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투뉴스] 한 아이가 등장해 “우리 아빠는요. 지구를 지켜요. 미세먼지를 줄여 공기를 맑게 해주고, 소나무를 많이 심어 북극곰을 구해 준데요”라고 외친다. 그러자 선생님이 묻는다 “너희 아빠 수퍼맨이니?” 아이의 답이 의표를 찌른다. “아니요, 콘덴싱 만들어요” 2탄도 있다. 비슷한 내용으로 이어지다 아이가 “아빠도 콘덴싱 만들어?”라고 묻자 아빠는 “아니, 콘덴싱 쓰잖아”라고 말한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경동나비엔 콘덴싱보일러 CF의 한 장면이다. 이전에 가스보일러 광고는 주로 성능이나 가스요금을 줄여준다는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이 광고는 환경을 전면에 내세웠다. 미세먼지가 사회이슈로 떠오른 점을 적절히 활용했다. “가스도 결국 화석연료인데, 화석연료를 쓰는 콘덴싱보일러가 무슨 지구를 지킨다는 것이냐”며 배 아파해도 소용없다. 그 것이 바로 선점효과고, 마케팅이다.

요즘 광고에 유독 북극곰이 많이 나온다.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이고, 우리나라도 CF나 인쇄매체 광고에 곧잘 등장한다. 태양광을 전면에 내세운 한화가 대표적이다. 북극곰은 어느새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의 피해를 대변하는 동물이 됐다. 북극곰을 살리는 것이 환경과 지구를 지키는 상징이 된 것이다.

이런 광고는 일부 기업들의 경우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는 측면도 있지만, 단지 그 이유만이라고 폄하하긴 어렵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이를 통해 환경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친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개선에도 일조하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를 비롯한 환경단체는 이를 역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꼽히는 석탄발전 퇴출을 위해 에너지 업체와 여기에 돈을 대는 금융회사를 압박한다. 이를 캠페인으로 승화시켜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한다는 의미를 가진 ‘RE 100’이 바로 그것이다. 구글, 애플, 이케아 등 150개가 넘는 글로벌 기업들이 이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라고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가 ‘자의반 타의반’으로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쓰기로 했고, SK하이닉스 등 많은 기업들이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다. 기업들의 이 같은 변화는 환경단체 압박에 밀려 결정한 것으로만 보이지는 않는다. 미세먼지 이슈에서 알 수 있듯이 환경을 중시하는 ‘가치소비’를 막 시작한 소비자들의 변화를 감지한 것은 아닐까. 지구를 지키는 엄마, 아빠들의 힘찬 활동을 기대해본다.

채덕종 기자 yesman@e2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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