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의 ‘자원 중립성’
[칼럼] 미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의 ‘자원 중립성’
  • 조성봉
  • 승인 2018.11.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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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조성봉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이투뉴스 칼럼 / 조성봉] 필자는 지난여름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ssion, 이하 FERC)를 방문하였다. 여러 방문목적 중 하나는 이른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에 대해 연방정부가 어떻게 대비하는지를 알고 싶었던 것이다. 물론 예상한 대로 FERC는 간헐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여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필자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다. 필자가 FERC를 방문하였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FERC의 입장이었다. 흔히 우리나라의 모든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시민단체, 공기업, 공공기관, 규제기관 등은 재생에너지에 대해 거의 판에 박은 듯 동일한 입장을 보인다. 온실가스 감축에 부응하고,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이를 위해 각종 정책적 또는 기업차원의 지원을 펼치고,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운동을 펼치고 있다는 식의 앵무새와 같은 획일적인 견해 말이다. 

필자는 우리나라에서와 같은 동일한 반응을 기대하며 지나가는 인사말처럼 FERC가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위하여 어떠한 정책을 펼치는지 물었다. 그런데 돌아온 답은 매우 놀라왔다. FERC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FERC는 특정 에너지원을 지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즉 자원 중립성(resource neutrality)을 지키는 것이 공정한 규제기관으로서의 사명이며, 이는 FERC의 강령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재생에너지가 불러일으키는 간헐성 문제에 대해서는 규제기관으로서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의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는 에너지정책의 입안자로서 재생에너지를 홍보하고 장려하며 다양한 지원을 펼치지만 자신들의 책무는 에너지의 원활한 주간(州間) 거래이므로 특정 에너지에 경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과 같은 민주주의 선진국의 잘 알려진 특징은 권한을 나누어 갖는다는 점이다. 권력을 서로 나누어 가지면서 이른바 견제와 균형(check and balance)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입법·행정·사법기관과 같은 큰 범위의 정부기관만이 아니다. 그 하위조직에서도 다양한 정부부처, 규제기관 및 공공기관 등은 충분한 권한을 위임받아 자신의 입장과 목표를 내세우며 스스로의 권한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일사분란하게 모든 정부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및 공기업들이 총동원되어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해도 쉽지 않은데 명색이 규제기관이란 데에서 마치 재생에너지 확대를 견제하고 막는 듯한 자세를 보인다는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고 나아가서 섭섭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바로 이 같은 분권화된 의사결정이 오히려 안정된 에너지산업의 운영을 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우리는 배워야 한다. 우리는 2011년 9·15 순환정전의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요인 억제라는 지상최대의 명제를 위하여 정부부처뿐 아니라 전력거래에 관련된 모든 공공기관과 규제기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전기요금 규제가 더 큰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을 학계와 전문가들이 아무리 외쳐도 정부부처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았고 그 결과 대형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산업부가 주도하는 에너지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있어서도 우리에게는 다양한 공공기관이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아무리 중요한 일이라 할지라도 무리한 집행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결국 손해를 보는 것은 장기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자기가 맡은 자리에서 되는 것은 되는 것이고, 안 되는 것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정책의 안정성과 장기적인 타당성이 보장된다. 

다양한 의사결정 주체에 의한 분권화된 의사결정은 큰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정책적 무리수를 사전에 차단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정책으로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힘과 고집을 믿기보다 여러 다원화된 주체를 신뢰하는 것이 진정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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