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성가스 사용 신고 후 검사받는 시설 4% 불과
연구과제 종결 시까지 방치 또는 임의폐기 추정

[이투뉴스] 국내 대학 및 연구소의 독성가스 잔가스 처리가 미흡해 사실상 안전관리의 사각지대로 드러났다. 독성가스는 미량의 잔가스만으로도 치명적인 피해로 직결되는 만큼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국내의 경우 2012년 구미산단 불산가스 누출로 5명이 사망, 18명이 부상을 당하고 약 500억원의 재산상 피해를 입었다. 해외에서는 2015년 중국 텐진항에서 시안화나트륨 누출로 116명이 사망하고 60명이 실종됐으며 646명이 부상당하는 대형사고가 빚어졌다. 2014년 대만 가오슝에서는 프로필렌가스 누출로 27명이 사망하고 30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같은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독성가스시설 안전관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고, 정부도 안전관리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그 일환으로 독성가스 중화처리를 위한 산업가스안전기술지원센터가 건립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연구용 목적으로 사용되는 대학이나 연구소의 독성가스 잔가스 처리는 관리대상에서 빠져있는 실정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첨단산업이 발달하면서 독성가스 사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액화가스의 경우 2011134186톤에서 2016년에는 10036976배 이상 증가했으며, 압축가스는 20115427138에서 2016년에는 689337327%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사고도 크게 늘어나 2008년 이후 전체 162건의 고압가스 사고 중 독성가스 사고는 55건으로 약 34%를 차지하고 있다.

연구실 안전 환경조성에 관한법의 적용을 받는 국내 대학 및 연구실 4542개 중 1088개소에서 독성가스를 연구용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나 고압가스 안전관리법에 따라 독성가스 사용 신고 후 검사를 받는 시설은 41개소에 불과하다.

독성가스를 사용하는 96% 이상의 대학 및 연구소에서 얼마나 사용하고 어떻게 처리하는지 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공사에서도 대학 및 연구소 등 소규모 시설의 독성가스는 연구과제가 종결될 때까지 사용 후 방치되거나 임의 폐기 처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을 뿐이다.

절차 따른 폐기여부 확인 안돼

특히 연구용으로 소량이 필요한 경우에도 공급 가능량이 10L용기를 기준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아 미량 사용 후 잔가스가 담긴 실병 용기형태로 방치돼 있어 일부 실험실은 사실상 독성가스 보관실로 전락한 상황이다.

올해 5월 인천의 B대학교에서는 실험실에 있던 독성가스가 누출돼 학생과 교직원 300여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도 빚어졌으며. 앞서 3월 대전의 A대학에서는 방치된 불산을 락스로 오인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국내에 중화 및 잔가스 처리가 가능한 기관은 산업가스안전기술지원센터가 유일하다. 그러나 올 해 이곳에 중화처리를 의뢰한 대학 및 연구소는 동국대 경주캠퍼스, 가스안전연구원, 대전보건대, 서강대학교 등 4곳에 그친다.

독성가스를 용기형태로 구입했다면 전량을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중화처리가 필요한 잔가스는 무조건 발생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산업가스안전기술지원센터에 잔가스 처리를 의뢰를 하지 않은 나머지 1084곳의 대학 및 연구소에서 사용한 독성가스가 절차에 맞춰 안전하게 폐기됐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시급한 것이다.

독성가스가 장기간 방치될 경우 밸브 연결부가 부식되거나, 용기 전도 등으로 인해 질식 또는 폭발 사고 우려가 내재된 만큼 무방비로 보관된 용기 회수와 잔가스 처리를 위해 현장 실태조사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김규환 의원은 올 해 6월 과기부에서 전자우편을 통해 실태조사를 진행했으나, 161개 기관에서만 답변해 응답률이 3.6%에 불과했다정부는 형식적인 조사가 아니라 예산과 인력을 투입해 각 현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제용 기자 top27@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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