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당진~고덕 변환소 물량 제작 한창…미래시장 선점 분투
500kV급 HVDC CTR 생산에 10~12개월 소요 가격 70억원

▲LS산전 부산사업장 초고압변압기공장에서 HVDC용 CTR(변환용변압기)이 다음 조립공정 이동을 위해 특수 공기부양차로 옮겨지고 있다.
▲LS산전 부산사업장 초고압변압기공장에서 HVDC용 CTR(변환용변압기)이 다음 조립공정 이동을 위해 특수 공기부양차로 옮겨지고 있다.

[이투뉴스] “저 장비 무게가 250톤쯤 됩니다. 완성한 뒤 3주에 걸쳐 철저한 시험을 거쳐 출고하면, 가덕도 물량장에서 바지선에 실려 약 일주일 뒤 평택항에 도착하게 됩니다. 국내서 HVDC(초고압직류송전)용 CTR(변환용변압기)을 자체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여기 뿐입니다.”

지난 7일 부산 강서구 화전산업단지 내 LS산전 초고압변압기 공장. 홍재웅 부산사업장 공장장이 특수 공기부양차 위에서 다음 조립공정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500kV급 대형 CTR을 가리키며 말했다. 육중한 몸체로 위압감을 주는 이 설비의 가격은 대당 70억원 안팎. 교류계통 전압을 변환해 직류전압을 공급하고, 교류와 직류시스템을 분리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공정에 전문 엔지니어의 수작업이 필요해 제작기간만 10~12개월이 걸린다.

이날 초고압변압기 공장은 전 공정이 북당진~고덕 HVDC 변환소 납품물량 제작으로 분주했다. 200여명이 근무하는 부산사업장은 이 회사가 미래 먹을거리로 삼은 전력전자기반 솔루션 생산기지다. 2009년에 10만8437㎡규모 초고압변압기 공장을, 2011년 1만1157㎡ 크기 HVDC 공장을 각각 완공했다. 현재 한전과 GE(옛 알스톰)가 합작설립한 KAPES사(社) 발주물량 등을 소화하고 있다. 초고압변압기 기준 연간 양산능력은 1만5000MVA, 약 6000억원 규모다.

▲LS산전 부산사업장 전경
▲LS산전 부산사업장 전경

LS산전은 부산공장에서 GE 설계·제조기술을 토대로 HVDC 핵심설비를 만들고 있다. 북당진~고덕 프로젝트의 경우 전체 사업비 1조2000억원 중 3180억원이 KAPES 몫이다.

한전은 당진 발전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평택시 고덕면 삼성전자 공장쪽으로 수송하기 위해 약 34km 지중구간(해저 6km 포함)에 국내 최초 육상 HVDC 송전선로를 깔고 있다. 송전선로 양쪽에는 교류를 직류로, 직류를 다시 교류로 바꿔주는 변환소(변전소)가 들어선다. 이 변환소에 투입되는 핵심설비를 LS산전이 직접 만들고 있다.   

홍재웅 공장장은 “글로벌 시장에선 이 분야 후발주자이지만 정밀도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2009년부터 2800억원을 과감히 투자해 최신 시험장비와 청정 생산라인을 구축했다”면서 “LS산전으로선 저압부터 고압, 초고압까지 전체 전력솔루션을 모두 제공할 수 있는 풀 라인업을 완성했다는 의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저압부터 초고압까지 全 전력솔루션 풀라인업 완성
초고압변전소 공장에서 직선거리로 500m가량 떨어진 HVDC 공장. 층고(層高)가 30m에 달하는 공간 한 켠을 회색 도넛 모양의 특수시험 설비들이 차지하고 있다. 전류형 HVDC 시스템의 심장이랄 수 있는 싸이리스터 밸브(Thyristor Valve)에 실제와 같은 고전압을 걸어 성능을 검증하는 장소다.

사이리스터 밸브는 교류를 직류로 바꾸거나 직류로 다시 교류로 변환해주는 전력반도체 소자다. 30년 이상 제 성능을 유지해야 하는 첨단 제품이다. LS산전은 HVDC 공장에 3000kV 300kJ 충격내전압 시험기와 900kV 3000kVA 교류 내전압 시험기, 1500kV 직류 내압기, 국내 유일 HVDC밸브 시험기 등을 갖추고 양산품 신뢰성을 높이고 있다. 제주 HVDC 실증단지에 설치된 CTR, 싸이리스터 밸브, C&P(컨트롤 및 방어) 시스템 등의 국산화도 이곳을 거쳤다.

부산 HVDC 공장은 이미 다음 작업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올해 1월 한전은 신한울~신가평 구간 1단계 HVDC 구축사업(EP 프로젝트)을 발주했는데, LS산전은 이중 1766억원 규모 설비공급 사업을 수주했다. EP HVDC는 2021년 12월 준공 예정이며, LS산전은 내년 9월부터 관련 제품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종혁 HVDC 생산팀 차장은 “부산공장은 싸이리스터 밸브 생산라인을 비롯해 절연시험동, 수·변전설비와 전력감시설비 등 각종 제어설비를 담당하는 유틸리티동을 갖춰 부품 입고부터 성능검사, 조립 시험, 시운전까지 전 과정 일관수행이 가능하다"면서 "향후 3년내 연관기술인 유연송전시스템(FACTS) 전반 제품군을 확보, 교류와 직류를 아우르는 종합 전력시스템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VDC 핵심설비인 싸이리스터 밸브를 내전압 시험하고 있다.
▲HVDC 핵심설비인 싸이리스터 밸브(오른쪽)가 내전압 시험을 받고 있다.

신한울~신가평 HVDC도 수주…FACTS 시장도 선점 
전 세계 전력시스템의 90%이상은 교류로 운영된다. 하지만 송전선로가 해저를 지나야 하거나 주파수가 서로 다른 교류계통을 연결하려면 HVDC이용이 불가피하다. 또 600km 이상 장거리 송전이 필요할 경우 HVDC가 비용이나 송전손실 측면에서 유리할 수 있다. 중국, 인도 등 국토가 넓은 국가와 재생에너지 확대국가에서 건설이 활발한 이유다. 전 세계 HVDC 시장은 2020년 730억달러(한화 77조원)에서 2030년 1430억달러(한화 152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 시장은 이미 40~50년전부터 관련기술을 상용화 한 지멘스, ABB, GE 등 글로벌기업이 독점하고 있다. 워낙 첨단기술이라 진입장벽이 높고 기술격차도 크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지멘스와 ABB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핵심기술을 국산화하고 수출하는 단계로 진입했다. 세계 최초로 800kV급 U(Ultra)-HVDC 핵심기술을 개발, 남미시장에 진출하는 등 신흥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지(XUJI), 나래(NR), 특변(TEBA) 등 전문기업도 다수다.

반면 우리나라는 한전이 옛 알스톰과 설립한 조인트벤처(KAPES)를 통해 이제 시장을 여는 단계이고, GE 측의 기술이전 속도도 매우 더디고 제한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여기에 기존 전류형의 단점을 보완한 전압형 기술이 등장하면서 시장재편도 가속화 할 움직임이다. HVDC 전문가는 "전 세계 시장흐름과 수요를 파악하면서 국산화 및 시장공략 전략을 재점검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부산=이상복 기자 lsb@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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