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10~20%선" 예고 … 사업자 "5%까지만 감내 가능"

"발전차액 보장기간을 15년에서 20년으로 늘리고 국내 대기업의 산업 진출로 밸류체인(Value chain)이 구축되면 하락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인하폭은)10~20% 사이가 될 것이라고 본다." (이성호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

 

"우리가 감내할 수 있는 인하폭 수준은 5%까지다. 우린 프로젝트 파이낸싱 이율이 7%만 넘어서도 사업을 중단해야 할 처지다. 지나친 차액 인하는 자칫 산업의 침몰을 부를 수 있다." (태양광발전협동조합 관계자)

 

태양광 발전차액이 대폭 인하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적정 인하폭을 둘러싼 각계의 설전이 오가고 있다.

 

사업자 측은 적정 수익을 해치지 않는 수준에서의 인하폭 최소화를, 정부 측은 10~20% 사이의 인하안을 고수하는 모양새로 양측의 온도차가 만만치 않은 상태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 공청회를 통해 정부 측 개정안이 최종 공개되면 적정 인하폭에 대한 양측의 공방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정부-산업계, 인하폭 온도차 커= 17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태양광발전 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그린에너지포럼 주최)'는 이 사업을 바라보는 정부-산업계의 시각이 얼마나 차이를 드러내고 있는지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이날 정부 측을 대변해 참석한 이성호 신재생에너지센터 소장은 "새로 정해진 가격이 기존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는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대략 10~20%가 될 텐데 (이 때문에 공청회가) 굉장히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내주 지경부 공청회 때 가격이 제시되고 지금은 공개할 상황이 못 된다"는 모두발언에 뒤이은 것으로, 앞서 나온 '최대 20% 이내 인하' 전망이 사실상 공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의미해 파장을 낳고 있다.

 

이 소장은 "앞으로 신재생에너지는 보급률에 집착하지 않고 산업화에 중점을 두게 된다"며 "이미 대통령직 인수위 때 반도체ㆍ디스플레이 산업계와 연계해 태양광을 신성장 동력 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보고했다"고 전했다.

 

태양광 누적용량이 급격히 소진되고 있는 현상은 발전차액 가격을 통해 조절에 나서고, 보급률보다는 산업화에 초점을 맞춰 정부 정책을 펴 나가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산업계와 시민단체 측은 일제히 정부 방안을 비난하고 나섰다.

 

진우삼 지역난방공사 신재생에너지팀장은 "국내 30여개 발전소를 모니터링해 보니 지난해 책정된 발전 기준가격으로도 사업성이 별로 없다"며 "당시 Wp당 15.5%로 발전량을 보고 감소율을 잡았는데 왜 그렇게 통계가 잘못 잡혔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100MW 이후 발전차액을 개정한다는 예고 때문에 많은 사업이 홀딩되고 있다"면서 "보장기간을 20년으로 늘리고 차액을 낮춘다면 소규모 사업은 비용 회수나 수익 창출은 상당히 어렵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재용 태양광발전업협동조합 사무국장도 "보장기간을 늘린 대신 차액을 낮추겠다는 정부 주장은 오해"라면서 "사업자들은 15년 동안 원금을 회수하고 15년 이후 수익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태양광은 큰 수익을 거두는 사업이 결코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윤 국장은 "지난해 이미 시스템 인하가를 차액에 반영했고, 지금은 거꾸로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시스템 구축 단가가 올라가지 않느냐"면서 "인하 요인이 좀 발생했다고 차액을 내리겠다는 것은 사업 침몰을 부르는 악수"라고 주장했다.

 

이날 조합 등의 사업자 측은 "5% 수준의 인하를 적정선으로 본다"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 산업화가 먼저냐, 보급이 먼저냐 = 보급률보다 산업화에, 3MW 이상 대규모보다 소규모 중심으로 육성한다는 정부 입장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산업화를 거론하기에 앞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처럼 전 지구적 위협 요인을 극복할 대안을 찾아야 하며 신재생에너지를 육성한다는 정부가 토지 효율 이용까지 지레 걱정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김태호 에너지나눔과평화 사무처장은 "모든 문제가 산업화로 귀결된다면 신재생에너지 보급이란 본질적 전제는 사라진다"며 "산업화도 중요하지만 지구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왜 신재생에너지가 필요한지  잊어선 안 되며, 얼마나 보급해야 하느냐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만 신재생에너지가 갖는 토지 이용 등의 본질적 리스크를 어떻게 볼 것이냐, 현존 리스크를 해소하면서 나갈 것인가 하는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른 특별한 대안이 없는 한 우린 이를 안고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차액 기준을 개정하면 시장이 따라갈 것이란 예측이 많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 정밀한 분석이 요구되고 있고 국내외 원자재 가격흐름까지 각별히 반영돼야 한다"며 "10~20% 감소율이 언급되는 것은 상당히 부당하다"고 성토했다.

 

김 사무처장은 또 "정부나 일각에서 수십MW 규모를 초대형 발전시장이라고 말하는데 원전은 1개소가 1000MW, 화력발전은 600MW에 달한다"면서 "태양광 100MW를 10년간 늘려야 겨우 원전 하나를 대체하는 것에 그칠 뿐"이라고 말했다.

 

진우삼 난방공사 팀장도 "부동산 투기 우려를 이유로 3MW 이하로 묶겠다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규모를 제한해 놓는 것은 플랜트 단위의 발전소를 못 짓게 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김 처장과 한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이성호 소장은 "실제로 면적에 따라 인ㆍ허가 기간이 오래 걸리는 데다 각종 토지에 관한 규

제로 인해 발전사업을 통한 부동산 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업계의 주장에 의견을 함께 했다.

 

한편 이날 금융권을 대표해 참석한 김영경 삼성생명 차장은 "발전차액 지원 기간을 늘리는 것은 안정적 장기대출 형태로 환영한다"며 "사업적 측면에서 보면 2~3MW 규모의 파이낸싱 투자가 가장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발전차액 적정 인하폭과 관련 "20% 인하는 사업성이 없고 원리금 상환도 힘들며, 10% 이상 인하되면 어떤 기관도 투자가 꺼려지는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된다"면서 "대략 10% 수준으로 인하되면 현재와 유사한 사업성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차장의 이 같은 주장은 "말도 안되는 새빨간 거짓말"이란 사업자 측의 격앙된 비난을 사 적정 인하폭에 대한 정부-사업자-금융권의 입장차가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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