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괄원가 산정기준, 열병합발전 원가배부방식 등 매번 검토만
사업자 불만표시, 정부 개선 시사 이후 또다시 되풀이만 반복

[이투뉴스] 뫼비우스의 띠 : 기다란 직사각형 종이를 한 번 비틀어 양쪽 끝을 맞붙여서 이루어지는 도형. 창안자인 독일 뫼비우스의 이름을 따왔다. 사전적으로는 끊어지지 않고 연결되어있는 띠를 말하며, 끝없이 반복되는 일이나 과정 등을 비유해서 표현하기도 한다.

지역난방 열요금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없는 방황의 늪을 헤매고 있다.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후 끊임없이 개선을 추구하고 있지만, 변화 없이 되돌이표처럼 그 자리다. 정확히 열요금 제도개선이라는 말이 등장한 지 7년이 훌쩍 넘었으나, 정부나 사업자 모두 입만 열면 여전히 열요금 제도개선 얘기다.

열요금 제도개선의 출발은 한국지역난방공사를 빼고는 얘기하기 어렵다. 집단에너지사업의 지배주주 격인 한난 열요금이 지역난방사업자 전체 요금의 지렛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역난방사업 원조는 이름이 서너 번 바뀐 서울에너지공사이지만 사업규모나 원가구조에서 어느새 한난이 큰형님이 돼버렸다.

지역난방 시장점유율 60%에 근접하는 한난은 나머지 사업자의 눈총을 받는다. 초기부터 사업을 시작한 만큼 규모의 경제와 그에 걸맞는 공급설비 등 최고의 경쟁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여기에 가장 효율적인 열배관망(수도권 기준)을 갖췄고, 저가의 외부열원 비율도 타 사업자를 압도한다.

반면 민간이 대부분인 후발사업자의 경우 한난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한 채 아일랜드형 사업장에 머물며 제대로 된 공급설비 확충도 쉽지 않고, 외부열원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든 상황이다. 유일하게 비벼볼만 한 사업자는 넘버 2인 GS파워 정도다.

결국 이 지점에서 마찰이 생긴다. 현격한 원가경쟁력 차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한난 열요금이 전체 지역난방요금의 기준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사실 민간사업자 모두 처음 집단에너지사업권을 따낼 때 한난 요금을 준용하겠다는 만용을 부렸다. 냉정하게 사업성 분석을 하지 못하고, 장미 빛 전망에 몸을 맡겼다. 정부 역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집단에너지사업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신기루만 좇았다.

문제가 커지자 개선시도가 시작됐다. 몇 년이 걸려 조정이 이뤄졌다. 사업자들이 한난요금 준용을 버리고 슬금슬금 독자요금 체제로 전환하자, 정부가 한난요금을 기준으로 최대 110%를 넘지 못하도록 상한을 정했다. 민간사업자들은 처음에는 이것도 어디냐며 좋아했지만, 채 1년도 못가 민낯을 드러냈다. 10%의 추가요금으로도 경영난 해소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또다시 지루한 논쟁이 시작됐다. 하루빨리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업자와 제도개선 1년 만에 또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정부가 부딪쳤다. 이후 사업자들은 뙤약볕에 세종청사 앞에 나가 집회를 벌이며 정부를 압박했고, 마지못해 산업부는 한난기준 110% 상한을 사업자 가중평균 총괄원가로 기준요금을 바꾸는 등 대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사실상 권한(열요금은 공공요금에 포함되지 않음)도 없는 기획재정부가 나서 판을 깨버렸다.

이후 지금까지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사업자들은 열요금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하고, 정부는 들여다보기는 하지만 액션이 없다. 연구용역만 정부와 업계가 공동 내지는 따로 따로 진행한 것이 10번이 훨씬 넘는다. 하지만 지난해 ‘지역냉난방사업 총괄원가 산정기준 고도화 연구’에 이어 올 하반기에는 ‘열병합발전 원가배부 기준 및 열요금 적용에 대한 연구’가 또 스타트를 끊었다.

열요금 제도개선 연구가 ‘뫼뵈우스의 띠’처럼 결론 없이 반복만 계속되고 있는 것은 이래도 고민, 저래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집단에너지 사업구조 때문이다. 민간사업자의 어려운 형편을 알겠지만, 얼만큼 올려줘야 경영이 나아질지에 대한 판단이 쉽지 않다. 사업자별로 열요금 차이가 과도하게 클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불가피 하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열요금 인상에만 의지해선 안되고 집단에너지가 제공하는 국가적인 편익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면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편익보상이 부익부 빈익빈을 더 확대시킬 개연성도 많다. 편익보상 확대는 반드시 가야할 길이지만, 모든 것을 충족하는 교집합이 아닌 셈이다.

집단에너지는 규모의 경제가 필수인 사업특성을 갖는다. 초기 대규모 투자가 들어간 후 이익은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회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국내 집단에너지사업은 그 특성을 완전히 무시한 채 운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업영역이 조각조각 나뉜 상황에서 모두가 잘 사는 길은 없다”고 단언한다. 산업재편과 구조조정을 제외한 채 열요금 제도개선이라는 변죽만 올려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단순할 수 있다. 열요금 상한을 다 풀어버리고(사업자별 자유화) 소비자가 지역난방을 쓰지 않겠다고 하면 본격적인 출구전략을 펼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천하기 불가능할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산업구조 재편과 이에 따른 인센티브 형태의 열요금 제도개선 밖에 길이 없다는 사실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저작권자 © 이투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