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외부용역 구체화 단계서 제도설계 고심
"정부 의지 부족" Vs "부작용도 고려해야"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삼성
▲삼성전자 평택사업장 ⓒ삼성

[이투뉴스] 내년부터 삼성전자 등 에너지다소비기업은 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력을 선택적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정부가 국회에 계류된 관련법 개정과 보조를 맞춰 늦어도 내년 안에 새 제도를 시범 도입할 예정이라서다. 하지만 제도설계 방향에 따라 자칫 해당기업들에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8일 국내 주요기업과 정책 당국자들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대기업들이 안팎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는 사례가 늘어남에 따라 이를 국내 전력시장에서 해소할 수 방안을 찾고 있고, 이미 외부에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해 초안을 확보한 상태다. 적어도 관련 제도 불비로 기업이 손발을 놓고 있다는 원성은 듣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6월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생에너지 구매제와 녹색전력요금(Green Pricing) 도입을 골자로 하는 전기사업법 개정안과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관련 논의에 불을 댕긴 상태다.  

하지만 구체화 단계에선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다. 관련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이해관계자 반발이나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당국자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으로 기업 재생에너지 구매수요가 있는 건 맞다. 하지만 한전 이외에는 전력을 팔 수 없는 현행 전기사업법이나 기존 RPS(신재생공급의무화) 시장 등을 우회하는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면서 “기업이나 한전 등의 입장과 요구가 달라 추가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 서로 도움이 되는 지점을 찾는 게 가장 어려운 과제”라고 말했다.

기업들은 외부압박이 강해지자 내심 조바심을 내고 있다.

LG화학은 BMW와 폭스바겐이 전기차배터리 납품분에 대한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자 폴란드 공장증설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또 삼성SDI는 BMW의 같은 요구를 울산공장 설비로 해소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SK하이닉스가 한때 애플(Apple)로부터 유사한 요구를 받았고, 삼성전자와 네이버는 그린피스의 100% 재생에너지 이용요구에 올해 국내외 설비확충 계획을 제시했다.

국내기업을 압박하는 이들 글로벌기업은 구글, GM, 이케아, AXA, 코카콜라, 이베이, 페이스북, HP, HSBC, 골드만삭스, ING, JP모건, 나이키,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 세계 154개 기업들과 RE100에 참여해 자사 협력사나 부품·서비스 제공사에 재생에너지 이용을 압박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아직 적고 전력 직거래도 불가능한 국내 전력시장 여건과 무관한 흐름이다. 반면 RE100 참여가 활발한 미국과 유럽은 일찍이 전력시장 경쟁체제를 도입해 다수 판매사업자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로선 민간 PPA(장기전력구매계약) 형태가 가장 좋겠지만 당장은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든 앞으로 한발짝 내딛기를 원하고 있고, 모멘텀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지금보다 좀 더 의지를 갖고 다양한 방안들을 검토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반면 예상되는 부작용까지 고려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글로벌기업 재생에너지사업 다수는 사회책임 이행이란 명분 이면에 자사가 부담해야 할 법인세를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해도 이를 자산으로 인정해 주는 세금자산화(Tax equity) 정책에 기반을 두고 있다. 높은 설비투자비에도 수백MW단위 대형사업이 추진된 배경이다.

또다른 당국자는 "한전의 경우 재생에너지 직거래 허용에 따른 인센티브를, 대기업은 온실가스 감축 인정 등 추가 혜택을 원하는 것으로 안다"면서 "서두르기보다 국회에 상정된 녹색요금제 등 다양한 옵션과 함께 입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기업 관계자는 "자칫 대기업들이 RPS시장에 빨대를 박고 흡입하는 구도를 가속화 할 우려도 있다. 저렴한 산업용 전기요금 혜택을 누려온 에너지다소비 대기업들에 또다른 카드를 쥐어주는 형태가 되어선 곤란하다"면서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못 담는다기보다 향후 영향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민해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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