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학원 정밀조사 결과, 대암산 용늪 이어 '물이끼 군락' 확인
멸종위기 야생생물 4종 및 고유종 15종 등 528종 야생생물 서식

▲희긔 고층습원형 습지로 확인된 한라산 숨은물뱅듸 습지보호지역 전체 경관.
▲희긔 고층습원형 습지로 확인된 한라산 숨은물뱅듸 습지보호지역 전체 경관.

[이투뉴스] 국립환경과학원(원장 장윤석)은 제주 한라산 습지보호지역인 ‘숨은물뱅듸’를 정밀 조사한 결과, 고층습원형 습지를 대표하는 물이끼 군락 등 멸종위기 야생생물 4종을 포함한 528종의 야생생물이 서식하는 자연의 보고로 확인했다.

숨은물뱅듸 습지보호지역은 화산지역에 속해 물이 잘 빠지는 한라산 중턱 해발 980m에 위치한 특이한 산지습지다. 2015년에 람사르습지로 등록됐으며, 헝겊 조각처럼 패치(patch) 형태로 분포하는 ‘나무 섬(tree island)’이 독특한 경관을 보여준다.

숨은물뱅듸가 2015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국가차원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이번 정밀조사는 2017년 1월에 시작해 최근까지 진행했다. 조사분야는 지형·지질·퇴적물, 수리·수문, 식생, 식물상, 조류, 포유류, 육상곤충, 양서·파충류, 저서성무척추동물, 동식물플랑크톤 등 10개 분야다.

▲물이끼 군락
▲물이끼 군락.

조사결과 숨은물뱅듸에 존재하는 물웅덩이는 ‘고층습원형 오미(물이 괴어 있는 곳을 뜻하는 우리말)’로 분류되는 국내 희귀 서식처이며, 고유의 생태계가 양호하게 보전된 것으로 확인됐다.

고층습원은 북반구에 주로 분포하며, 약산성 빈영양상태의 토양에서 물이끼와 자주땅귀개 같은 식물이 자라는 특징을 보여준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산지습지는 저층습원으로 영향이 풍부한 토양상태에 갈대, 부들, 창포, 버드나무, 오리나무 등이 주로 자라는 식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숨은물뱅듸에서 고층습원의 특징을 대표하는 물이끼 군락이 확인됨에 따라 강원도 인제의 대암산 용늪에 이어 두 번째로 물이끼 군락이 분포하는 우리나라 고층습원 습지로 확인됐다.

▲깊은 수심에 사는 송이고랭이 군락.
▲깊은 수심에 사는 송이고랭이 군락.

숨은물뱅듸 물웅덩이는 주변의 세 개의 오름(삼형제오름, 노르오름, 살핀오름)에서 물을 지속적으로 공급받는다. 이는 식물뿐만 아니라 다양한 야생 동물에게 물을 제공하여 주변생태계를 보전·유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정밀 조사에서 나타난 생물종은 식물 291종, 조류 33종, 포유류 6종, 양서파충류 9종, 육상곤충 124종, 저서성대형무척추동물 19종, 동식물플랑크톤 46종 등 총 528종이다. 특히 멸종위기 야생생물은 Ⅰ급인 매, Ⅱ급인 자주땅귀개, 긴꼬리딱새, 애기뿔소똥구리 등 4종이 발견됐다.

이밖에 고유종은 개족도리풀, 바늘엉겅퀴, 벌깨냉이 등 15종이며, 국지적으로 분포하는 식물구계학적 특정식물은 Ⅴ등급 7종, Ⅳ등급 9종이 각각 확인됐다.

이정환 환경과학원 국립습지센터장은 “숨은물뱅듸에 존재하는 특이 서식처인 오미(물웅덩이)에 대해 좀 더 세분화된 정밀조사를 수행할 계획”이라며 “정밀조사 결과는 개별 습지보호지역에 대한 보전 계획 및 습지 관리정책 수립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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