탓" 반박

[이투뉴스] 한전 경영상황 악화 원인을 놓고 여·야가 국정감사에서 또다시 설전을 벌였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은 무던히 현 정부 에너지전환정책이 원전 이용률을 떨어뜨렸다는 주장을 폈고,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이 ‘기승전 탈원전’ 공세로 부실 원전운영 등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한전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발전사 연료비 상승과 고장정비 원전 증가 영향 등으로 상반기 연결기준 8147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한전 대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감은 여·야가 피감기관장인 김종갑 한전 사장을 가운데 두고 시종 탈원전 공방을 벌이는 모습을 연출했다.

특히 야당은 김 사장의 반복된 설명에도 ‘한전적자=탈원전 탓’이란 일관된 주장을 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은 “한전 당기순손실의 최대 요인은 전력구입비 증가 때문이다. 원전을 돌리면 싸게 (수급이)가능한데, 구태여 탈원전을 해서 그렇다”고 포문을 열었다

같은당 곽대훈 의원도 “탈원전 정책을 하면서 전기료 인상이 없다고 했기 때문에 모든 부담을 한전이 안고 있다.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한전이 오불관언이다.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느냐”고 몰아세웠다.

김기선 의원은 “10년에 걸쳐 짓는 원전을 한순간 무산시킨 게 점진적이고 단계적이란 말인가. 점진·단계적으로 가라는 게 많은 국민의 목소리”라고 말을 보탰다.

심지어 김규환 의원은 향후 정산단가가 급등한다는 내용의 한수원 내부보고서에 대해 김종갑 사장이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하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호통을 쳐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같은 야당 측 십자포화에 김종갑 사장은 비교적 차분하고 일관된 답변으로 대응했다.

김 사장은 경영악화 원인을 석탄과 국제유가 상승, 원전 대규모 정비에 의한 이용률 하락 및 LNG 대체, RPS(신재생공급의무화) 정책비용 증가 등으로 지목하며 줄곧 야당 의원들의 탈원전 프레임을 경계했다.

김 사장은 적자 원인에 대해선 “연료가격 뿐만 아니라 안전비용 등 복합적 요인이 있다”고 했고, 에너지전환 정책 적정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속히 국회에서 공감대가 형성됐으면 한다”며 논전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지멘스 CEO 재임 경험을 예로 들어 한국 정책이 국제적 추세에 비춰 과속은 아니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이에 대해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전력구입비가 계속 커지는 건 잘못된 경영이다. 한전이 민간이라면 이렇게 할 수 있겠나. 장기계획 세워서 점진적으로 가야한다”고 불씨를 살렸다.

야당의 반복된 추궁마다 여당은 한전을 대신해 재반격에 나섰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을 향해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담보해야 한다는 걸 배웠고, 에너지전환도 원전 위험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범계 같은당 의원은 “야당 의원들은 에너지의 현재를 말하고, 민주당은 미래를 말하고 있다. 당장 먹기 좋다고 먹으면 탈난다.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이제 우리 경제급전도 개선해야 할 때"라고 했다.

권칠승 의원은 원자력 이용률 저하가 탈원전 때문이란 건 논리 비약이라고 일축했다.

권 의원은 “지금 당장 원전 없이 가능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다가 정답이겠지만, 전환정책은 60년짜리 장기정책이다. 미국은 원자력 원천기술을 갖고도 40년간 원전을 짓지 않았다. 결국 (원자력)경제성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원인이 뭔지를 모르면 엉뚱한 대책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출범 전 법원의 월성1호기 수명연장 취소판결이 났는데, 야당은 원인과 결과를 뒤섞고 있다. 변화는 고통이 뒤따르는 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명박 정부시절 원전 이용률이 94%에 달했는데, 그건 고유가를 극복하겠다면 정비까지 건너뛰면서 돌린 결과로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을 보탰다.

백재현 같은당 의원은 영국 원전사업과 관련 “한전이 부담을 갖고 있는데, 국내서 원전마피아나 야당으로부터 곤욕을 치르고 쫓기고 있다고 정치적 고려를 해선 안된다.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김종갑 사장은 “철저히 수익성과 위험부담을 따지겠다”고 답했다. 한전이 보다 명확하게 재정적자 인과관계를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우원식 의원은 “탈원전 탓에 적자가 커지는 게 맞나. 아니면 아니라고 해야 한다. 월성 1호기는 왜 섰나. 발전하면 할수록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며 "원전 이용률 저하는 부실시공 때문 아니냐. 분명히 얘기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이 과정에 김종갑 사장은 UAE 건설원전에서도 격납공극이 발견됐다고 발언해 국감장이 일순간 술렁이기도 했다.

앞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추정한 지난 6년간의 원전 부실시공, 부품결함, 원전비리 국가적 손실액은 무려 16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원전 관리부실에 의한 전체 가동 중단일수는 5568일로 집계됐다.

작년과 올해 원전 이용률이 예년 대비 크게 떨어진 것 역시 과거 건설한 다수 원전에서 심각한 원전안전 문제가 발견된 탓이지 탈원전 정책과는 무관하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김성환 의원은 “원전업계는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비리와 부실시공 같은 잘못은 눈을 감은 채 정부 탈원전정책이 가동률 하락 주범인 것처럼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 적반하장은 그만두고 투명한 원전운영 관리에 집중하라"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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